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추가비용”, 예비부부 호갱 만드는 ‘묶음 스드메’…가격표시제 도입

정부의 결혼시장 실태조사 결과, 신혼부부 대다수가 예식장 외에도 스튜디오 촬영(86.1%), 드레스(91.7%), 메이크업(91.8%) 서비스를 이용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신고·등록 없어도 사업 운영이 가능한 결혼서비스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올해 안해 ‘결혼서비스법’ 제정을 추진한다. 결혼식장 대관료와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가격 공개를 의무화 하기로 했다. 기본금과 각종 추가금 등 세부 가격 공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14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결혼서비스 발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결혼식 비용이 청년층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소비자 불만도 증가함에 따라 제도 개선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정부는 올해 12월 주요 예식장 및 대행업체들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내년 상반기 중 가격표시제를 자율 시행한다. 자율 가격표시제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기본품목과 주요 선택품목 가격을 업체별 여건에 따라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고, 상담·계약 시 소비자에게 상세하게 설명하게 된다.

가격표시제 의무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의무화 추진에 앞서 ‘결혼서비스법’ 제정에 나선다. 현재 결혼서비스 업체들은 별도 신고·등록이 필요없는 탓에 가격표시제 의무화를 시행해도 주소·연락처 등을 확인할 수 없어 이행점검이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올해 안에 여성가족부가 법안을 제정해 국회에 제출하고, 법 제정이 완료된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고시를 개정해 가격표시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결혼시장 실태조사 결과도 처음 공개됐다. 지난해와 올해 결혼한 신혼부부 995쌍과 결혼준비 대행업체·예식장 등 관련 업체 등을 조사했다.

신혼부부들은 결혼 서비스에 평균 2468만원을 지불했다. 이 가운데 결혼식장과 스드메 비용이 2300만원에 달했다.

특히 신혼부부 82.4%가 ‘스드메 묶음 상품’을 이용했다. 결혼 준비 대행업체 소속 웨딩플래너를 소개받은 스드메 업체 전부 또는 일부 업체를 묶어 통으로 계약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묶음 상품에 대한 가격 및 환불 정보 제공이 불투명해 소비자 불만과 피해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묶음 상품을 이용한 신혼부부 가운데 개별 상품 가격을 고지받은 경우는 34.3%에 그쳤다. 구체적인 환불기준을 안내받은 신혼부부도 37.3%에 불과했다.

묶음 상품을 이용한 신혼부부들의 1위 불만 사항은 ‘과도한 추가금액 발생’(21.4%)으로 나타났다. 스드메 진행에 반드시 필요한 항목인데도 기본금에서는 제외하고 안내한 뒤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식이다. 스튜디오 촬영의 사진 파일 구매비용, 드레스를 입어보는(피팅) 비용, 오전 7∼8시 시작할 경우 부과되는 메이크업 얼리 스타트비용 등이 대표적이다. 스드메 묶음 상품의 평균 최종지불 금액 520만원 가운데 추가 금액은 174만원에 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결혼 서비스 시장은 재구매 가능성이 낮아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불만을 제기할 유인이 부족한 탓에 시장의 자정 기능에 한계가 있다”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시장 기능 회복을 지원하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