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혼날 각오"…SK 3세 이승환 서바이벌 도전
기부 플랫폼 돌고 도네이션 대표
"이목 끌어서 기부자 찾는 게 목적"
숱한 연애 예능 출연 제의 거절
"백종원 보면서 기업가 정신 배워"
'흑백요리사' 나폴리 맛피아와 협업
"기부자의 숭고한 마음 보존하고파"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돌고 도네이션 대표 이승환(35)이 U+모바일tv '금수저 전쟁'에 출연한 이유는 딱 하나다. 프로그램 제목에 걸맞게 배경이 화려하다. 최종건(1926~1973) SK그룹 창업주 외손자이자, 최태원(63) SK그룹 회장 5촌 조카다. 방송가에서 혹할 수 밖에 없는 타이틀이다. 하지만 기부 플랫폼을 운영하며 자선사업을 해 서바이벌 예능과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동안 연애 예능물 출연 제의도 쏟아졌지만 모두 거절했다. "기부랑 연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바이벌 예능을 통해 "나를 노출시키는 게 중요하다. 결국 이목을 끌어서 기부자를 찾는 게 목적"이라고 했다.
"집안에서 반대하지 않았냐고요? 혼날 것 같아서 얘기 안 했어요(웃음). 방송 나가고 나선 피하고 있죠. 오늘 가족 모임을 하는데, '나가야 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어요. 이상한 기사가 났더라고요. 자산 총액이 290조라고 하는데, (SK그룹) 기업가치가 290조입니다. 저는 10,000분의 1도 못하는 것 같아요. 삼촌한테 얼마나 혼날까요. 연애 프로그램은 절대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극 T'(사고형)라서 사람 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아요. 서바이벌 미션 수행은 실질적으로 회사에서 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아서 신뢰도를 줄 수 있죠."
금수저 전쟁은 국내 상위 0.1% 금수저들이 집안이나 배경이 아닌, 오로지 이름 석 자로 인정받기 위해 펼치는 능력 검증 서바이벌이다. 이승환(자인)을 비롯해 연매출 3400억원대 건설사 장남이자 세인트존스 호텔 CEO 김헌성(먼성),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2세 박무현(무무), 풍력에너지 기업 대표 임재겸(스타크), '더 지니어스' 출연자 김경훈(인혜), 남미 보석 사업가 2세 이윤선(윤씨), 자산 100억원대 전 IT기업 대표 2세 이지나(제나), 부산 택시회사 3세 이준석(로빈슨) 등 총 8명이 경쟁한다. 4일 첫 선을 보였으며, 4회까지 공개한 상태다.
이승환은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 '휴먼스토리'에 출연해 주목 받았다. 금수저 전쟁 출연진 중 가장 소탈해 보였다. 방송에서 7년간 옷을 사지 않았고, 생활비도 100만원이라고 고백했다. 이날 출연진 중 유일하게 인터뷰 시간에 늦지 않고 미리 도착해 있었다. 재킷을 벗자, 돌고 도네이션 로고가 적힌 티셔츠가 시선을 끌었다. "이 티쳐스밖에 안 입는다"며 자랑했다.
금수저 전쟁은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어느 순간 "출연하는 것처럼 돼 있었다"고 털어놨다. "처음에 이메일로 연락 왔고, 제작진이 여러 번 전화를 줬다. 제작사 대표님과 인사하고, 작가님도 (회사에) 방문해 출연 요청했다. '진행사항을 업데이트 해주겠다'고 했는데, 유플러스에는 내가 출연하는 것처럼 돼 있더라"면서 "다른 방송 제안도 많이 왔는데, 워낙 진지해서 딱딱한 모습만 보인 것 같았다. 예능이니까 조금 덜 딱딱한 모습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빡빡하고 힘든 촬영인 줄 몰랐다"며 웃었다.
"나를 노출시키는 것만 집중했어요. 방송이라서 비현실적이지만, 합숙 촬영해 내면과 즉흥적인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런 모습을 대외적으로 노출하면, 장기적으로 (기부 플랫폼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자선 사업을 하다 보면 대중과 소통하고 다양한 사고 방식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미리 경험하는 게 중요하죠."
