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장기 불황…위기 처한 여수국가산단 대책은
지역 정치권 및 경제단체, 입주기업들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선포 등 정부의 특단 대처 요구
[더팩트ㅣ여수=진규하 기자 ] 전남 여수시 지방세의 48.5%에 달하는 막대한 세수 기여와 2만 5000명 이상의 고용효과 창출로 지역경제의 한 축을 맡아왔던 여수 국가산업단지(이하 여수산단)가 공급과잉 심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요가 위축돼 위기에 휩싸이면서 여수지역 경제 기반이 휘청거리고 있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하락으로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일부 공장 가동 중단 사태까지 맞아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던 3년 전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GS칼텍스 등 여수산단 주요 대기업 공장가동률도 지난해 90%에서 올해 60%로 줄면서 매출도 반토막이 났다.
더욱이 중국뿐 아니라 중동 등에서 범용제품 공장을 확대하고 있어 경쟁력확보의 어려움으로 여수산단에 입주해 있는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중국 내 범용제품 사업장을 모두 정리하고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LG화학도 여수 NCC 2공장을 매각 추진 중이다.
반백 년 대한민국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맡아온 여수산단이 불황의 늪에 빠져 지역경제에 비상이 걸리면서 전남도와 여수시가 위기 탈출을 위해 위기대응 전략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온 힘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 13일 여수상공회의소에서 '여수 석유화학산업 위기대응 전략 토론회'가 열렸다. 박창환 전남도 경제부지사와 정기명 여수시장을 비롯해 이광일 전남도의회 부의장 등 지역정치인과 여수산단 입주기업 관계자를 포함한 전남도 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팀 등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박창환 경제부지사는 석유화학산업 위기극복을 위해 4분야 39개 사업에 5조 648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산업을 친환경·고부가 산업으로 재편하고 탄소중립형 산업단지 조성과 산업 인프라를 확충함과 아울러 규제개선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전남도의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반기면서도 지방정부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대응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현규 LG화학 상무는 "전남도의 대응 계획은 빠짐없이 잘 된 것 같다"면서 "문제는 스피드와 시간에 달려 있는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대책 마련과 산단 구조개선을 위한 인프라 확충, 환경과 안전 법규 등 상식선의 규제 완화, 불확실성 투자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이 필요하다"고 정부의 대응을 주문했다.
여천NCC 관계자도 "규정이 바뀌거나 추가되면 매번 전체에 대해 허가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기업이 쫓아가기 힘들 정도"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안전과 환경 등 정부차원의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박수성 롯데 케미칼 생산본부장도 관세인하 등 세제지원과 에너지 소통이 될 수 있도록 '집단에너지사업법' 개정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오구했다.
한문선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여수산단은 대내외 불확실한 경제 여건으로 위기상황에 직면했다"며 "정부가 나서 여수산단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선포하고 전기요금 인하 등 우선적이고 실질적인 처방"을 요구했다.
한 회장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수국가산단 주요기업의 올해 1분기 영업실적을 보더라도 A사 312억 원, B사 189억 원, C사 1171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공장을 가동하면 할수록 적자"라며 "장기적인 위기상황이 예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회장은 "안정적인 여수시정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경영안정을 위해서도 정부가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선포하고 실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지역민들의 도움도 당부했다. 그는 "여수지역의 고용, 생산, 재정에 막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여수산단과 지역사회와의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수산단이 곧 우리의 자산이라는 시민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지역사회와 여수산단이 서로 화합하고 공존하며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남도에서 발표한 경쟁력 강화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기업과 지역민이 지혜를 모아 여수 석유화학산업이 조기에 위기를 극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정기명 여수시장도 본지와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특단적 대응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탄소중립 이행, 공급과잉에 따른 범용 석유화학제품 매출 감소 등 침체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여수 석유화학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7월까지 여수시가 징수한 지방세가 2985억 원 에서 올해 7월까지 징수한 세액이 1813억 원으로 국가산단 경영환경 악화로 인한 연간 세수격차가 47.0%로 절반 가까이 감소해 주거환경과 사회복지, 주민편익 사업 등에 지대한 영향이 우려되고 있으며 여수산단 경영악화로 인해 소비문화가 위축돼 문을 닫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특별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 시장은 "여수시도 올해 말까지 산단 석유화학산업 위기대응 마련을 위한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통해 위기를 진단하고, 이를 통해 정책 등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이어 "용역이 완료되면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협력기업을 유치하는 한편 정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건의할 방침"이라며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현재의 당면한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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