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민족 지우기 나서나"…'통일' 품새 명칭 변경 추진

북한이 '전국 청소년 태권도선수권 대회'가 지난 20일 태권도전당과 태권도성지관에서 시작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태권도 '통일' 품새의 명칭 변경을 추진 중이라고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4일 전했다.

국제태권도연맹(ITF) 홍보대사 마이클 코맥으로부터 RFA가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ITF는 지난 8월 평양에서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품새 '통일'의 이름을 최홍희 초대 총재의 필명인 '창훈'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내년 10월 이탈리아 예솔로에서 열리는 ITF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ITF는 변경 이유에 대해 "최 총재 가족들이 제안한 것"이라며 "젊은 세대들이 기술에만 치중하고, 최 총재의 정신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TF는 '태권도의 창시자'로 알려진 육군 소장 출신의 최 총재가 1966년 서울에서 설립한 단체로, 남한 주도의 세계태권도연맹(WT)과는 다른 단체다. 최 총재가 박정희 정권과 갈등으로 캐나다로 망명한 뒤 북한과 적극 교류하면서 북한 주도로 발전했다.

최홍희 전 총재가 사망한 이후 ITF는 세 개의 분파로 나뉘었으며, 북한 주도의 비엔나 주재 ITF가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코맥 홍보대사는 캐나다에 거주 중인 최 총재의 아내 한춘희 여사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TF 구성원이라면 최홍희 총재가 누군지 다 알고 있다. 최 전 총재의 가족이 원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100% 거짓말"이라며 ITF의 설명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RFA는 전했다.

RFA는 ITF 측의 통일 품새 명칭 변경이 작년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국가론' 선언 이후 일련의 '통일·민족 지우기'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은 대남노선의 적대적 방향 전환을 선언하며 통일·민족 개념 지우기 작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