공짜없는 '제로시티'(Zero City)에 입성,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0원부터 돈을 불려나가며 최종 승자를 가릴 예정이다. 돈과 명예 등 모든 것을 제로로 설정해 재미를 줬다. 주식 투자, 이미지 게임 등을 통해 돈을 벌지 못하면 밥도 먹지 못했다. "잠을 못 자고, 밥을 못 먹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촬영 전 일정이 너무 힘들어서 '디지털 디톡스'를 하고 싶었다. 쫓겨 살다 보니 '한 번쯤 리프레시 해야겠다' 싶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며 "작가님께 '식사는 잘 나오냐' '잠은 잘 잘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잘 준비 돼 있다'고 하더라. 디지털 디톡스는 제대로 했는데, 돈을 벌어서 밥을 사 먹어야 해 배신감과 분노가 밀려왔다"고 설명했다.
"밥을 안 먹고 단식 투쟁했다"며 "원래 한끼 밖에 안 먹어서 나름 괜찮았다. 막상 미션 할 때는 각성된 상태라서 딱히 힘든 걸 모르고 취해 있었다. '이기고 지냐' 보다 '성실했냐'를 신경 썼다"며 "잠 안자고 밥 못 먹고 새벽 4시까지 인터뷰하고, 9시에 일어나고 하루 종일 게임했다"고 부연했다. "아직 스타트업이라서 (촬영 중간) 실무도 해야 했다"며 "새벽에 30분 급하게 전화 돌렸다. 4일간 합숙했는데, 세 번째 날 팀 결성하고 핸드폰을 받아서 회사 일을 보며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TV를 잘 안 보는데, 여기 나온다고 웨이브 '피의 게임'을 봤어요. 제로시티 설정 자체가 일부 대중이 원하는 콘셉트 같아요. 금수저라는 특정층을 평가할 때 '쟤들은 돈이 없으면 어떨까?' 궁금하잖아요. 전 금수저가 금전적인 것 뿐만 아니라 지능, 성격, 외모 등 인간을 구성하는 내·외면과 환경적 요소도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차은우씨만 봐도 외모만 물려 받아도 금수저라고 할 수 있죠. 학력 등을 통해 좋은 네트워크도 가질 수 있고요. 금수저를 결정하는 요소는 다양해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우승자인 나폴리 맛피아(29·권성준)와 협업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최근 나폴리 맛피아는 SNS에 "연말에 돌고와 함께 레스토랑 팝업을 열어서 수익금 전액을 기부할 예정"이라며 "굿즈도 제작해서 판매 수익금 전액 기부하겠다. 내 사비로도 추가로 기부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승환은 "나폴리 맛피아님이 먼저 연락을 줬다. 회사 CS 카톡 메신저로 문의를 줬다. 작년에 휴먼스토리를 보고 나에게 관심을 줬고, 함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이번 주부터 선행 프로젝트 진행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금수저 전쟁 출연자들도 기부하기로 했는데 미루고 있다. 지금 프로젝트를 하면 우승자를 예측할 수 있지 않느냐. 오해 받을 것 같다"며 "나도 출연료 외 추가로 기부할 예정이다. 출연자 세분 기부금도 모금했다. 먼성(김헌성) 님은 촬영 끝나자마자 바로 기부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배운다"고 털어놨다. "백종원 대표님을 보면서 많이 느낀다. 더본코리아 마케팅 예산만 봐도 엄청 적은데, 자신을 희생하면서 미디어에 노출하더라. 자기 시간을 할애해 브랜드와 한식 문화를 알리지 않느냐. 평가 받는 걸 무릎 쓰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 나도 내 자신을 팔아서 회사를 키우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방송 출연 요청이 쏟아질 테지만, "똑같은 서바이벌은 나가고 싶지 않다"는 주의다. "사실 기사만 봐도 이목을 끌기 좋은 여건"이라며 "나 혼자만 노출하는 건 괜찮지만, 가족을 노출 시킬 생각은 없다. 서바이벌 예능은 처음인데, 조금 지쳐서 한동안은 안 하지 않을까 싶다. 기회가 된다면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바랐다.
"금수저 전쟁에서 진정한 전쟁은 우승이 아니에요. 흑백요리사 등을 봐도 우승자만 기억되는 게 아니라, '어떤 이미지를 달성하느냐'가 중요하죠. 그 이미지를 달성한 캐릭터가 우승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방송에 나오지 않았지만, 무무(박무현)가 가장 먼저 캐릭터를 완성해 패배감을 느꼈어요. 우승은 전투일 뿐, '어떤 이미지를 주느냐'가 진짜 전쟁의 우승력이죠. 가치를 쫓다 보면 돈은 따라와요. 저의 최종 목표는 기부자들의 숭고한 마음을 보존하는 거예요.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으로서 제 정체성을 이걸로 잡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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