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과잉 공급·내수 부진에…철강업계, 끝없는 불황 터널

국내 1·2위 철강사 포스코·현대제철 나란히 실적 부진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 소폭 개선 전망…트럼프 2기 철강수입 규제 강화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국내 2위 철강회사인 현대제철이 경북 포항 2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것은 중국발 과잉 공급과 저가 공세,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장기화한 불황의 영향이 크다.

1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제강과 압연 공정 관련 시설을 갖추고 현대제철 전체 생산량의 약 3% 수준인 경북 포항 2공장을 폐쇄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경기 침체로 가동률이 떨어져 고심하다 생산과 운영 효율성은 높이기 위해 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근 1위 철강사인 포스코도 최근 그룹 차원의 저수익 사업 및 비핵심 자산에 대한 구조개편 작업을 진행하면서 저수익 사업으로 분류된 중국 장쑤성(江蘇省)의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장가항포항불수강은 포스코가 해외에서 처음으로 스테인리스 일관 생산 설비를 구축한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 장가항 스테인리스 사업이 중국 경기 회복 지연과 공급 과잉 등의 여파로 1억3천만달러(약 1천812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자 매각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철강 업황 불황은 중국 경기 침체와 맞물린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발 저가 철강 제품 공세 속에 최근 국내 철강 업계의 '뉴노멀'로 굳어진 모양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기대에 못 미쳐 글로벌 철강 경기 자체가 가라앉은 상황인 데다, 국내 내수 수요까지 하락하면서 철강 업계로선 장기적인 수익성 악화 위기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위기는 국내 1·2위 철강사인 포스코스룹과 현대제철의 최근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포스코그룹의 경우 철강 부문에서 포스코 3분기 실적이 매출 9조4천790억원, 영업이익 4천380억원으로 각각 작년 3분기보다 2.0%, 39.8% 감소했다.

포스코 고로 개수 등의 영향으로 생산과 판매는 증가했지만 수요 침체에 따른 밀마진(제강소 마진) 축소에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철강 부분의 3분기 매출은 5조2천79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70억원으로 작년 3분기(710억원)보다 90.1% 줄었고, 전 분기(200억원)보다도 65.0% 감소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중국의 철강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하락해 중국 법인 등의 수익성이 악화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51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5조6천24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5% 감소했다. 순손실은 162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 현대제철을 "건설경기 침체, 중국산 저가 수입재 유입 증가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부가 제품 수요를 확보하고 탄소저감 제품을 개발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원전, 방산 등 성장산업의 신규 수요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철강 업황이 내년에는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12일 발표한 '2025년 철강금속 산업 전망' 리포트에서 내년 글로벌 철강 수요는 소폭이지만 4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미와 유럽 등의 철강 수요 증가와 인도의 고성장 추세를 배경으로 꼽았다.

중국의 내년 철강 수요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역성장 이후 올해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철강 수입 규제를 강화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에는 더욱 부담이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트럼프 1기 때의 관세와 쿼터 규제가 유지되고 있지만, 바이든 정부에서 대(對)세계 수입량이 다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미국 철강 수입시장에서의 국가별 점유율을 보면 캐나다 26.1%, 브라질 13.5%, 멕시코 11.3%에 이어 한국은 5.9%로 4위를 기록했다.

현대차증권은 "트럼프 2기에서 철강 수입 장벽을 추가로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선 멕시코가 대상일 수 있지만 한국도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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