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내 20위권 사모펀드, 인수 기업 간 '자금 거래' 논란

박종관, 차준호 2024. 11. 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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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에 빠진 인수 기업 살리기 위해 다른 인수 기업의 자금 동원
두 회사 각각 다른 프로젝트펀드로 인수해 LP도 달라
자본시장법상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자 배임 우려 지적
C사 "법 위반 아냐...각사 경영 판단에 따른 결정" 해명
이 기사는 11월 13일 11: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운용자산(AUM) 기준 국내 20위권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인수 기업 간 자금을 돌려막기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자금난에 빠진 인수 기업을 살리기 위해 또 다른 인수 기업의 자금을 활용한 것이다. 자본시장법상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자 업무상 배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S사는 폴리프로필렌 생산업체 K사로부터 지난해 말 기준 97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장기차입금으로 빌려 쓰고 있다. 양사의 자금 거래는 2020년부터 시작됐다. S사는 2020년 K사로부터 70억원을 빌린 것을 시작으로 차입금이 2021년 말 102억원, 2022년 말 97억원으로 늘어났다. 

양사 간의 자금 거래가 문제가 되는 건 두 회사 모두 PEF 운용사 C사의 포트폴리오 기업이기 때문이다. C사는 S사를 2017년 12월, K사를 2019년 12월에 인수했다. C사는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두 회사를 각각 인수했고, 두 프로젝트펀드의 LP는 서로 다르다. 한 기관투자가의 자금으로 인수한 회사가 다른 기관투자가의 자금으로 인수한 회사를 살리는 데 동원됐다는 얘기다.

S사는 C사가 인수한 이듬해인 2018년부터 적자로 전환했다. 2020년 부채비율이 2400%를 넘어선 뒤 2021년부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2020년부터 K사 자금이 S사로 유입되기 시작했지만 S사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102억원, 29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52억원에 달하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회사다. 

K사는 대주주가 C사가 아니었다면 디폴트 위험이 크고, 사업상 시너지도 기대하기 어려운 S사에 자금을 빌려줄 이유가 없다. K사 역시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매출이 전년 대비 23.8% 급감하고, 영업적자와 순손실이 각각 64억원과 102억원에 달할 만큼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다.

S사와 K사에는 C사의 고위 관계자들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C사의 대표는 A사의 대표이사이자 B사의 사내이사다. 두 회사의 경영상의 판단을 사실상 C사에서 하고 있는 셈이다.

C사는 K사의 자금을 S사에 빌려주면서 LP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포트폴리오 간의 자금 돌려막기는 자본시장법상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자 배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 로펌의 자본시장법 전문 변호사는 "운용사(GP)는 PEF나 투자목적회사(SPC)의 이익을 해치면서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며 "운용사가 자본잠식에 빠진 인수 기업을 살리기 위해 다른 인수 기업 자금을 빌려준 건 자금 공급처가 된 회사를 인수한 펀드의 LP들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사는 포트폴리오 간의 자금 거래이긴 하지만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C사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운용사의 펀드와 펀드 간의 자금 거래는 LP 동의가 필요하지만 개별 펀드 내 포트폴리오사 간의 자금 거래는 LP 동의가 필요 없다"며 "S사와 K사 각각 경영상의 판단을 내려 자금을 거래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K사는 유휴 자금을 S사에 빌려주고, 이자 수익을 낸 정상적인 거래라는 게 C사의 설명이다. K사는 S사 빌려준 97억원의 장기대여금에 대해 연 6% 이자를 받아 지금까지 약 23억원의 이자수익을 냈다. S사는 또한 채무 이행 계획에 따라 착실히 차입금을 갚고 있어 디폴트 위험도 없다는 게 C사의 주장이다. C사 관계자는 "97억원은 작년 말 기준이며 이미 차입금 중 상당 부분을 상환했다"며 "운용사가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 양사 간 자금거래 자체를 해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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