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대’로 가버렷” “재수 없어”…전국서 수능생 응원 격려

박수혁 기자 2024. 11. 14. 11: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4일 아침 부산 금정구 수능 시험장인 부산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앞 모습. 김영동 기자

14일 아침 7시20분께 부산 금정구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인 부산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앞은 수험생들을 활기차게 격려하는 응원이 아닌 차분하고 조용한 응원이 펼쳐졌다.

“어, 쌤(선생님)이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2명이 외쳤다. “너희 실력은 충분하니, 컨디션 조절만 잘하면 된다!” 이들의 선생님이 박수를 치며 답했다. 다른 고등학교의 선생님들도 수능을 보는 제자를 위해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리며 “힘내라”고 응원했다.

“(시험장) 정문까지 가방 들어줄게. 무겁잖아.” “엄마, 괜찮다.” 바로 옆에서는 수험생과 가족이 작은 승강이를 벌였다.

이들 근처에는 부산의 ㅎ고등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각자의 응원 사진을 모아 만든 선간판이 눈에 띄었다. 선간판에는 “이제 꽃길만 걷자! 원하는 대(大)로 가버렷!”이라는 응원 글이 적혀 있었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휘문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 앞에서 한 학부모가 수험생 자녀를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힘찬 응원과 격려 속 입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이날 전국 시험장 일대에서는 힘찬 응원과 격려가 이어졌다. ‘수능 한파’가 찾아오지 않으면서 수험생들은 담요나 두꺼운 외투 대신 가벼운 후드티나 운동복을 입거나 반바지를 입은 채 수험장 안으로 들어가는 학생들도 간혹 보였다.

수험생들은 가족과 선생님, 후배 등의 격려와 응원을 받으며 교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험생과 교문 앞까지 함께 온 학부모들은 자녀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안아주며 “긴장하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만 하고 와”라고 격려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동원고등학교 앞에서는 경기체육고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해온 수험생들이 나란히 서서 학부모들을 향해 다 같이 큰절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수험장을 찾은 학부모들은 곧장 돌아가지 않고 자녀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들어가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거나 손을 흔들며 한참 동안 지켜봤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입실한 뒤에도 한동안 학교를 쉽게 떠나지 못한 채 마음속 응원을 이어갔다.

제자들을 응원하러 교문 앞에서 기다리던 선생님들은 “지금껏 했던 대로만 하면 돼”, “넌 잘할 수 있어”라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예전처럼 떠들썩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후배들의 응원은 올해도 이어졌다. 강원도 춘천여고 앞에서는 춘천시학생회연합 소속 학생 50여명이 ‘수능 대박’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펼쳐 들고 고사장으로 향하는 선배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춘천고에서는 오전 8시10분께 교문이 닫힌 뒤 춘천고 후배 재학생들은 학교를 향해 절을 하며 선배들의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속초고 앞에서도 후배들이 ‘재수 없어’, ‘적어라 그것이 정답이로다’ 등 다채로운 수능 응원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선배들을 응원했다.

울산에서는 1년 후 치를 수능 분위기를 예습하러 온 학생도 있었다. 온산고등학교 2학년 서연우군은 어머니와 함께 수험장이 마련된 남구 신정고등학교를 찾아 1시간여 동안 입실하는 수험생들을 지켜봤다. 서군은 “제가 더 긴장되는 것 같다. 이제 남은 1년 동안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인천 대청·덕적·백령·연평도 등 섬 4곳의 학생 35명은 지난 8∼10일 육지로 나와 호텔에 묵은 뒤 이날 인천시가 제공한 버스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서해 북단 섬에 사는 이들 수험생은 시험장이 없는 섬마을을 떠나 호텔에서 며칠간 숙식을 해결하며 수능 전날까지 막바지 공부를 이어갔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휘문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경찰차에서 내려 고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덕에 무사히 입실

경찰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울산에서는 아침 7시13분께 울산 중구의 한 도로에서 수험생이 타고 있는 승용차와 다른 승용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 뒷좌석에 있던 수험생은 다행히 다치지 않았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순찰차를 타고 1㎞가량 떨어진 수험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수험장에 늦은 수험생들이 경찰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험장에 도착하기도 했다. 대구에서는 아침 7시44분께 ‘수험장에 늦을 거 같다’는 112신고가 접수돼 강북경찰서 무태파출소 소속 김강주 경위가 수험생의 집에서 수험장까지 약 10km를 순찰차로 데려다줬다. 같은 시간 성서경찰서에서는 ‘집에 시계를 두고 와 늦었다’는 신고가 접수돼 죽전파출소 조학래 경위가 순찰차로 수험생을 직접 태워줬다.

신분증을 깜빡해 경찰이 대신 전해주기도 했다. 아침 7시55분께 대구 달서구 효성여고 근처에서 한 수험생이 ‘신분증을 집에 두고 왔다’고 경찰에 도움을 구하자, 서부경찰서 교통안전계 이승원 경장은 순찰차로 수험생을 집으로 직접 찾아가 부모님을 수험장으로 데리고 와 신분증을 학교에 전달할 수 있게 했다.

광주에서는 금호중앙여고를 가야하는 한 수험생이 1.5㎞ 떨어진 경신여고로 착각해 입실 마감시간 20분을 앞두고 경찰에 도움 요청, 순찰차를 타고 무사히 입실했다. 아침 7시34분께 한 학부모는 자녀가 신분증을 두고 갔다고 신고, 경찰은 남구 임암동에서 순찰차를 이용해 9㎞ 떨어진 광주설월여고에 있는 수험생에게 신분증 전달했다.

부산에서는 아침 7시50분께 금정구 지산고를 시험장으로 착각한 수험생이 경찰의 도움으로 5분 만에 원래 시험장인 동래여고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앞서 아침 7시42분께 수험표와 신분증을 집에 두고 시험장에 간 수험생이 경찰의 도움으로 아침 8시10분께 수험표와 신분증을 전달받아 무사히 시험장에 입실했다.

한편 이날 경기도교육청의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접속에 한때 장애가 발생했다. 오전 7시께 나이스 접속이 안 된다는 신고가 처음 들어온 뒤 도교육청이 복구에 나서 1시간여 만인 오전 8시 20분께 복구를 완료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