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석의 개미생활] 고려아연 하나에 드러난 국장하면 안되는 이유
[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한번쯤은 듣는 얘기다. 하지만 공포가 극에 달한 것처럼 보이는 코스피에는 어쩐지 손이 가지 않는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코로나 팬데믹 수준으로 떨어졌다거나, 주가수익비율(PER)을 봐도 밸류에이션 매력이 충분하다는 등 어려운 말이 담긴 증권사 리포트를 봐도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이같은 느낌은 투자자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자기 전 '이 정도면 바닥이겠지'라고 생각한 주가는 다음날 거짓말처럼 또 떨어진다. 바닥을 뚫은 코스피는 지금 지하실을 20층 정도 더 파고 있는 것 같다.
'국장'(국내 증시)을 하면 바보라고 한다. 트럼프에 환호하며 상승하고 있는 뉴욕과 코인을 두고 수익률 전 세계 꼴찌 시장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국장에 투자하면 안되는 이유가 최근 고려아연 주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고려아연은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했던 9월부터 폭등했다. 9월 2일 54만원이었던 주가가 한때 154만원까지 치솟았고, 여전히 100만원대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고려아연이 '국장을 해야 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려아연의 주가가 왜 올랐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실적은 그대로고, 내년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주가가 움직인 이유는 경영권 단 하나였다. 동업을 하던 두 가문이 서로 경영을 하겠다고 싸우자 주가가 치솟았다. '밸류업 지수'보다 '경영권 다툼 지수'를 만드는 것이 주가 부양에는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다툼에 '주주가치 제고'를 팔았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했지만, 자사주 매입의 목적이 주주가치 제고가 아님을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호재다. 자본은 그대로인데 주식 수가 줄어드는 것은 결국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의 가치를 높여 준다.
하지만 이같은 자사주 매입 배경에는 상대 측의 공개매수가 있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자가 지분 매입에 들어가자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 주식을 사고, 이를 소각해 의결권을 소각하겠다는 의미였다.
66만원에서 시작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75만원, 83만원으로 높아졌고 89만원에 끝났다. 한 쪽은 이를 통해 지분을 5% 늘렸고, 회사는 사들인 주식을 소각해 경영진의 주주가치를 높였다.
문제는 공개매수 직후의 유상증자였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빚을 내서 주식을 사들였던 회사가 이번엔 주식을 새로 발행해 빚을 갚겠다고 했다. 신주의 가격은 첫 공개매수 가격과 비슷한 수준의 67만원이었다.
유상증자 발표 당시 고려아연의 주가는 154만원이었다. 하지만 발표 직후 하루 만에 46만원이 넘게 내렸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는 결국 회사 돈으로 회장님의 경영권을 방어해준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사회가 이를 승인했고, 투자자의 주식 가치는 경영진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당국이 여기에 제동을 걸긴 했지만, 경영권 분쟁이 끝나고 시장이 잠잠해진 뒤 다시 유상증자를 결정한다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결국 폭등한 주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결국 회사는 여전히 오너를 위한 경영을 하고 있고, 당국은 이를 견제할 수 없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개인 투자자 역시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주가가 내릴 때 종목 토론방을 보면 "아직 탈출 못한 '흑우'(호구를 빗대어 표현한 신조어) 없지?"란 말이 나오고 주가가 오르면 "이걸 안 사?" 라고 한다.
기업의 기초 체력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풍문에 기대 단기적 호재와 악재에만 반응하는 투자 역시 국장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일 수 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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