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태권도서도 ‘통일 지우기’..태권도인들 반발

정충신 기자 2024. 11. 1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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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하고 '통일·민족' 지우기를 하는 북한이 태권도 '통일' 품새의 명칭 변경을 추진하면서 태권도인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4일 전했다.

RFA가 국제태권도연맹(ITF) 홍보대사 마이클 코맥으로부터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ITF는 지난 8월 평양에서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품새 '통일'의 이름을 최홍희 초대 ITF 총재 필명인 '창훈'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내년 10월 이탈리아 예솔로에서 열리는 ITF 총회에서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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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 보도…北주도 ITF, 내년 총회에서 확정 예정
ITF기술위원장 “북한이 통일 위한 태권도 창시 최홍희 총재 유산 왜곡”
2012년 4월 12일 평양의 한 태권도장에 태권도 학생이 들어서고 있다.자유아시아방송(RFA) 캡처

지난해 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하고 ‘통일·민족’ 지우기를 하는 북한이 태권도 ‘통일’ 품새의 명칭 변경을 추진하면서 태권도인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4일 전했다.

RFA가 국제태권도연맹(ITF) 홍보대사 마이클 코맥으로부터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ITF는 지난 8월 평양에서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품새 ‘통일’의 이름을 최홍희 초대 ITF 총재 필명인 ‘창훈’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내년 10월 이탈리아 예솔로에서 열리는 ITF 총회에서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ITF는 ‘태권도의 창시자’로 알려진 한국 육군 6군단 소장 출신 최 총재가 1966년 서울에서 설립한 단체로, 한국 주도 세계태권도연맹(WT)과는 다른 단체다. 최 총재가 박정희 정부와 갈등으로 캐나다로 망명한 부친을 따라 1974년 한국을 떠난 뒤 북한과 적극 교류하면서 북한 주도로 발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획득한 북한 주도 국제태권도연맹(ITF)의 공문. 마이클 코맥 ITF 홍보대사 제공/자유아시아방송(RFA) 캡처

통일 품새 명칭 변경은 북한 주도 오스트리아 비엔나 주재 ITF가 추진하는 것으로, 코맥 홍보대사는 최 총재 사망 후 나뉜 ITF의 다른 분파 소속이다. ITF는 통일 품새 명칭 변경에 관한 공문에서 명칭 변경은 최 총재의 가족의 제안이라며 "젊은 세대가 기술에만 치중, 최 총재의 정신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맥 홍보대사는 "통일 품새는 5단과 6단이 돼야 배울 수 있는 고급 품새다. ITF 구성원이라면 최 총재가 누군지 다 알고 있다"며 "최 총재의 가족이 원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100%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는 최 총재의 아내 한춘희 여사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ITF의 설명은 100%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RFA는 전했다.

윌리엄 하워드 ITF 기술 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11일 성명서에서 "북한 ITF는 다시 한 번 태권도를 창시자인 최홍희 장군의 유산을 왜곡하려 한다"며 "최 장군이 태권도를 창시한 이유 중 하나는 통일을 위해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통일’ 품새의 이름을 빼앗아 그들의 이념을 반영하도록 왜곡하려 하고 있다"며 "최 장군의 열정이 북한 ITF에 빼앗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ITF 측 통일 품새 명칭 변경은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두 국가론’ 선언 이후 일련의 ‘통일·민족 지우기’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RFA는 분석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지시로 올해 초부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대남기구 폐지,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철거, 평양 지하철역 ‘통일역’ 명칭 변경 등 통일·동족 개념 지우기 조치를 전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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