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시행업계 '저자본' 구조 개편…토지주 현물출자·리츠 개미 투자 유도

CBS노컷뉴스 최서윤 기자 2024. 11.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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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부처 합동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 발표
'1~5% 자본으로 분양만 완판되면 고수익' 시행사 자기자본비율 상향 유도
금융기관 리스크 관리 강화…시공사 책임준공 합리화
한국형 디벨로퍼 육성도…분양·준공 뒤 청산→운영·관리·임대까지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행업계의 고질병으로 꼽혀온 '저(低)자본 고(高)수익' 구조를 중장기적으로 개편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주택 공급 등을 담당하는 부동산 개발사업 시행사는 그간 1~5%의 자본 투자로도 대개 '네임드(named) 대형건설사'인 시공사의 책임준공(지급보증)으로 금융권 대출을 끌어와 소위 '완판'에만 성공하면 100배 넘는 수익을 거뒀는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금융권과 신탁사 및 건설사로 이어지는 연쇄 부도 우려에 한국경제 뇌관이 되곤 했다.

이에 시행사엔 용적률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으로 자기자본비율 상향을, 금융기관엔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유도한다. 또 시공사의 책임준공 관행도 합리화한다.

무엇보다 분양만 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후 운영·관리나 직접 임대까지 하는 디벨로퍼 육성을 추진, 구조적 변화도 꾀한다.  

14일 정부는 최상목 부총리 주재로 개최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부동산 PF규모는 지난해 12월 기준 약 230조 원으로, 이 중 약 70%가 주거시설(아파트 44%, 非아파트 23%)에 집중돼 있다.

정부 제공.


국내 PF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영세한 시행사가 1~5%의 자기자본만 갖고 '브리지(bridge) 대출'을 일으켜 토지를 매입한 뒤, 시공사·신탁사 신용으로 '본PF 대출'을 일으켜 사업하는 구조가 꼽힌다. 브리지 대출에서도 시공사의 연대보증이 주효, 사실상 100% 의존하다 보니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거나 사업여건이 악화하면 리스크가 전 분야로 확산한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 디벨로퍼가 프로젝트의 탄탄한 사업성을 바탕으로 금융사·연기금 등 지분투자자를 유치해 30~40% 자기자본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건설단계에서 PF 대출을 받는다. 또 분양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일부는 임대·자체운영해 수익구조가 안정적이다. 분양 시기 부동산 침체가 와도 임대·운영 수익으로 분양손실을 상쇄할 수 있고, 상가 등 운영으로 분양 매력도를 높이기도 하는 구조다.

이에 PF 선진화의 핵심으로 사업시행자의 자기자본비율 상향을 '유도'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행사가 저자본으로 들어와 분양·준공 후 청산하는 구조 대신 높은 자기가본비율로 관리·운영까지 하는 사업은 용적률과 공공기여 등 도시규제에 특례를 부여한다. 이를 위해 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을 개정해 근거 규정을 넣는다는 계획이다.

또 자기자본비율이 높아 보증 리스크가 적은 사업장에는 PF 보증료 할인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HUG(한국토지주택공사)와 HF(주택금융공사) 내규도 개정한다. 공공기관 부동산 PF를 보증하는 건 선진국엔 없는 제도이지만, 우리나라는 선(先)분양 제도를 통한 주택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HUG와 HF가 주택사업 PF를 보증해주고 있다.

브리지 대출 대신 토지주 현물출자도 유도한다. 현물출자 시 기업이나 개인이 보유한 유휴토지를 단순히 판매한 수익에서 그치지 않고 사업시행수익까지 얻어가는 건데, 고율의 법인세와 양도세가 장벽이 됐단 지적에 출자자의 이익 실현 시점을 고려해 양도차익 과세·납부를 이연하는 내용으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한다.  

특히 이 같은 현물출자 방식 개발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바로 선도사업을 추진한다. 건축물 용도와 용적률 같은 도시규제 제약을 최소화한 화이트존 등 공간혁신구역에 접목해 랜드마크 조성을 목표로 사업계획 컨설팅을 진행한다는 계획인데, 코레일이 토지를 현물출자한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이 대상사업지가 될 수 있어 보인다.

만일 장기임대주택 등 정책사업을 추진하는 데 토지주가 현물출자하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매입확약을 통해 사업성을 보완해주고, 공공기관이 디벨로퍼나 AMC(자산관리위탁회사·aseet management company)로 참여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


PF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에도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유도한다.

PF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금융회사가 PF 대출에 대해 적립해야 하는 자본금·충당금 비율을 높게 적용토록 한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은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 요건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요식 행위에 그쳤던 PF 사업성 평가도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객관적 평가를 수행하는 전문평가기관 인증을 거치도록 한다. 대출 시 평가기관 사업성 평가도 의무화한다.

시공사에 부담이 돼온 책임준공 관행도 국토부와 금융당국, 시행·건설·금융업권 및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책임준공 개선 TF'를 운영해 내년 상반기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PF 통합정보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사업 착수 단계부터 토지매매·인허가 현황, 자금조달(재무구조), 분양률등 사업장별 전 단계에 걸쳐 현황 정보를 정기적(예시, 반기)으로 축적해 상시 모니터링한다.

무엇보다 분양만 하고 청산하는 현재의 부동산 개발사업을 향후 운영과 관리, 임대도 하는 구조로 변모시킬 디벨로퍼 육성에 나선다. 예컨대 신도시의 경우 공동주택 입주 후 수년간 상가는 공실인 경우가 많은데, 디벨로퍼가 직접 상가를 임대·운영해 주민 편의시설을 입점시키고 관리하는 식이다.

다만 이번 부동산PF제도 개선방안 중엔 자본확충을 명목으로 은행과 보험사도 장기임대주택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내용도 담겨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또 PF사업 자본확충과 디벨로퍼 육성을 위해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 부동산투자신탁)를 활성화할 예정인데, 리츠는 주식회사가 주식을 발행·판매해 투자금을 확보하고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듯 부동산 투자자금을 모아 사업하고 수익을 배당하는 제도다.

일종의 '개미 투자 자금'을 끌어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PF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사업성이 나빠 경매위기에 놓인 미착공 PF 분양 사업장에 주택도시기금을 투입해 공공지원민간임대 '리츠'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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