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군사원조 끊으면…우크라 몇 달만에 원자탄 개발 가능"
1945년 나가사키 투하 원자탄과 유사한 기초 수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만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끊을 경우, 우크라이나가 몇 달만에 원자폭탄을 개발할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 측 보고서 내용이 공개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사분야 싱크탱크 '군, 전환, 군축 연구 센터'(CACDS)가 우크라이나 국방부에 제출한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실렸다.
이 보고서는 13일(현지시간) 열릴 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1945년 7월 미국이 뉴멕시코주에서 한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 '트리니티'와 그 다음달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한 '팻 맨'과 유사한 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의 일부였을 시절에 확보한 상당한 수준의 핵 기술을 유지하고 있는데다가, 러시아에 점령당하지 않고 가동중인 원자로가 아직 9기에 이른다.
여기서 추출할 수 있는 플루토늄의 양은 7t(톤)으로 추정되며, 이 정도면 TNT 환산 위력이 수kt(킬로톤) 수준인 전술핵무기를 수백 개 만들 수 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우크라이나 국립전략연구소 소속 전문가 올렉시 이자크는 "(수kt급 전술핵무기 하나면) 러시아 공군기지 하나를 완전히 파괴하거나 집중된 군사, 산업, 물류시설을 파괴하는 데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루토늄 기반 원자탄을 만들려면 까다롭고 정교한 내폭(內爆·implosion) 설계가 필요하다.
내폭은 밖으로 팽창하도록 터트리지 않고 안쪽으로 부피가 짜부라지도록 터트리는 것을 뜻한다.
이 기술이 까다롭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위한 기술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젤렌스키는 만약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 불허된다면 국가 안보를 위해 핵무기가 필요해진다는 입장을 트럼프에게 밝혔다고 미국 대선 전인 지난달에 공개한 바 있다.
보고서는 또 우크라이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우크라이나의 NPT 비준은 1994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이 핵무기를 포기하되 미국, 영국, 러시아가 이 국가들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조건으로 이뤄진 것이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말 옛 소련 붕괴 직후에 전략 핵탄두 1천734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하지만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체결 후 1996년에 핵무기를 포기했다.
보고서는 "핵무장국인 러시아연방이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위반한 점은 (우크라이나의) NPT 탈퇴에 형식상 근거가 될 수 있으며 1994년 초 (우크라이나의) 비핵화 선택을 재고하는 도덕적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를 제작한 CACDS의 발렌틴 바드라크 소장은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한다면 우크라이나인 수백만명이 죽임을 당할 것"이라며 미국의 무기 지원이 아예 끊기는 것이 아니라 감소하기만 해도 전장에는 파멸에 이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측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개발하더라도 핵탄두를 실을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에 최소 5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나, 바드라크는 1년 안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바드라크는 "6개월이면 우크라이나가 사정거리 1천km 미사일을 만들어 장거리 탄도미사일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렉시 이자크는 미국이 러시아의 핵 위협을 너무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며 "(미국이) 마치 핵무기가 일종의 신(神)인 것처럼 취급하니, 우리도 이 신에게 기도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핵 개발 의도를 부인하면서 NPT 탈퇴 의사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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