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내 자녀에게 7000만원 비과세로 물려주는 법
알아두면 좋은 증여세
10년 단위로 증여하면
각각 증여에 개별 과세
상속보다 유리할 수 있어
"자식에게 자산을 하루빨리 온전하게 증여하고 싶고, 노후도 탄탄히 대비하고 싶어요." 이번 상담을 진행하는 부부의 솔직한 심정이다. 가진 돈을 탈탈 털어 자녀에게 자산을 미리 물려주고 싶어 하지만, 큰돈을 한꺼번에 증여하면 세금폭탄을 피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와 함께 증여 플랜을 짜봤다.
곧 성인이 되는 아들(19)에게 미리 자산을 물려주려는 오상훈(가명·50)씨와 아내 이혜영(가명·46)씨. 부부는 현금 7000만원을 증여해 세금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러면 부부의 노후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부부가 나름 저축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 저축 규모론 다가오는 은퇴 이후의 삶을 대비하기가 만만찮다. 증여도, 노후 준비도 모두 성공하고 싶기에 부부는 필자에게 도움을 청했다.
부부와 함께한 1·2차 상담까지의 결과를 되짚어보자. 부부의 월소득은 690만원이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450만원을 벌고, 아내가 아르바이트나 부업 등을 해서 24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585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67만원, 금융성 상품 47만원 등 699만원이다. 한달에 9만원씩 적자가 나는 셈이다.
부부는 곧바로 '지출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정기지출 175만원(585만→410만원), 비정기지출 8만원(67만→59만원) 등 183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적자 9만원을 빼면 총 174만원을 여유자금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여유자금이 상당부분 모였으므로 부부가 그토록 원하던 증여를 할 수 있을 듯하다. 이제는 '어떻게 증여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때다. 그냥 현금으로 7000만원을 줘도 되지만, 그보다는 간접투자상품과 직접투자상품에 적절히 배분해 증여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이렇게 하면 아직 돈 쓸 일이 없는 자녀가 투자상품을 운영하면서 경제관념을 익힐 수 있고, 잘 굴린다면 수익도 노려볼 수 있다.
증여에 관해서도 알아둘 게 있다. 증여엔 크게 2가지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10년 단위로 증여하면 각각의 증여에 개별적으로 과세가 붙는다는 점이다. 또다른 특징은 성인이 되기 전에는 2000만원, 성인이 된 후에는 5000만원까지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다. 종합하면 10년 단위로 자녀의 나이에 걸맞은 액수를 증여하면 세금을 내지 않고 7000만원을 모두 증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부는 이점을 활용해 7000만원 중 2000만원만 자녀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10년 뒤에 5000만원을 증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위해 필자는 부부에게 코스피지수나 미국 인덱스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장기투자에 적합한 상품을 추천했다. 우량주식을 모은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유지하면 수익을 낼 확률이 높다. 매월 배당금을 지급하는 '배당성장 ETF'도 들고 있어볼 만하다. 부부는 이들 상품 중 배당성장 ETF와 미국 인덱스펀드에 2000만원을 적절히 분배해 자녀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10년 뒤에 나머지 5000만원을 같은 방식으로 증여할 계획을 세웠다.
골치 아팠던 증여 문제를 해결했으니, 이제 부부의 노후를 준비해 보자. 부부가 준비해야 할 재무 이벤트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노후준비고, 둘째는 자녀의 대학 등록금이다. 올해 수능을 치르면 당장 내년에 대학에 입학해야 하므로, 손해보는 일 없이 안전하게 돈을 모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50만원짜리 적금통장을 만들어 대학 등록금을 준비하기로 했다. 한학기 등록금은 갖고 있는 현금 7000만원 중 5000만원에서 사용하기로 했다. 이 5000만원은 이후 2차 증여액으로 쓸 계획이다.
노후 준비를 위해 부부는 기존에 납입 중이던 연금저축펀드의 액수를 15만원에서 50만원으로 늘렸다. 이 펀드는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고, 세금공제가 탁월하다.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실적 배당형 상품이어서 수익만 잘 나온다면 납입금 대비 많은 액수의 연금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투자상품이므로 원금 손실의 위험성은 감수해야 한다.
만약을 위한 비상금 통장도 만들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필자는 상담자들에게 곧바로 인출이 가능한 CMA통장을 비상금 통장으로 추천한다. CMA통장이 투자상품임에도 은행 통장처럼 곧바로 인출과 송금이 가능해서다.
하지만 현재 부부에게 당장 목돈이 빠져나갈 만한 이슈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적금통장(월 50만원)을 하나 더 만들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안전하게 수익을 내면서도 목돈을 모으는 효과도 가질 수 있다. 만기가 된 이후에는 CMA통장으로 옮겨서 관리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적립식펀드에도 39만원씩 납입한다. 적립식펀드도 연금저축펀드와 마찬가지로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는 투자상품이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납입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도 적립식펀드의 장점으로 꼽힌다. 물론 이것도 원금 손실의 우려가 있으므로 안전성의 비중을 조금 더 높여 우량주 위주로 투자하기로 했다.
이렇게 부부의 재무 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부부는 174만원을 자녀 대학 등록금 마련(적금 50만원), 노후 준비(연금저축펀드 35만원), 비상금 마련(적금 50만원), 적립식 펀드 투자(39만원)에 골고루 사용했다. 자녀가 비과세로 5000만원을 증여받기까진 아직 10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데, 이점도 부부에겐 어찌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급전이 필요한 사태가 벌어지면 5000만원에서 필요한 만큼 떼어 쓰면 되기 때문이다. 쓴만큼 나중에 적금통장에서 인출해 채워 넣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이렇게 놓고 보니, 부부가 필자와의 상담 없이 무턱대고 7000만원을 전부 증여했으면 세금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손해를 봤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부디 부부가 앞으로도 심사숙고해서 노후를 잘 준비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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