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향한 진심…보령, 계열사 통해 1750억원 확보한 이유는?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보령(003850)이 보령파트너스를 대상으로 17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오너 3세’ 승계 구도를 굳히는 한편, 우주 헬스케어 사업은 더욱 추진력을 얻게 됐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령은 지난 4일 계열사 보령파트너스를 대상으로 175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신주는 보통주 1809만7207주이며, 신주발행가액은 9670원으로 기준주가(1만740원) 대비 10% 할인했다. 납입일은 오는 13일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오는 29일이다.
유증대금 납입되면 김정균 대표 지분 승계 완료
김정균 대표가 직접 보유하고 있는 보령 지분도 1.19%에서 0.94%로 감소하지만 보령홀딩스(6.64%)와 보령파트너스(18.35%)를 통해 갖고 있는 보령 지분을 합하면 25.92%의 지분을 갖게 된다. 김 대표 보유 지분이 김 회장 지분(21.4%)보다 많아지면서 사실상 지분 승계를 마치게 된 셈이다.
김 대표는 경영 승계에 이어 지분 승계까지 완료하면서 신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유증 공시에서 눈 여겨볼 대목은 타법인 증권 취득에 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보령은 조달 자금 중 500억원을 시설자금에 쓰고, 750억원을 운영자금, 500억원을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500억원이 우주 헬스케어 사업과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보령이 지난 6월 알짜 자회사인 보령바이오파마를 3200억원에 매각하고 7월에는 사옥인 보령빌딩을 1315억원에 매각한 것도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당시 보령은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의 용처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보령바이오파마 매각 대금 중 일부를 이번 유증에 활용하면서 이러한 예측이 어느 정도 적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 우주 헬스케어 사업에 추가 투자 가능성 ↑
우주 헬스케어 사업은 김 대표가 대표이사로 승진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온 보령의 신사업이다. 보령은 2022년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을 추진 중인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에 6000만달러(약 65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이후 우주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액시엄 스페이스 외에도 바이보헬스(ViBo Health), 딥스페이스바이올로지(Deep Space Biology), 엑스토리(Xtroy), 나노파마솔루션스(Nano Pharmasolutions) 등 8곳에 추가 투자한 것이다. 지난 1월에 액시엄과 설립한 합작사 브랙스 스페이스(BRAX SPACE)에 출자한 금액까지 합하면 올해 상반기 말 장부가액 기준으로 896억원에 달한다. 브랙스 스페이스의 출자 비율은 보령이 51%, 액시엄이 49%이다.
김 대표는 우주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고 있다. 김 대표는 “보령은 장기적으로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는, 국가와 인류의 미래에 꼭 필요한 투자를 할 것”이라며 “보령은 제약 사업을 기반으로 국가의 필수의약품 자급 및 인류의 우주 개척이라는 흐름 속에서 확장의 기회를 탐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지에선 액시엄 스페이스가 경영난에 직면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보령의 투자 현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액시엄 스페이스는 올해에만 두 차례 정리해고를 실시하고, 직원들에게 급여 지급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등 경영난에 빠졌다. 지난 8월에는 공동 창립자 마이클 서프레디니(Michael Suffredini)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김새미 (bir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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