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벌러덩'으로 트럼프 환심 샀던 일본, 새 비밀병기 등장할까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1.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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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유살롱] 이창민 한국외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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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에 대한 일본의 반응

이창민 교수 : 일본은 트럼프 1기인 2016년에 한번 크게 데인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도 언론 보도가 비슷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시종일관 보도를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여니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이 됐잖아요. 그전까지 모든 외교력을 총동원해서 힐러리 클린턴 쪽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이 되니 부랴부랴 일본 정계를 통틀어서 트럼프하고 어떤 파이프를 찾아내기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을 했는데 없었던 거예요.

그래서 겨우 나중에 장녀 이방카, 사위 쿠슈너를 통해서 쿠슈너 가문이 일본의 재계하고 좀 연결이 돼 있었기 때문에 연락을 하게 돼서, 당선되고 1주일 만에 아베 총리가 뉴욕의 트럼프 빌딩으로 날아가죠. 그래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자하고 첫 만남을 가지면서 굉장히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돼 있어서, 그렇게 당황했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올해 초부터 '모시토라 정책'이라고 있었습니다. '모시'가 일본어로 만약에라는 뜻이고 '토라'가 트럼프예요. 그러니까 모시토라는 '만약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책이에요.


일본의 싱크탱크나 정부에서 모시토라 대책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올해 4월 아소 다로 전 자민당 부총재가 뉴욕으로 가서 트럼프 대통령 후보와 만났습니다. 그런데 2주 전에 사실 기시다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에서 회담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2주 사이로 1인자는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러 가고 2인자는 트럼프 대통령 후보를 만나러 간 거예요. 당시에 이게 일본의 양다리 외교다, 양다리 전략이다라는 비판도 있고 감탄도 있었는데, 여하튼 일본은 올해 초부터 모시토라 대책을 구체화시켜 왔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됐기 때문에 앞으로 트럼프 2기를 맞이해서 일본이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에 대해서 열심히 분주하게 연구를 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트럼프의 단짝, 아베 전 총리의 부재(不在)

손승욱 기자 : 돌아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단짝은 아베 총리였던 것 같습니다. 근데 지금은 아베 총리가 없고요. 그래서 요미우리신문도 '아베 없는 일본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얘기를 했는데 어떤 식으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다시 살려 나갈까요?

이창민 교수 :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브로맨스라고 불릴 정도로 굉장히 각별한 우정을 쌓았죠. 2016년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20분 동안 통화를 했어요. 그리고 1주일 만에 뉴욕의 트럼프 빌딩으로 직접 갑니다. 아베 총리가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되고 나서 처음 만난 외국 정상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대통령으로 취임도 하지 않았는데 당선자 신분에서 외국 정상하고 만난다는 거는 조금 상식 밖의 일이었는데, 일본이 굉장히 전략적으로 빨리 움직였고요. 이게 트럼프에게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감동을 줬다고 나중에 얘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후에 골프도 같이 치면서 개인적으로 두 사람의 신뢰 관계를 쌓았고요. 그 당시에 뉴스 보도도 많이 나왔습니다만 아베 총리가 카트도 직접 몰고 벙커에서 뒤로 나자빠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박장대소 하잖아요. 일각에서는 이것도 계산된 행동이었다고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요. 여하튼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 대해서 굉장히 개인적으로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신조'라고 불렀습니다. 아베 신조인데 성을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불렀어요.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가졌었는데 일본 국내에서는 굉장히 비판이 많았습니다. 퍼주기식 외교, 굴욕적인 외교다.


아베 총리는 그런 국내 비판을 다 감수하고서라도 말하자면 트럼프의 어떤 환심을 사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을 했는데 대표적인 게 옥수수 수입 사건이 있어요. 당시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중국이 보복 조치로 미국산 옥수수를 수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 전역에 옥수수가 남아돌게 되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아베 총리한테 좀 사달라고 부탁 내지는 요구를 합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뭔가 성과를 내야 되는 입장이었고 일본 입장으로는 옥수수가 전혀 불필요한데, 고민 끝에 아베 총리가 2019년 8월 프랑스에서 열린 G7 회담 때 남아도는 옥수수를 일본이 사겠다고 약속을 해요. 그게 또 일본 국내에선 굉장히 비판을 받았습니다. 왜 굴욕적으로 불필요한 옥수수를 다 사느냐.

그런데 그런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했던 게 나중에 어떤 결과가 있었냐면, 불필요한 옥수수를 구매하는 대신 일본산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약속을 받아내거든요. 당시 트럼프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서 25% 관세를 때리겠다고 얘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옥수수를 사줬기 때문에 그 부분은 양보를 해준 거죠. 결과적으로는 하나를 얻고 하나를 주고 이런 식이 됐습니다.
 

트럼프와 친해질 묘책 '모시토라' 프로젝트

이창민 교수 : 지금 일본은 그 부분을 굉장히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베가 없기 때문에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분석해 보면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하나는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 우선주의, 미국 제일주의가 있고. 또 한 가지가 상호주의, 그러니까 다자 간 협력체 이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1대1로 만나서 국가 대 국가든 정상끼리 만나서 빅딜을 통해서 결정권자가 탑다운 방식으로 결정하는 걸 좋아하는데 과연 일본 정치인 중에 이런 트럼프 성향에 맞는 정치인이 누가 있을 것이냐. 일본에선 크게 3명 있다고 얘기하거든요.

