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첫 메인연출작 부담 컸지만"…이토록 아름다운 '이친자' 송연화 PD의 스릴러(종합)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처음 연출 지휘봉을 잡은 여성 PD의 스릴러는 이토록 아름다웠다.
부녀의 멀어진 마음 거리만큼 길게 배치한 식탁, 마음의 문을 닫은 딸을 대변하는 방 문, 그 문을 차마 열지 못하는 아버지, 부녀가 방문을 두고 벌이는 심리전. 소품 하나, 장면 하나, 음악 하나도 허투루 넘어갈 수 없다. 이렇다 할 액션 없이도 극강의 긴장감이 치솟는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호연과 탄탄한 극본도 있지만, 치밀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출이 힘을 더한 분위기다.
송연화 PD는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로 첫 메인 연출로 나섰다. '이친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가 살인사건에 얽힌 딸 하빈(채원빈)의 비밀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도 역시였지만, 송 PD의 디테일한 연출이 매회 영화 같은 몰입감을 준다는 평가가 상당하다.
특히 빛과 그림자 활용이 눈여겨 볼 점이었다. 송 PD는 장하빈의 깊은 속내를 거울 프레임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빗물의 그림자가 장태수 얼굴 위로 흐르게 해 눈물처럼 나타내기도 했다. 또 하빈과 태수의 관계가 무너질 때마다 무언가 깨지는 것을 보여줬고, 서로를 못 믿는 마음을 두 개로 분리되는 그림자로 활용한 바다.
"그림자나 빛 같은 경우는 좋아하는 소재다. 그림자는 제 개인적을 회차별로 달랐다. 3회는 그림자로 인물들을 표현하려고 했다. 시청자분들께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지만,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 같더라. 하빈이 그림자가 다르게 표현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게 뭘까라는 생각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카메라 앵글과 대칭도 빼놓을 수 없다. 같은 경감이지만 상반된 캐릭터인 이어진(한예진)과 구대홍(노재원)은 한 프레임에 담기지만, 한 명은 서 있고 한 명은 앉아 있는 등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하빈과 태수가 긴 식탁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중에도 대칭의 미가 구현된 바다.
송 PD는 "얘기 자체가 아빠와 딸 관계도 그렇고, 대칭이 많다고 느꼈다. 아빠와 딸이 비슷하게 보이는 것도 그렇지만 대척점에 있는 것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그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관계를 대칭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대칭이 맞는 게 안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어서, 묘한 긴장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빈과 태수의 집, 하빈의 학교 등 세트 미술도 뛰어나다. 송 PD는 "집 같은 경우는 주방을 공간에서 제일 중요하게 다뤄져, 취조실이라고 생각했다. 부엌에서 이뤄지는 대화가 중요하다 보니, 취조실과 비슷하게 만들고 싶었다. 주방 식탁 길이도 취조실 책상도 길이가 같다. 네모 프레임도 취조실과 같다. 뒤에 보면 유리창도 하나 더 있는데, 이도 취조실과 동일한 사이즈를 하려고 했다"고 답했다.
또 "하빈이 방도 사실 한국식으로 말도 안 되지만 긴 복도 끝에 나온다. 방에 숨겨져 있는 게 많은 것 같은 아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그런 장치들을 표현할 수 있는 장소가 중요했다. 학교도 사실 옥외계단이 나오는데, 옥외계단 있는 하교를 찾는 것도 중요했다"고 짚었다.
기존 스릴러와 다르게 살인 방법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송 PD만의 특별한 연출법이다. 송 PD는 "실제로 보는 것보다 상상해서 보는 게 훨씬 더 공포감이 더 든다고 생각했다. 무서운 것을 찍기에 제가 무섭기도 하다"라며 "사실 상상이 더 무섭지 않느냐. 조금씩 피해가면서 찍으려고 했다. 방송 심의보다도 시청자들이 그런 것까지 볼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 정도만 상상할 수 있다면 전달될 것 같았다"고 짚었다.
