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킹달러’로 인플레 수출하던 2년 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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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은 무기력하고 투자자의 패배주의는 짙어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2년 전 이맘때도 강(强)달러가 한국 경제를 흔들었다.
2022년 9월 23일(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는 "미 연준이 30여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달러 가치가 급상승했다. 이는 전 세계 통화와 중앙은행에 도전장을 던졌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외환시장의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이 환율 전쟁 기조는 2022년 미국의 강달러 독주로 전환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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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은 무기력하고 투자자의 패배주의는 짙어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 부진을 단 한 가지 배경으로 설명하긴 힘들다. 다만 트럼프 당선 이후 두드러진 달러화 강세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을 부추기는 건 확실하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가운데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3거래일 동안 1조5000억원이나 순매도했다.
2년 전 이맘때도 강(强)달러가 한국 경제를 흔들었다. 당시 글로벌 경제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신음하고 있었다. 고(高)물가를 잡으려는 각국 중앙은행의 노력이 이어졌는데,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 어떤 국가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다. 2022년 9월에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4회 연속 밟기도 했다.
그 후폭풍은 어땠을까. 거시 환경이 달라진 지금과 단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강달러’ 상황이라는 공통점만 놓고 보자.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가 만든 강달러 환경은 미국 내 수입 물가를 낮추고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2021년만 해도 1유로당 1.2달러 수준이던 유로화가 2022년에는 달러와 등가로 교환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2년 9월 5일(현지시각) “미국 내 인플레이션에도 기록적인 달러 강세 덕에 미국인의 구매력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달러만 강세인 상태에서는 미국인의 해외 여행 부담도 줄어들었다.
반대로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가 만든 인플레이션 폭탄을 마주한 각국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앞다퉈 금리 인상에 뛰어드는 ‘역(逆)환율 전쟁(reverse currency wars)’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2022년 9월 23일(현지시각) 미국 블룸버그는 “미 연준이 30여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달러 가치가 급상승했다. 이는 전 세계 통화와 중앙은행에 도전장을 던졌다”고 보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만 해도 주요국은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환율 전쟁(currency war)’에 주력했다.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채산성이 개선돼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글로벌 외환시장의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이 환율 전쟁 기조는 2022년 미국의 강달러 독주로 전환점을 맞았다.
물론 2024년 11월 현재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역환율 전쟁을 벌이진 않을 것이다. 그때처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환경은 아니니까 말이다. 다만 트럼프발 강달러가 장기화하고 원화 가치가 지속해서 하락하면, 갈 길 바쁜 한국 경제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이 강달러를 이유로 국내 증시에서 계속 떠나면 이는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투자자라면 종목의 등락 여부만 보지 말고, 금리·환율 등 거시 움직임을 그 어느 때보다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강달러의 주된 원인이 트럼프라고 한다. 그렇다면 결국은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수밖에 없겠다. 그가 좋든 싫든 말이다. 트럼프는 “미국인의 값싼 해외 여행과 구매력 상승을 위해 강달러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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