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처방에 단 16초…비대면 진료 ‘오남용’ 논란 재점화
오남용 원인 두고 의사 vs 비대면 진료 앱 운영사 공방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위고비를 원하시는데 몇달치 드릴까요?” “한달이요.” “펜(주사제) 하나 처방하겠습니다.”
13일 기자가 한 비대면진료 앱으로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처방받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6초였다. 지난달 15일 국내에 정식 출시된 비만치료제 위고비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체질량지수 27∼30이면서 고혈압 등 복수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비만 환자에게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기자는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지만, 비대면진료 앱에서 체질량지수 30에 해당하는 키와 몸무게를 입력하고 의사와 통화하자 ‘몇달치를 원하냐’는 질문만 받고 쉽게 위고비를 처방받을 수 있었다.
다른 비대면진료 앱에서는 의사와 통화하면서 체질량지수 24로 위고비 처방 기준에 어긋나는 키·몸무게를 말했지만 1분 만에 처방받았다. 의사는 간단히 부작용을 설명하고 “컨디션이 이상하면 사용을 중단하라”고만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설명을 보면, 위고비는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두통, 구토, 설사, 변비, 담석증, 모발 손실, 급성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저혈당, 망막병증까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비만이 아닌 사람이 비대면진료 등으로 위고비를 처방받아 오남용하는 사례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는 체질량지수로 저체중 또는 정상으로 분류되는 ‘165㎝, 50㎏’, ‘171㎝, 55㎏’ 등인데 처방받았다는 후기도 많다. 이들 가운데는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등 비대면진료 앱을 통해 처방받았다고 밝힌 경우도 있었다. 민필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약국 현장에선 비대면진료 앱으로 처방받아 위고비를 받으러 온 날씬한 분들이 많다고 한다. 비만치료가 아닌 미용 목적으로 처방받는 사례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고비는 국내 병의원과 약국 공급가격은 한달 투약 기준 약 37만원인데, 소비자는 평균 50만원대에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 오남용의 주요 통로가 된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논란도 커진다. 비대면진료는 2020년 2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가 지난해 6월부터 제한적으로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이후 올해 2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대란 대응 차원에서 전면 허용됐다.
비대면진료 앱 운영사들은 “비만치료제 오남용은 진료 방식과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처방과 복약 지도 과정에서 비롯되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들은 비대면진료 환경에서 오남용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교수(내분비대사내과)는 “비만으로 인한 고혈압, 당뇨병 등의 질환이 있거나 이를 예방해야 하는 환자에게 대면 진료를 통해 식사 조절, 운동 요법 등을 꾸준히 시도해보고 그래도 체중 감량이 안 되는 경우 사용해야 하는데, 기존에 진료하지 않았던 환자에게 통화로 짧게 물어본 뒤 처방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가정의학과 의원 원장은 “대면진료에선 실제로 체질량지수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비대면진료에선 환자가 이를 속여도 알 수 없어 더 쉽게 오남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포함한 의료용 마약류, 발기부전치료제 등 오남용 우려 의약품, 사후피임약 등 일부 의약품에 대해 비대면진료를 금지한 바 있다. 위고비의 경우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민필기 약사회 부회장은 “부작용과 오남용 사례를 고려해 위고비를 비대면진료 처방 금지 의약품으로 서둘러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위고비를 온라인에서 불법 판매하는 게시글 등을 적발해 차단하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올라온 위고비 온라인 판매 홍보 게시물 53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위 고비를 판매하니 카카오톡으로 문의하라거나 위고비 해외직구 판매 누리집 링크 등을 적은 게시물 등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22일부터 관세청과 함께 위고비를 해외직구로 구매해 국내로 반입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명태균 “김 여사한테서 두 차례 돈 받아…나한텐 큰 돈”
- [속보] 3번째 ‘김건희 특검법’ 국회 통과…국힘은 표결 불참
- 삼성전자 결국 ‘4만 전자’ 추락…4년5개월 만에 처음
- 김혜경 유죄…법원 “10만4천원 결제, 묵인 아래 이뤄져”
- 고려대 교수 152명 “윤석열-김건희 국정농단 특검하라” 시국선언
- 이재명, 김혜경 선고날 “미안하다 사랑한다…아내 희생제물 돼”
- 윤 골프 의혹 점입가경…민주 “부천 화재 추모·한미 훈련 기간에도 쳐”
- [속보] 국민의힘 ‘특별감찰관’ 당론으로 추진키로
- 김영선 “살인자랑 한 버스 타면 나도 살인자냐” 명태균에 떠넘기기
- [속보] 김호중도 했던 ‘음주운전 뒤 술타기’ 처벌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