집중투표제 의무화땐 국내 상장사 무차별 공격 받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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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보호'라는 원취지와 달리 외국계 투기자본의 '먹튀'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이사를 뽑을 때 1주당 선출할 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부여하고 이를 한 후보에게 집중 투표하거나 분산 투표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 국내 상장사들이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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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보호’라는 원취지와 달리 외국계 투기자본의 ‘먹튀’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이사를 뽑을 때 1주당 선출할 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부여하고 이를 한 후보에게 집중 투표하거나 분산 투표할 수 있게 허용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사실상 통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현재는 개별 기업이 정관으로 채택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 국내 상장사들이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2006년 미국의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컨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모펀드 연합은 집중투표제를 통해 KT&G 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지분 6.6%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등극한 칼 아이컨 연합은 주주총회에서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들은 돌연 경영진 교체를 비롯해 KT&G의 자회사인 인삼공사 매각, 부동산 처분 등을 요구하며 계속해서 경영권을 압박해 나갔다. 칼 아이컨 연합의 공격을 받은 KT&G는 ‘자사주 소각’ 카드로 배수진을 치며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지만, 1500만 주의 취득·소각 과정에서 8569억 원을 지출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칼 아이컨 연합은 시세 차익 1500억 원을 챙겨 철수해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2018년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자동차그룹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조항을 없애라고 몽니를 부렸다. 엘리엇은 당시 8조3000억 원에 달하는 고배당을 제안하며 경영 참여 의사를 내비쳤고,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 선임까지 요구했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정기 주총에서 표 대결 끝에 제안이 모두 부결되자 지분 전량을 처분하고 철수했다.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은 “집중투표제는 앞서 미국과 일본에서 시행했다가 폐지했다”며 “의무화가 추진되면, 주총에서 정치 싸움만 난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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