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세 “조용필 형님 덕에 뒷짐 지고 쫓아가…아티스트에게 퇴장은 없다”
예순 넘어도 댄스가수 꿈꿔…"비가 내 라이벌"
창작의 고통 여전…그래도 은퇴 무대는 안 해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조용필 형님 덕에 뒷짐 지고 쫓아갑니다. 나이 예순 중반에 비(정지훈)처럼 춤을 추는 게 꿈이자 로망이죠. (웃음)”
40여 년이 지나도 ‘창작의 고통’은 여전했다. 그럼에도 ‘열정’은 식지 않았다. 그의 삶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늘 음악 안에 있었다.
가수 이문세는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정규 17집 제작발표회에서 ”앞으로 20년은 끄떡없이 (음악을) 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이 자리에서 이문세는 2025년 완성을 목표로 한 정규 17집 수록곡 2곡 ‘이별에도 사랑이’와 ‘마이 블루스’를 공개, 그간의 앨범 준비 과정을 공개했다. ‘이별에도 사랑이’는 연인과의 이별을 넘어 인생에서 겪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다양한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발라드다. 지금 이 가을에 어울리는 곡이다. 이문세는 “4분의 3박자 편안한 왈츠 리듬에 실은 내 마음을 가을 하늘에 툭 던지고 싶은 노래”라고 했다.
‘마이 블루스’는 가수로 살아온 긴 시간을 담아낸 그의 감정들을 진솔하게 적었다. 이문세가 직접 작사·작곡했다. ‘인생은 가는 거, 누구나 가는 그 길, 꽃잎 하나 떨어지네…박수 한 번은 받아봤으니까, 내 인생 끝이어도 난 좋아’라는 노랫말엔 40여 년 무대에서 살아온 그의 정서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문세는 이 노래를 언급,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대중에게 박수 크게 받았으니 내 인생에서 밑질 것은 없었다. 여한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수 쳐주는 사람이 객석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마이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은퇴 공연은 하지 않는다는 게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이문세는 1978년 CBS ‘세븐틴’ MC로 데뷔, 1983년 1집 ‘나는 행복한 사람’을 내고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이름 옆엔 무수히 많은 히트곡이 남아 지금도 회자된다. ‘소녀’, ‘난 아직 모르잖아요’, ‘사랑이 지나가면’,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옛 사랑’, ‘광화문 연가’, ‘붉은 노을’ 등 수많은 인기곡이 나왔다. 이문세의 노래들로만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도 현재 공연 중이다.
“마이크를 잡고 대중 앞에서 노래한 지 40년이 넘었어요. 중간에 힘든 과정도 있었고, 넘어야 할 강과 산과 무릉도원도 있었죠. 40년 이상 (대중의) 박수를 놓치지 않고 외면받지 않았기에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어요.”
그는 오랜 기간 음악을 할 수 있는 비결로 “다른 부업이나 사업을 하지 않고 음악만 하는 단순한 사고”를 꼽았다. 스스로는 “복잡하지 않은 삶 덕분이다. 나는 이완과 집중을 비교적 잘 지키는 아티스트”라고 했다.
하지만 음악을 할수록 창작의 고통은 따라온다. 그는 “예전엔 아무것도 모르고 음악을 만들어 씩씩하게 해왔다”며 “이제는 창작의 고통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다. 조금 더 면밀하고 세심하게 분석하고 완성도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있다. 그러다 보니 전에 비해 새 음악을 만들기가 쉽지 않고 더뎌지고 늦춰진다”고 말했다. 정규 17집의 발매일을 못 박지 못한 이유다.
그러면서 “1집 앨범을 냈을 땐 앨범을 17장씩 내는 가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주어진 시기에 주어진 환경에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간 것이 쌓여 16집까지 내게 됐다”며 “이번에도 한 장의 앨범을 완성시키기 위한 곡들이 쌓여나가야 떳떳하게 앨범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명실상부 ‘공연의 왕’인 그는 시즌제 콘서트 ‘씨어터 이문세’를 매회차 매진시키며 여전한 티켓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엔 팬들의 요청으로 현재 진행 중인 ‘씨어터 이문세’ 투어를 내년까지 연장했다. 그는 “공연을 준비하거나 앨범을 만들 때 기타를 잡고 열심히 노래하니 행복하다”며 “집중할 일이 있다는 게 지탱할 힘이 된다”고 했다.
‘씨어터 이문세’는 무수히 많은 히트곡의 향연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객을 사로잡는 공연이다. 이문세는 “춤 욕심이 있다”며 “춤은 늘 도전하고 싶은 장르다. 제가 춤은 비보다는 못 추겠지만, 60대에 비가 과연 저처럼 건강할 수 있겠느냐”며 웃었다.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가수이면서 시대가 사랑한 ‘별밤지기’ 시절을 지나 올해 6월엔 ‘안녕하세요 이문세입니다’로 13년 만에 라디오에 복귀했다. 그는 “이문세와 라디오라는 세 글자는 떼어놓을 수 없는 함수 관계”라며 “저는 라디오를 통해 성장했고, 라디오로 꽃을 피웠다. 수많은 청취자와의 교감을 통해 이문세는 지금도 박수를 받고 있다”고 했다.
꾸준한 활동의 동력은 가왕 조용필처럼 오래도록 한 길을 걸어온 거대한 산과 같은 선배들이다. 그는 “선배님들이 은퇴를 한다고 하면 저도 그 수순을 밟아야 할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아티스트에게 퇴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조)용필이 형님은 은퇴 공연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존경스럽고, (그 모습이) 묵묵히 따라가는 저 같은 후배에게 일종의 용기를 주시는 것”이라고 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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