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엔 ‘극우’ 게이츠…잇따른 ‘트럼프 돌격대’ 요직 인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관심이 집중된 법무장관으로 초강경·극우파인 맷 게이츠(42) 공화당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게이츠의 지명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자리가 강경파, 충성파로 채워지는 경향이 더욱 강화되면서 그의 ‘폭주’에 대한 미국 안팎의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맷은 정부의 무기화를 끝내고, 우리의 국경을 지키고, 범죄 조직들을 해체하고, 심하게 부서진 미국인들의 법무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킬 것”이라며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트럼프는 이날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는 털시 개버드(43) 전 민주당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트럼프는 개버드가 정보기관에 “용감한 정신”을 가져다 주고 “힘을 통한 평화”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또 국무장관 지명 계획이 알려져 있던 마코 루비오(53) 상원의원에 대해 “우리 나라의 강력한 옹호자, 동맹들의 진정한 친구, 적들에게 절대 양보하지 않는 용감한 전사”가 될 것이라며 지명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외교·안보·사법·정보 분야의 요직 인선은 거의 마무리됐다. 지금까지 트럼프가 한 인선의 특징은 강경파와 충성파 일변도라는 점이다. 기관 수장들이 경험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하거나 대통령에게 필요한 직언을 하지 않고 ‘트럼프의 돌격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당선 직후부터 미국에서 특히 관심을 끈 것은 국방장관과 법무장관이 누가 될 것이냐였다. 그가 강경한 반이민 정책과 미등록 이민자 대량 추방, 정적들에 대한 보복, 군을 동원한 시위 진압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물리력 사용에 핵심적인 부처 수장들이기 때문이다. ‘1·6 의사당 난동 사태’로 기소된 트럼프 지지자 수백명에 대한 사면도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 국방장관과 법무장관 등이 자신의 뜻을 가로막았다는 불만을 표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첫 집권 때 국방장관을 한 사람은 5명,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한 사람은 4명이나 될 정도로 물갈이가 잦았다.
트럼프는 전날 폭스뉴스 진행자인 피트 헤그세스(44)를 국방장관으로 지명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택을 한 데 이어 이날은 게이츠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하며 강경한 공약들을 그대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트럼프는 자신을 기소한 법무부를 손보겠다는 의지도 밝혀왔다.
에이피(AP) 통신은 특히 게이츠의 지명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게이츠는 극우적이고 공격적인 초강경파이자 대표적 친트럼프파다.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일으킨 ‘1·6 의사당 난동’은 사실은 극좌파가 벌인 짓이라는 음모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같은 공화당 소속인 케빈 매카시 당시 하원의장을 일부 공화당 초강경파와 민주당이 합세해 해임시키는 데 선봉에 섰다. 매카시가 조 바이든 행정부에 충분히 강경하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결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법무부 수장이 되기에는 경력이 일천하고 너무 과격하다는 점 등 때문에 자격 미달 시비가 불가피해 보인다. 에이피는 고위 공직자 인준 권한을 지닌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게이츠는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요직 인선에는 충성파·강경파 중용이라는 특징 외에도 대상자들의 나이가 이전 행정부들보다 젊고 관련 분야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있다. 충성도가 주요 기준이라 발생하는 현상이다. 국가정보국 국장 지명자 개버드는 민주당 탈당 뒤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로 변신해 유세에도 동행하며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데 앞장섰다. 하원의원 8년 경력의 개버드는 정보기관들을 총괄하기에는 관련 경험과 경륜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헤그세스 지명자도 예비역 소령 출신으로 군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는 점 등 때문에, 예비역 고위 장성들이 통상 맡아온 국방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표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 경력이 있는 이들이 여럿이라는 점이다. 제이디(J.D.) 밴스(40) 부통령 당선자, 마이클 왈츠(50)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헤그세스 지명자, 개버드 지명자가 그들이다. 트럼프가 사는 마러라고 리조트가 위치한 플로리다 출신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왈츠 지명자, 루비오 지명자, 게이츠 지명자가 플로리다에 지역구가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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