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대수술… 땅주인 토지 현물출자 활성화, 시행사 자기자본비율 올린다
자본비율이 높은 PF 사업에 인센티브
사업자 자기자본비율 20% 수준 목표
개발·운영·금융이 가능한 종합부동산회사 육성
정부가 건설 사업자가 돈을 빌려 아파트·빌딩 등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지 않도록 현물출자 개발 방식을 활성화한다. 자본이 적은 사업자도 대출로 부동산 개발을 할 수 있는 현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땅 주인에게 세제 혜택을 줘 PF 사업에 토지를 출자하도록 유인하면, 시행사는 고금리 대출을 통해 토지를 사지 않아도 돼 개발사업의 비용과 위험성이 줄어든다.
정부는 또 자본비율이 높은 PF 사업에 대해서는 용적률 완화 등 도시규제 특례와 보증료 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를 통해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중장기적으로 2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14일 발표했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수익성)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현행 부동산 PF 시장은 자기자본이 5% 이내인 시행사가 건설사·신탁사의 보증을 받아 토지 매입 단계부터 고금리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한다. 이 같은 저(低)자본·고(高)보증 구조는 부동산 경기 위축이나 금리 인상, 사업여건 악화 등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 시행사의 부실 위험이 건설사와 금융사까지 확산될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이러한 PF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위해 자기자본비율을 중장기적으로 20%까지 상향한다는 목표다. 쉽게 말해 부동산 개발 사업이 1000억원이라면 200억원은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승범 국토부 부동산투자제도과장은 “2026년부터는 10% 이상, 두 자릿수는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PF 사업에 토지 현물출자 시 과세·납부 이연
정부는 PF 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 상향을 유도하기 위해 PF 사업에 토지주가 현물출자를 통해 주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PF 사업비 중 20~40%를 차지하는 토지 매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고금리 대출로 땅을 사는 대신 토지주로부터 현물출자를 받는 방식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토지 현물출자 시 출자자의 이익실현시점을 고려해 양도차익 과세·납부를 유예하고 분할납부를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개인·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를 PF 사업에 현물출자 시 막대한 법인세·양도세가 즉시 부과됐다.
현물출자 방식 부동산 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선도사업 후보지를 공모한다. 최종 후보지에 개발규제가 대폭 완화된 공간혁신구역을 접목한 랜드마크를 조성한다. 또 토지주가 신유형 장기임대주택 등 정책사업에 현물출자하는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확약을 통해 위험을 보완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PF 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이 20∼40% 수준으로 상향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휴토지 현물출자가 활성화되면 부동산 개발 시장의 경기 활력이 제고되고 주택공급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물출자 시 토지매입을 위한 대출 규모가 줄어들어 사업비 절감과 그에 따른 분양가 인하 효과도 예상된다.
예를 들어 토지비 300억원, 건설비 700억원 등 총 개발 비용 1000억원이 드는 부동산 PF 사업이라고 가정하면, 기존 PF 방식으로는 시행사가 토지비 10%의 자본금만 있으면 270억원의 브릿지대출을 받아 토지를 매입한다. 이후 본PF 대출로 브릿지대출을 상환하고 부동산을 건설하는 구조다. 이 경우 금융비용 333억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1333억원이 든다. 반면 현물출자 방식으로 이 사업이 진행되면 브릿지대출 없이 건설단계에서 본PF 대출만 받으면 돼 금융비용이 163억원으로 낮아진다. 이에 따른 총 사업비도 1163억원으로 줄어든다. 사업비용이 줄어드는 만큼 사업자의 이익이 늘어난다.
정부는 PF 사업자의 자기자본 확충을 유도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 높은 자기자본비율을 통해 시행자가 관리·운영하는 개발 사업에 대해 용적률, 공공기여 완화 등 도시규제 특례를 부여한다. 또, 자기자본비율이 높아 보증 리스크가 적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PF 보증료를 할인해준다. 자기자본이 낮은 시행사에 대해서는 금융사가 충당금을 더 쌓도록 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안도 시행된다.
◇ 시공사 보증·책임준공 부담 줄여… 기관투자자 신탁 투자 허용 검토
정부는 부동산 PF 시장의 공정 질서도 확립한다. 가장 먼저 책임준공 제도의 합리화를 추진해 시공사의 보증 부담을 줄인다. 그간 시공사는 PF 대출계약과 신탁계약의 책임준공 연장 사유가 제한적이어서 시공사 귀책이 아닌 경우에도 책임준공 의무를 부담했다. 또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인해 미분양 위험 등을 시공사 및 신탁사가 떠안았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금융 당국과 시행·건설·금융업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책임준공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책임준공 개선방안을 내년 1분기까지 마련한다. 전쟁·천재지변 사유로만 제한돼 있는 도급·PF대출·신탁계약 상 책임준공 연장 사유를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 등을 고려해 일치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 책임준공 기한 도과 시 배상범위도 구체화한다. 신탁사의 토지신탁 책임범위와 기준을 표준화하고, 건전성 관리기준을 개선하는 등 신탁사 PF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다.
정부는 또 PF 시장의 선제적 관리를 위해 사업의 유형별·지역별·단계별 추진현황, 재무현황등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PF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
역량 있는 한국형 디벨로퍼도 육성할 계획이다. 안정적 자기자본을 갖춘 리츠에 입지가 우수한 공공택지매입 우선권을 제공해 안정적 개발과 운영을 도모한다. 우량 용지를 리츠에 공급해 지역 내 랜드마크 상업시설 개발과 헬스케어리츠 등 특화형 개발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운영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 디벨로퍼가 나오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PF 시장은 분양에서 개발·운영 중심으로 구조가 선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 수익만을 쫓는 단기·영세한 시행 형태에서 ’개발·운영·금융이 가능한 종합부동산회사’를 육성하게 되면 안정적 사업구조가 마련되고 누적수익이 신사업 자본으로 참여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특히 정부는 기관투자자의 부동산 개발신탁 참여를 활성화한다. 현재 부동산 신탁사는 토지신탁 이후 기관투자자의 지분투자는 받지 못하고, 차입 위주의 자금 조달만 진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토지신탁 사업에 기관투자자가 사업비(토지비 제외)의 약 15%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그렇게 되면 신탁사의 자금 조달이 원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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