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 악수' 최윤범, 몰아치는 MBK·영풍…"이그니오 갈수록 의문"

최동현 기자 2024. 11. 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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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010130) 경영권을 둘러싼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대결이 '주주총회 표 대결'로 진입했다.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분 추가 매입과 함께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인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등 최 회장 체제의 경영상 의혹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특히 영풍은 고려아연이 2022년 58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회사 이그니오홀딩스를 놓고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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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유상증자 사태로 '주주 뒤통수' 비판…"국민연금 운신 폭 좁아져"
지분율 40%까지 높인 MBK·영풍, 해외투자 의혹 파고들며 崔 정당성 정조준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고려아연(010130) 경영권을 둘러싼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대결이 '주주총회 표 대결'로 진입했다. 최 회장은 최근 유상증자 철회 사태로 여론전에서 다소 밀리는 상황에서 '이사회 의장직 사퇴 등으로 자세를 낮추고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반면 기세를 잡은 MBK·영풍 측은 최 회장의 경영상 의혹을 파고들며 주주총회를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14일 재계는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는 내년 초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MBK·영풍은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오는 27일 첫 심문기일이 잡힌 상태다. 통상 법원 판단까지는 1~2개월이 소요된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지난 3월 두 집안의 '동업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 임시 주총을 놓고 법정에 섰던 전례가 있다. 당시엔 거꾸로 영풍 측이 이사회 소집을 거부했는데, 법원 결정은 두 달 뒤인 5월에야 나왔다. 서린상사 임시 주총은 다시 한 달 뒤인 6월20일 개최됐다.

판세는 MBK·영풍이 유리하다. 이미 추가 지분 매입(1.36%)을 통해 지분율을 39.83%까지 높이며 최 회장 측(35.4%)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최 회장 측의 백기사로 분류됐던 한국투자증권(0.84%)이 보유 지분을 털고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격차는 5%포인트(p) 내외로 더 커진다.

명분 싸움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존까진 MBK·영풍에 '중국 자본',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이미지가 덧씌워지며 비우호적인 여론이 컸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직후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기습 발표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최윤범 회장이 "기존 주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유상증자를 철회하고 고개를 숙인 이유다.

특히 국민연금 운신의 폭을 최 회장 스스로 좁혔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48%(3분기 말 기준, 시장 관측은 5% 내외)를 쥐고 있어 표 대결 '캐스팅보트'로 꼽히는데, 유상증자 철회 사태로 신뢰가 훼손됐다. 국민연금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개입했다가 최대 6750억 원의 손해를 입고 형사처벌까지 받았던 트라우마가 있는 만큼, 이번에 중립(기권)을 지킬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사과와 해명에도 고려아연 주가가 상한가를 친 시점에 유상증자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기존 주주의 뒤통수를 쳤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중요한 시점에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시장 혼란과 주주, 투자자 우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했다 2024.11.1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MBK·영풍 측은 고려아연 지분 추가 매입과 함께 이그니오홀딩스 고가 인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등 최 회장 체제의 경영상 의혹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특히 영풍은 고려아연이 2022년 58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회사 이그니오홀딩스를 놓고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2021년 감사보고서상 자본총계 마이너스(-) 19억 원의 완전자본잠식 회사를 지나치게 고가에 인수한 배경이 의심된다는 주장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은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트레이딩 부문 매출이 포함된 기준으로 이그니오 매출은 637억 원이므로 인수가는 약 9배로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지만 최근 일부 언론 보도대로 현재 이그니오 트레이딩 부문 매출이 아예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그니오의 인수 후 경영실적"이라며 "공시된 2022년 말 페달포인트 매출은 329억 원에 당기순손실 282억 원, 2023년 말에는 809억 원 매출에 당기순손실 530억 원"이라고 지적했다.

영풍은 "페달포인트는 일종의 지주회사로 실제 매출은 자회사인 이그니오의 매출을 포함하는데 매출 대비 과도한 손실을 내고 있어 합리적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재무 상태"라고 말했다.

이그니오 논란에 대해 최 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은 2028~2030년까지 동 생산량을 3만4000만톤에서 15만톤 이상으로 늘리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이를 위해 원료인 동(銅) 스크랩 조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그니오 인수 이유를 설명했다.

최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많은 요소들이 상존하고 있고 서로 시너를 공급하는 복잡다단한 사업구조"라며 "나날이 다르게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그 사업 자체만으로 수익성을 보여줄 수 있고, 고려아연에 큰 혜택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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