이처럼 송 PD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이친자'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보고 있는 사람까지도 숨 막히게 만드는 부녀 심리전 연출뿐 아니라, 소품 하나 장면 하나도 허투루 넘어갈 수 없는 디테일도 시청자들을 열광케 한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친자'가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산다. 송 PD는 "부담이 많이 컸다. 제가 작품 합류하고 나서도, 대본을 크게 한번 수정을 하고 시작이 됐다. 이야기 큰 줄기 바뀌는 것도 부담이 있었는데, 작가님도 믿고 잘 해주셨었다. 한석규 선배님 모시는 것도 부담이 있었다. 선배님들이나 배우분들, 작가님, 스태프분들께 큰 도움을 받아서, 제 역량에 비해 여러가지 해볼 수 있었고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겸손한 면모를 보였다.
스토리가 바뀐 부분에 대해서는 "원래는 공모작 4부작에서 개발하면서 바뀌고, 스토리와 인물이 바뀌었다. 프로파일러 아버지와 소시오패스 딸이라는 큰 구조 이외에는 바뀐 부분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MBC라는 래거시 미디어에서 여성 연출자의 입봉작이 스릴러라는 것도 이례적이다. 다소 보수적인 지상파에서 여성 PD가 스릴러로 데뷔, 하나의 물꼬를 틀었다는 의견도 있다. 송 PD는 "훌륭한 여성 연출자 선배님들이 길을 잘 닦아 주시면서, 여성 연출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내부에서도 이제 조연출 성비가 여성이 더 많다.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그렇지 않은데, 그건 사실 성별과 상관없는 것 같다. 장르에 대한 선호가 중요한 것 같다. 그래도 방송환경 자체가 오픈된 것 같기는 하다. 좋은 변화라 생각한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치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방송사지만, 비교적 어두운 장르물이라 우려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송 PD는 "회사에서는 이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어두운 성향이 있는데, 시청률을 명확하게 가져야 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 이야기를 많이 지지해 줬다. 지상파에서 나오기 어려운 소재라고 하는데, 데스크나 국장님은 많은 사람이 이 얘기를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지해 주셨다. 기존 MBC 선택과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지지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송 PD의 스릴러는 어떤 색깔인지 질문도 나왔다. 송 PD는 "아름다운 스릴러라고 해야 할까. 맞는 표현인지, 그리고 제가 구현해냈는지 모르겠지만, 찍을 때나 준비할 때나 기본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게 스릴러 안에서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학적인 부분이나 배우들 섬세한 연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단순히 잔인한 거보다, 다른 요소를 즐길 수 있어야 할 것 같더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스릴러가 저와 잘 맞는다고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재밌긴 한데, 주변에서는 다른 장르도 얘기를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신다. 지금은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이친자'는 다시보기가 제공되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에서는 국내 톱10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르는가 하면,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토종 OTT 플랫폼에서도 1위를 싹쓸이했다. 방송 후 리뷰 크리에이터들이 업로드한 영상 조회수도 계속 오르는 등 완벽한 '작감배' 작품으로 입소문이 퍼지는 중이다.
이러한 인기에 대해 송 PD는 "일단은 소재 자체가 받아들이기 쉽다고 해야 할까. 이질감 없이 가져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부녀관계나 스릴러적인 요소에서 진행이 이해되고, 보편적인 관계성에서 재미를 느끼시지 않을까 싶다"고 판단했다.
시청자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로는 "가족이든 어떤 관계든 간에 '저사람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게 진짜 맞는가'가 1회에서 10회까지 했던 부분이다. 초반에는 하빈이 의심스러운데 했지만, 지금은 어떤 부분에서 하빈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 길로 가는 것 같다. 마지막에는 해소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는 회차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끝으로 송 PD는 "너무너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사드리고, 저희 배우나 스태프분들이 고생한 만큼의 것들을 많이 성심성의껏 봐주셔서 기쁘다. 앞으로도 마지막회도 즐겁게 시청해 주시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최종회는 특별 확대 편성, 오는 15일 오후 9시 40분부터 방송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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