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뉴스타파 기자 처벌 의사' 물어봤더라면

장슬기 기자 2024. 11. 14.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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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물었어야…이번 재판으로 '공소기각' 필요성 사회적 합의 얻길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2024년 11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질문 기회를 얻기 위해 손을 들고 있는 기자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대통령 기자회견은 명태균씨와 김건희 여사와 관련 문제가 기자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다는 비판은 누적된 문제이고 최근 명태균 녹취가 알려지면서 여론조작과 공천개입 의혹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은 타당했지만 그럼에도 '윤석열 명예훼손(뉴스타파 vs 윤석열)' 사건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은 건 아쉬운 지점이다.

1년2개월 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10명 이상의 검사를 투입해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을 꾸려 언론인과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에 나섰고 3000여명의 시민을 향한 대규모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수사 전부터 대선후보 검증 언론보도를 이미 '여론조작'으로 규정한 것부터 언론자유 침해로 보기 충분했다.

지난 7월 검찰은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윤석열 중수2과장(주임검사)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다룬 2022년 3월6일자 뉴스타파 보도가 허위라며 해당 보도에 나오는 녹취 당사자인 김만배·신학림도 함께 기소했다.

대통령은 수시로 '가짜뉴스'를 언급하고 있다. 뉴스타파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할 무렵인 지난해 9월4일 당시 장제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뉴스타파 “폐간”을 언급했고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은 “그게 바로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라며 화답했다.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9월11일 “대선조작 공작사건은 사형에 처해야 될 중대한 반국가범죄”라고 했다.

이는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 여당 지도부와 검찰이 대선 후보 검증 보도를 대하는 방식이다. 검찰은 해당 보도가 허위라며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지난 12일 5차 공판까지 수차례나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에서 허위사실이 무엇인지 특정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했다.

▲ 검찰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은 아직 '피해자 윤석열'의 처벌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다.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즉 재판 진행 도중 윤 대통령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면 법원은 공소기각을 결정한다. 유무죄를 가리지 못한 채 재판이 중단되는 것이다.

앞서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에 '처벌불원'에 대한 윤 대통령 입장을 물었다. 대통령실은 “요청 자료가 공개되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답변하기 어려움을 양해해달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에게 직접 물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재판에서 피고인 신학림 측과 김용진·한상진 측은 윤 대통령을 증인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에게 무엇이 허위이며, 어떠한 명예를 훼손당했는지 직접 들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증인신청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도 이번 기자회견에서 필요했던 질문이다.

지난달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선 검사 출신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명예훼손' 재판에서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해 불필요한 내용을 공소장에 적은 문제를 지적하며 공소기각 필요성을 제기했다. 황정수 서울남부지법원장은 “(검찰의) 일종의 편법”이라며 “(공소기각) 취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 지난달 22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황정수 서울남부지법원장(왼쪽)과 박균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국회방송 갈무리

명예훼손 사건에서 어떠한 부분이 허위인지 명확하게 적지 않을 경우 피고인들은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이는 부실수사의 결과이기도 하다. 김만배·신학림·김용진·한상진이 피해자 윤석열을 어떤 허위사실로 비난했으며, 이들이 언제·어디서·어떻게 허위보도를 공모했는지 물증이 나왔다면 검찰의 공소장이 70여쪽에 달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또 재판부 지적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는데도 허위부분이 어딘지 알 수 없어 재판부는 오는 19일 허위 부분을 특정하기 위한 서증조사 기일을 별도로 잡았다. 공권력 남용이자 사회적 낭비다.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와 기소를 중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소기각이지만 소위 '탈탈 털린' 피고인으로선 유무죄 판단이라도 받아야 일련의 일을 매듭지을 수 있다. 공판을 참관하고 있는 이범준 뉴스타파 객원기자의 칼럼엔 이러한 딜레마가 느껴진다.

“뉴스타파 기자들은 무죄판결을 원한다. 공소기각은 결정이든 판결을 통하든 사건에 대한 실체 판단이 없기 때문이다. (중략) 하지만 모든 시민이 뉴스타파 기자처럼 법정에서 싸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검사가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검찰청으로 출석을 요구하고, 법원에 공소를 제기하는 순간 개인의 삶은 붕괴하기 시작한다. 직장에서는 사표 압박을 받고, 가정에는 균열이 일어난다.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사는 집을 담보 잡혀야 한다. 이런 불법 기소를 중단시키고 통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대법원 판례(2009도7436)와 형사소송법(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석열의 봐주기를 증명해 무죄를 받겠다는 뉴스타파 기자들의 바람이, 국민을 겁주고 고통스럽게 하는 불법 수사를 통제하는 일보다 중요한 가치일 수는 없다.”(10월28일자, <그렇다면 법원은 공소기각을 준비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법원은 검찰의 이러한 공소유지를 허용해선 안 된다. 강압적이면서도 부실했던 수사였고 '편법'이며 인권침해다. 적어도 정식 공판에 돌입하기 전에 공소기각을 했어야 한다. 검찰이 신청한 핵심 증인은 16명이다. 1명당 2~3주, 지금 같은 신문 속도라면 재판은 내년 내내 진행될 예정이다. 재판을 1년 이상 진행했을 때 느닷없이 윤 대통령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는 게 최악의 상황이다. 대통령실이 “희대의 사건”이라고 한 만큼 이번 사건의 최종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번 재판을 계기로 검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법원의 과감한 공소기각의 필요성이 사회적 합의를 얻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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