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 앞 서성이는 어머니…철문 닫혀도 굳건한 ‘모성애’ [2025 수능]

박화선 기자 2024. 11. 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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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타들어가는 ‘N수생’ 부모들…“무탈하게 시험 봤으면”

■ 2025 수능 이모저모

2025학년도 수능일인 14일 오전 7시40분께 경기도교육청 제30지구 제17시험장 수원특례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학부모 한 명이 기도하고 있다. 김한울기자


○…교문 앞 서성이는 어머니…철문 닫혀도 굳건한 ‘모성애’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오전 7시40분께 경기도교육청 제30지구 제17시험장 수원특례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 정문 앞. 학부모 이미란씨(49·여)는 수험생인 딸을 시험장까지 바래다 줘. 이후 한참 동안 학교 쪽을 바라 본 이씨는 딸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입실 시간이 끝나 정문이 굳게 닫힌 뒤에도 차마 정문 앞을 떠나지 못해.

이씨는 “막상 딸을 보내고 바로 가려고 했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더라”며 “최선을 다한 만큼 딸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바람을 전해.

○…후배들도 응원 나서…“우리 미래의 모습”
같은 날 오전 8시께 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4명은 시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선배들을 신기하게 쳐다봐. 학생들은 미래 자신이 시험장에 들어갈 모습을 상상하며 담담하게 대화를 나눠.

유은성(가명·18)군은 “1년 뒤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떨린다”며 “선배들이 수능 잘 보고 원하는 대학에 다 갔으면 좋겠다”고 밝혀.

14일 오전 8시12분께 성남 분당고교 정문 앞에서 검정색 점퍼를 입은 한 수험생이 정문이 아닌 쪽문으로 황급히 입실하고 있다. 오종민기자


○…"정문은 못 들어가! 쪽문으로 들어와"…수능 지각자
14일 오전 8시12분께 경기도교육청 제31지구 제11시험장 성남 분당고 정문 앞. 검은색 점퍼를 입은 수험생 A군이 다급한 모습으로 부모님의 차에서 내리며 도착.

이어 굳게 잠긴 정문을 보며 망연자실하려는 찰나 주변 시민들이 “정문은 안 돼. 쪽문으로 빨리 들어가!”라고 소리쳐.

이 소란을 들은 감독관 역시 “지금 얼른 옆문으로 들어오세요”라고 말해. 이에 A군은 상기된 표정으로 “정말 감사하다”며 헐레벌떡 시험장으로 들어가.

○…“응원은 당일 날 직접 해야죠”…수험생 응원 나선 학원·청소년지도단체
오전 7시30분께 분당고 정문 앞에서 인근 입시학원에서 나온 선생님들이 “준비한 대로 시험 잘 보세요”라며 응원에 나서.

비교적 따뜻한 날씨였지만, 직접 준비한 핫팩을 수험생 한 명 한 명에게 건네주며 온기를 전달하려고 해. 김혜정씨(가명·50대)는 “올해는 의대증원으로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다시 수능에 참여해 경쟁이 치열할 것 같지만 떨지말고 시험 잘 보길 바란다"고 응원 메세지 전해.

청소년지도단체에서 응원에 나서기도. 수내1동 청소년지도협의회 관계자 2명이 ‘수능 대박 기원합니다!’, ‘온우주의 행운이 너에게 닿기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수험생들에게 “시험 잘 보세요! 화이팅”라며 격려해.

고영길 수내1동 청소년지도협의회 위원장은 “부모 마음으로 수험생들이 실력을 100% 발휘해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것이 가장 좋다. 부모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라며 “수능 전날 예비소집일에 응원을 많이 하는 데 진짜 응원은 수능 당일 날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나오게 됐다”고 말해.

14일 오전 8시13분께 성남 분당고 정문 앞. 한 수험생의 어머니가 아들이 두고간 수험표와 시계를 감독관에게 건네주고 있다. 오종민기자


○…"우리 아이에게 전해주면 안 되나요"…수험생 부모들의 간곡한 호소
같은 날 오전 8시13분께 경기도교육청 제31지구 제11시험장 성남 분당고 정문 앞. 멀리서부터 요란하게 달려오던 검은색 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정차.

이어 조수석에서 한 수험생의 어머니 B씨가 급하게 내렸지만, 정문 굳게 닫힌 상태. B씨는 어쩔줄 몰라하며 문 너머의 감독관에게 “아이가 수험표 등 물건을 두고 갔다”라고 호소.

이에 감독관은 B씨를 쪽문으로 유도해 ‘수험표와 시계’를 건네 받아.

그로부터 불과 5분 뒤인 8시18분께 이번엔 하얀색 SUV차량이 다급하게 정차. 역시 한 수험생의 어머니 C씨가 내려 감독관에게 ‘아이가 시계를 두고 갔다 전해 달라’고 요청.

시계를 받은 감독관이 시험장으로 향하자 C씨는 그제야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차를 타고 떠나.

14일 오전 경기도교육청 제35지구 제20시험장인 안양 부안중학교으로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박화선기자


○…“특별히 떨리지는 않아요”…담담한 수험생들
14일 오전 7시10분께 경기도교육청 제35지구 제20시험장인 안양 부안중학교 정문 앞. 학부모의 차량을 통해 시험장에 도착한 수험생들은 가방과 도시락을 챙겨 가족들의 포옹과 조용한 응원 속에 차분히 교문 안을 들어서는 모습.

교문 앞에서도 친구들의 전화 응원을 받고 있는 재수생 이채원 양(19)는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도 가족들의 따뜻한 배웅을 받아 도움이 됐다”며 “지난해 보다 특별히 떨리지는 않는다”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어제 밤에도 오답노트를 보며 평온한 하루를 보냈다고 전해.

○…속 타들어가는 ‘N수생’ 부모들…“무탈하게 시험 봤으면”
같은 날 오전 8시께 안양 부안중 앞에서 학부모 D씨(50대, 여)는 딸이 삼수생이라며, 지난해 재수할 때는 그나마 가까운 학교에 배정 받아 아침이 여유로웠는데 이번에는 차를 타고 와야해서 조금 부담스러웠다고 전해.

이어 “아이가 공부를 더 해보겠다고 해서 삼수까지 왔고 이번엔 아이가 원하는 꼭 학교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특별하게 잘 보라는 응원보다는 무탈하게 시험을 보고 오길 바란다”고 밝혀.

또다른 학부모 F씨(50대, 남)도 재수생인 딸이 혹시나 필요한 것을 찾을까봐 자리를 뜰 수 없다며 한참을 교문 밖에서 대기하는 모습. F씨는 작년에 시험을 본 친구 딸이 시험장에서 지우개를 찾는 일이 있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아이가 찾으면 뛰어가겠다는 마음으로 대기하는 중이라고 말해.

한편, 경기소방재난본부는 오전 6시부터 오전 8시40분까지 총 1건의 수험생 지원활동을 했다.

이날 오전 8시4분께 이천 효양고등학교 시험실에 입실한 한 남학생이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는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진행, 해당 수험생은 보호자에게 인계됐다.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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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수능 수험장 현장…웃고 울고, 모두 좋은 결과 얻길 [2025 수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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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선 기자 hspark@kyeonggi.com
김한울 기자 dahan810@kyeonggi.com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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