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하이 당국, 추모 꽃다발도 치웠다…35명 사망 고의 차량 돌진 사고 덮기 급급
다른 ‘묻지 마 범죄’도 수사결과 안 밝혀
중국에서 10년 만에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고의 차량 돌진 사고가 발생한 광둥성 주하이시 당국이 사건을 감추는 데 급급하다. 시민들이 사고 현장에 가져다 놓은 추모 꽃다발도 철거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 발생 사흘 동안 현장에는 시민들의 추모 발걸음이 이어졌다. 자신을 정씨라고 밝힌 50대 남성은 “당국은 아무런 정보도 공개하지 않는다. 몇몇 동료들이 소식을 전했는데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고 나중에야 사실을 확인했다”며 “자연스럽게 여기 왔다. (피해자들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돌아가신 가족이 있어 애도하고픈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두고 간 일부 꽃다발에는 “낯선 이여, 명복을 빕니다” “천국에는 깡패가 없기를. 선이 악을 이길 것입니다. 편히 쉬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메모도 들어 있었다. 술병을 놓고 간 시민들도 있었다. 현장을 지키는 보안 요원들은 꽃다발이나 술병을 즉시 치웠고 때때로 시민들이 꽃다발을 땅에 내려놓기도 전에 압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 11일 주하이 체육센터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군중 사이로 돌진해 35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쳤다.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발생한 이른바 ‘묻지 마 범죄’ 가운데 인명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사건 하루 만에 피해 규모를 발표했다. 중국 주요 매체에서는 사건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 않으며, 사건 관련 영상·사진은 중국 인터넷망에서는 보이지 않고 가상사설망(VPN)을 통해야 접속할 수 있는 엑스(옛 트위터) 등에만 올라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처음에는 사건과 지난 12일 개최된 주하이 에어쇼와의 관련성 여부에 주목했다. 홍콩 성도일보는 사건 직후 공산당원들이 받은 문자메시지에는 운전자가 외부 세력과 연계해 에어쇼를 방해하기 위해 사건을 계획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내용이 언급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현장에서 체포된 차량 운전자 판모씨(62)는 최근 이혼했고 재산 분할에 불만을 제기해 왔다고 전해졌다.
사건은 에어쇼와 무관하다고 가닥이 잡혀가지만 정보 통제는 계속되고 있다. 추가 수사 결과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발생한 범죄 정보를 엄격하게 통제한다. 지난 9월 광둥성 선전시의 일본인 아동 피습 사망 사건이나 지난달 28일 베이징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도 용의자를 현장에서 체포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범행 동기 등에 대한 공식 발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회 불만 여론이 가시화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관료주의도 통제의 이유로 꼽힌다. 홍콩 침례대에서 연구하는 로즈 뤼치우는 중국에서는 개인적 동기에 의해 범죄가 발생했더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의 책임을 물어 지방 공무원이 해고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역시 검열의 한 이유가 된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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