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지는 메모리 시장…가격 하락 우려 확산
DDR5 등 고성능 제품도 영향…업계 생산 조정 돌입
프리미엄 수요는 아직 꾸준…조정 후 상승 지속 견해도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메모리 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반도체 업황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가'가 없는 메모리는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구조다. 메모리 가격 하락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 주요 수출기업의 실적 둔화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업계는 시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메모리 가격 하락세를 점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지난 9월 '반도체 겨울론'을 제기한 이래 잠잠해지던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하강 국면) 진입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 2666MT/s)의 지난주(6~12일) 평균 현물 가격은 1.843달러에서 1.840달러로 0.16% 하락했다. 현물가격은 대리점과 소비자 간 거래가격으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시장의 즉각적인 매매 심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선행 지표'로 해석된다.
이 제품의 가격은 최근 한 달간 1.97달러에서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전반적으로 가격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DDR4(구형) 제품은 눈에 띄게 더 큰 하락을 겪고 있다"며 "낸드 현물 시장도 급격한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 비용 증가로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신제품 DDR5의 현물 가격도 소폭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트렌드포스는 전했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가격의 전반적인 하락세가 단기적이나마 지속될 것이라고 밝혀 '메모리 가격 조정론'에 힘을 실었다.
미국 업체 에지워터리서치도 최근 발간한 투자노트에서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 실적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내년 D램과 낸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 업체는 "일부에서 내년에 메모리 공급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던 것과 달리 수요와 가격 하락에 압력을 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中발 메모리 공습 우려…수요 회복은 더뎌
최근 중국 D램 업체인 CXMT는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DDR4·LPDDR4 등 구형 D램 생산을 늘리며 공급 과잉 우려를 낳고 있다. 반면 메모리 수요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AI 스마트폰, AI PC 등은 아직 뚜렷한 킬러 앱이 없고 고가 논란 속에 소비자들이 선택을 주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객사의 재고 수준은 높아지면서 메모리 업계는 구형 D램과 낸드 플래시의 생산 조정에 나서고 있다. 메모리 업계 관계자는 "일부 구형 제품에 대해 시장 수위에 맞추어 탄력적으로 생산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불확실성에도 조정 후 상승 전환 예측도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메모리 겨울론'와 관련해 "주가가 뛰면서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리의 평가가 단기적으로 틀렸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찍었다는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메모리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고성능 메모리 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부진을 상쇄할 것이란 의견으로 무게 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씨티증권은 "메모리 시장은 구조적으로 AI 시대에 증가하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고성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내년 메모리 시장은 새로운 프리미엄 제품들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잠시 주춤한 이후 상승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연말 성수기 이후 내년 상반기 메모리 재고는 우려 대비 낮은 수준으로 안정화될 것"이라며 "선단공정 전환 투자에 따른 생산 물량 감소 효과가 하반기 극대화되고 전반적인 가격 상승 추세도 강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서승연 D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공급 3사 모두 내년 설비투자를 절제하는 기조"라며 "견조한 AI 서버 수요, 일반 서버 시장 회복으로 내년까지 D램 호황기가 연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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