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끔’ 자기자본으로 ‘한탕’ 시행사업 바뀔까···정부, PF ‘수술’

윤지원 기자 2024. 11. 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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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파트 공사 현장 /김창길기자

단 5%에 불과한 자기자본으로 아파트 등 각종 건설 개발을 추진해 부동산 시장 부실의 단초가 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구조를 고치기 위해 정부가 칼을 들었다.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당근’과 대출 문턱을 높이는 ‘채찍’을 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세제 혜택을 부여해 리츠 현물출자를 유인한다는 방안은 소수 개발업자에 지나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이 5%에 불과한 현 구조를 2028년까지 20%로 높인다는 기조로 짜였다.

국내 부동산PF 시장은 지난해 12월 기준 230조원에 달한다. 대부분 영세한 시행사가 적은 자기자본으로 고금리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했다. 대출기관은 그렇다보니 PF사업 과정에서 사업성보다 보증을 끼고 돈을 내주는 경향이 많았다. 이로써 시장이 위축되면 PF 현장의 리스크가 시행사에서 건설사, 금융사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시한폭탄’이 됐다.

당국은 연쇄부실의 첫 고리인 시행사의 낮은 자기자본비율부터 고치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일종의 ‘페널티’다. 당국은 시행사의 PF사업 자기자본비율이 너무 낮을 때는 사업에 참여하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위험 가중치를 올리고, 충당금도 더 많이 쌓도록 할 계획이다. 즉, 자본력이 낮은 시행사가 PF사업을 위해 대출을 받을 때 금융회사가 PF사업성을 더 까다롭게 평가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황보창 한국기업평가 평가정책본부 전문위원은 “사업주 자본의 차입 여부까지 조사해 예외없이 반영한다면 PF안정성 강화를 위해 우수한 대안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PF사업에 활발히 참여하면서도 리스크 관리 체계가 부족했던 새마을금고 등에도 새로운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 요건이 도입된다. 제3기관의 객관적 사업성 평가 수단도 들어올 수 있다. 이러한 계획은 내년 상반기 중 금융권 테스크포스(TF)를 통해 구체적 모범규준 개정안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당국, 세제혜택으로 PF 대출→ 현물출자 전환 유도
전문가들 “개인투자자는 참여 어려워”

인센티브도 있다. 토지주가 토지·건물을 리츠(PF사업)에 현물 출자하면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납부이연해주는 세제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지금은 시행사가 고금리 대출을 빌려 토지를 사는데, 그보다 토지주가 토지를 현물 출자해 주주로 참여하면 사업 수익을 나누고 토지 매입 비용도 적게 들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업리츠(UP-REITs)’ 방식이다. 정부는 수도권 주요 지자체 내 100평 이상 주거·상업지역의 나대지 7000만㎡를 현물출자 대상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유휴토지를 통해 임대주택과 국민 투자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리츠 활성화안에 회의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리츠는 장기 안정적 수익을 노리는 기관투자자에게는 적절한 투자 수단이지만 개인투자자들에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토지만 현물출자로 마련하고 나머지 일부를 마련하지 못할 땐 차입조달이 불가피하다. 이때도 세제 혜택을 주면 지나친 규제완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황 위원은 “리츠를 통한 시행의 경우 PF안정화보다는 투자활성화, 시행이익에 초점이 맞춰진 대안”이라며 “대형 금융기관의 부동산 시장 참여는 본질적 PF안정화라기 보다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통한 부동산금융 안정화”라고 말했다. 정준호 강원대 교수도 “이제까지 각종 혜택에도 리츠가 활성화하지 않은 것은 자본시장 자체의 불확실성과 공시 등 정비되지 않은 문제 때문”이라며 “미국같은 나라와 단순 비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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