첫 번째는 당연히 이시바 총리일 수밖에 없고, 두 번째가 아소 다로 전 자민당 부총재입니다. 이분은 아베 시절에 이미 트럼프하고 여러 번 만나서 대화도 했었고 지난 4월에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서 직접 뉴욕에도 갔었고요. 또 이 사람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호방하고 호탕하고 배짱 좋고, 좀 나쁘게 얘기하면 뻔뻔한 구석도 있습니다. 근데 트럼프가 이런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아소 부총재가 트럼프하고 협상을 하면 좋은데 그 부분이 하나 있고요. 또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이 세 번째 인물인데요. 이분은 아베 시절에 미일 무역협정, CPTPP 협정을 모두 주도했던 인물입니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하고도 굉장히 많이 협상이나 이런 것들을 하면서 트럼프가 일본에서 제일 협상 잘하는 사람이 모테기라고 칭찬한 적이 있어요.

이 셋 중에 누가 트럼프하고 협상에 나서야 될 것이냐를 일본에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번에 이시바가 총리로 당선되면서 아소와 모테기 카드는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아소 부총재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다카이치 사나이를 지지했고, 모테기는 본인이 직접 총재 선거에 출마했었습니다. 결국 이시바 총리가 되면서 이 두 사람은 주요 포지션에서 밀려나게 됐죠. 결국 이시바 총리 자신이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고민이 큰 거죠. 이시바 총리는 토론을 좋아하고 논리적이고 지루하고 재미없기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정반대잖아요. 유쾌하고 직관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일본에서도 걱정이 많은 게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전혀 성향이 맞지 않다.


결국 일본 정부는 조금 더 디테일하게 이시바 총리를 보완할 수 있는 비밀병기를 마련하려고 준비하고 있고요. 그 비밀병기 중 첫 번째가 다카오 나오라는 외무성 관료입니다. 다카오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중학교 3학년 때 일본으로 왔어요. 명문 카이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대학교 법학부를 나와서 외무성 관료가 됐고 이후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석사를 했는데, 다카오가 아베와 트럼프의 전 회담 과정에 통역으로 참여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다카오가 영어도 네이티브지만 명석하기로 유명해서 트럼프가 회담하면서 굉장히 예뻐했다고 해요. 일본에도 이런 유능한 관료가 있다는 게 놀랍다. 트럼프가 농담을 많이 하는데 사실 농담이라는 건 통역을 하면 티키타카가 안 되고 맛이 안 살잖아요. 그러니까 트럼프가 농담을 하면 다카오가 그 자리에서 바로 재치 있게 받아치고 트럼프가 박장대소 하면 그 과정을 재빠르게 아베 총리한테 통역하고, 이런 식으로 트럼프의 환심을 굉장히 많이 사서 결국 다카오가 비밀병기인데, 이미 일본에서는 올해 3월에 트럼프가 재선할 것을 대비해서 이 다카오 외무성 관료를 미국에 있는 일본대사관에 파견 했습니다. 트럼프 주변의 인맥을 파악하는 임무였고,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때 아마 옆에서 통역 내지는 보좌를 하면서 같이 만날 거고요.
 

이시바 총리는 특별 과외 중

이창민 교수 : 또 한 가지 비밀병기가, 외무성에서 지난달부터 실시하고 있는 것이 '트럼프 취급 설명서'라는 강의를 특별기획해서 이시바 총리에게 한 달 동안 지금 교육을 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아서 외무성이 이시바 총리 특별 과외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만큼 철저하게 트럼프 2.0 시대를 일본이 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손승욱 기자 : 그러면 이 비밀병기들을 통해서 결국 미일 관계를 아베 총리 시절의 수준까지 올릴 수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이창민 교수 : 일본은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는 거죠. 아소 부총재를 트럼프와 만나게 한 것도, 우리는 아베 시절의 스탠스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트럼프 당신이 복귀하더라도 우리가 바뀔 건 없다는 시그널을 이미 줬고요. 일본은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해서 미국과 함께 전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국가로서 지금 AI 혁명도 해야 되고 반도체 부활도 해야 되고, 미국의 도움이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결국 일본은 트럼프로 하여금 아베 시절과 크게 다름없이 미국과 협조하면서 함께 나갈 것이라는 시그널을 계속 줄 것입니다. 그게 성공할지는 좀 지켜봐야 되겠지만.
 

트럼프 2기, 미국과 일본은 계속 친하다?


이창민 교수 : 한미일 공조가 어떻게 될지는 조금 봐야 될 것 같습니다. 한미일보다는 허브 앤 스포크라고 하죠, 허브는 미국이 되고 일본과 한국의 강화 스포크가 돼서 양자관계가 강화되겠죠. 그래서 미일 동맹 강화되고 한미 동맹 강화되고. 한일 간의 관계는 사실 미국이 예전보다 그렇게 크게 신경을 안 쓸 수도 있어요. 한미일보다는 한일, 미일 관계, 한미 관계가 예전보다는 좀 더 중요해질 것 같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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