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인종차별' 대가 이렇게 크다..."한국인 다 똑같이 생겼어" 벤탄쿠르, 7경기 출전 정지 '중징계 유력'
[포포투=김아인]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던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심각한 중징계를 받을 예정이다.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14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는 벤탄쿠르가 팀 동료 손흥민과 관련한 발언으로 인해 장기간 출전 금지 처분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벤탄쿠르는 지난 9월 이 발언으로 인해 잉글랜드 축구협회(FA) 규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인종차별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그는 한 우루과이 방송에서 손흥민이 언급되자, “쏘니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주면 어떤가. 모두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라는 농담을 하면서 손흥민과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 파문을 일으켰다. 아시아인의 생김새가 모두 비슷하다는 말은 동양인에 대한 흔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꼽힌다.
현지에서도 사건을 조명했다. 영국 'BBC'를 비롯해 여러 매체에서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발언을 조명했고, 영국 '타임스'는 벤탄쿠르의 발언이 FA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벤탄쿠르는 논란 직후 개인 SNS에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24시간이 지나고 사라지는 형태의 게시물이었기 때문에 축구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손흥민이 벤탄쿠르를 용서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손흥민은 약 5일이 지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고, 사과를 받았다고 전했다. 토트넘도 공식 채널을 통해 입을 열었지만, 별다른 징계 없이 인종차별에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프리시즌 기간 벤탄쿠르에 관한 질문에 이미 끝난 일이며, 손흥민의 입장을 따르겠다고 말하면서 말을 아꼈다.
FA를 통해 기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는데 약 3개월이 지나서야 기소가 확정됐다. '디 애슬레틱'은 지난 9월 “벤탄쿠르는 손흥민과 관련해 인터뷰에서 남긴 발언으로 인해 FA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벤탄쿠르는 기소 사실에 대해 19일까지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FA는 공식 성명을 통해 “벤탄쿠르는 미디어 인터뷰와 관련해 FA 규정 E3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적절한 행동을 했거나 모욕적인 언행을 사용해 경기의 평판을 떨어트렸을 경우에 해당하는 FA 규정 E3.1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있었다. 또한 FA 규정 E3.2에 정의된 '중대한 위반'을 포함한다. 국적 및 인종, 또는 민족적 기원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발언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그의 기소 사실이 알려진 뒤 다시 한 번 벤탄쿠르를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아스널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고, 둘 모두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했다. 벤탄쿠르는 이미 자신의 말에 대해 사과했고 손흥민도 그것을 받아들였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우리는 인간으로서 항상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늘 그러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 실수한다. 전에도 말했지만, 처벌만 중요한 게 아니라 속죄하고 배우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만약 우리가 모든 것을 이해하고 관용적인 사회를 만든다면 벤탄쿠르가 이번에 저지른 실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그걸 보여줘야 한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일로부터 배우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던졌다.
손흥민도 9월 카라바흐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벤탄쿠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나는 그를 사랑한다. 우리는 좋은 추억을 많이 공유했다. 벤탄쿠르가 나에게 바로 사과했다. 당시 내가 휴가 중이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벤탄쿠르가 내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고, 그가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심정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벤탄쿠르는 그 뒤에 훈련에서 나를 보고 거의 울려고 했다. 정말 미안해 했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실수를 한다. 나는 벤탄쿠르를 사랑하고 우린 형제로서 함께 나아가고 있다. 영국 축구협회(FA)의 절차를 기다려야 하기에 이게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고 벤탄쿠르를 용서했음을 밝혔다.
현지에서는 공식전 7경기 출전 금지를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토트넘 소식에 정통한 폴 오키프 기자는 “벤탄쿠르는 FA로부터 국내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을 것 같다”고 전했다. 영국 '풋볼 런던'은 “벤탄쿠르는 최대 12경기 출전 금지가 가능하고, 카드 관리 실패로 인한 추가 징계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토트넘 소식통 ITK(In The Know) 로 알려진 '포세이돈'도 벤탄쿠르의 7경기 정지를 전망했다.
토트넘은 11월 A매치 기간 이후 빡빡한 일정을 앞뒀다. 리그에서는 24일 맨체스터 시티를 시작으로 풀럼, 본머스, 첼시를 차례로 만나고 사우샘프턴, 리버풀, 노팅엄 포레스트도 기다린다. 토트넘은 현재 5승 1무 5패로 리그 10위에 그쳐 있어 확실한 반등이 필요한데 미드필더 자원들 중에서는 벤탄쿠르가 제 몫을 해주고 있어 그를 전력에 사용하지 못할 경우 타격이 어느 정도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미키 반 더 벤, 히샬리송, 윌손 오도베르, 마이키 무어 등도 부상 중이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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