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예 못 쳤다" 107억짜리 마구 체인지업의 배신…'에이스 실종' 류중일호, 민낯과 숙제 확인했다
[스포티비뉴스=타이베이(대만), 김민경 기자] "(고)영표 체인지업을 나는 아예 못 쳤다."
한국야구대표팀 포수 박동원(LG)은 에이스 고영표(kt)의 공, 특히 체인지업을 신뢰했다. 대표팀에서는 동료지만, 평소 리그에서 적으로 만났을 때 박동원은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제대로 공략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사이드암인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그만큼 독특하면서도 위력적이었고, 덕분에 고영표는 올 시즌을 앞두고 kt와 5년 107억원에 이르는 비FA 다년 계약을 할 수 있었다.
박동원은 고영표가 한국의 '2024 프리미어12' 대회 첫 승이 걸린 대만전 선발투수로 낙점되자 "영표 체인지업을 내가 아예 못 쳤다. 영표 공을 조금 잡아 봤는데, 그동안은 노바운드로 오는 줄 알았는데 노바운드가 아니더라. 처음 잡아봤을 때는 조금 당황스러운 느낌이 조금 있었다"며 대만 타자들도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류중일 한국야구대표팀 감독 역시 고영표의 체인지업에 기대를 걸었다. 류 감독은 " 일단 코치진 생각이 대만 팀 타자들 스윙이 밑으로 던지면 잘 못 칠 것 같다고 했다. 전력분석도 그렇고, 그래서 한번 고영표로 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영표는 기대대로 최고의 공을 뿌리지 못했다. 고영표는 13일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4 프리미어12'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대만과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닝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에 그치면서 패전을 떠안았다. 한국은 3-6으로 참패하면서 슈퍼라운드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B조에서는 현재 강적인 일본과 대만, 도미니카공화국이 1승씩 챙기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대만은 천천웨이(좌익수)-린리(우익수)-천제슈엔(중견수)-린안커(지명타자)-주위센(1루수)-판제카이(3루수)-린쟈정(포수)-리카이웨이(2루수)-쟝쿤위(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을 꾸려 고영표 공략에 나섰다.
1회까지는 괜찮았다. 고영표는 1회초 선두타자 천천웨이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고, 린리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좋은 컨디션을 자랑했다. 3번타자 천제슈엔과 승부할 때 마지막 공 2개가 몸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치게 제구됐는데도 주심이 모두 볼로 선언해 볼넷으로 출루시키긴 했지만, 다음 4번타자 린안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런데 고영표는 2회말 갑자기 크게 무너졌다. 선두타자 주위센을 1루수 땅볼로 잘 돌려세웠지만, 다음 타자 판제카이를 2루수 앞 내야안타로 내보냈다. 린쟈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2사 1루까지 잘 버텼는데, 리카이웨이에게 우전 안타를 얻어맞아 2사 1, 2루가 됐다. 이어 쟝쿤위까지 볼넷을 허용해 만루 위기에 놓였다.
류 감독은 여기서 고영표를 더 끌고 갔다. 1회 투구 내용이 좋았던 탓에 불펜이 빨리 준비를 하지 못한 감도 있었다. 류 감독은 대만전에 앞서 "(고)영표를 얼마만큼 점수를 안 주고 가느냐, 그리고 우리가 선취점을 내느냐 뺏기느냐에 따라 투수 기용이 조금 바뀔 것 같다"며 여차하면 선발투수를 빨리 내릴 계산이었는데, 정작 상황이 닥치자 그러지 못했다.
고영표는 결국 2사 만루에서 천천웨이에게 우월 만루포를 얻어맞았다. 순식간에 0-4로 벌어지면서 고영표는 큰 내상을 입었는데, 이때도 불펜이 나올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고영표를 끌고 갔다. 고영표는 계속된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린리에게 우월 2루타를 얻어맞고, 대만 주장 천제슈엔에게 우월 투런포를 내주면서 6실점했다. 고영표는 린안커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힘겹게 투구를 마칠 수 있었다.
고영표를 울린 천천웨이는 생애 첫 만루 홈런을 장식한 기쁨의 눈물을 삼켰다. 천천웨이는 먼저 고영표를 공략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상대 투수가 변화구를 던지는 것을 알고 있었다. 먼저 우리 쪽에서 점수가 나오고, 분위기가 우리한테 넘어와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내 인생 첫 만루 홈런이다. 쳐서 영광이고, 홈런을 쳤을 당시에는 정말 감격해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사람들이 대만팀을 믿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우리를 믿고 최선을 다했다. 좋은 경기를 뛰어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고영표에게 쐐기 투런포를 뺏은 천제쉬엔은 "감독님께 고맙다. 나는 이번 경기 전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그래도 나를 믿고 3번타자로 써 주셔서 감사하다. 천천웨이가 만루 홈런을 쳐서 나도 편하게 칠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류 감독은 패장이 된 뒤 "져서 무척 아쉽다. 고영표가 상대 좌타자 라인을 못 막은 게 패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2회) 2사 만루에서 체인지업을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안 꺾이고 바로 들어간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대만전 패배를 고영표 개인의 아쉬움으로 끝내고 말 수도 있지만, '에이스 부재'는 한국 야구 전체의 문제로 확장해서 볼 필요도 있다. 류 감독은 본격적으로 대회를 준비할 때부터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선발투수(에이스)가 안 보인다"고 냉정하게 이야기했기 때문.
물론 문동주(한화) 원태인(삼성) 손주영(LG) 등 좋은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기도 했지만, 고영표와 곽빈 최승용(이상 두산) 임찬규(LG) 외에 발탁할 만한 선발투수가 애초에 마땅치 않았다. 대표팀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과거 류현진(한화) 양현종(KIA) 김광현(SSG)을 더는 추억하지 않아도 될 믿음직한 국내 에이스가 더 많이 리그에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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