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유통·물류사 매칭 나선 왕년의 쿠팡맨…"양극화 해결할 것"
"내달 초 제주경제통상진흥원과 MOU(업무협약)를 맺을 예정이다. 진흥원이 제주 소상공인 물류를 일부 지원해 주고 있는데 우리 솔루션을 통해 해당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제주 기업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소멸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혁신'이 주요 이슈로 떠오른다. 지역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요소는 다양한데, 이중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은 빠질 수 없는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로커스코리아도 바로 그런 곳이다.
2023년 2월에 설립한 신생 업체이지만 현재 국내 유통·물류업계에서 주목받는 풀필먼트(물류 종합 대행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사다. 로커스코리아의 BM(사업모델)은 소형 유통업자가 파는 상품에 맞춰 배송 관리를 가장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소형 물류대행사를 연결해주는 매칭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준현 대표는 창업에 앞서 쿠팡, 컬리, 이베이코리아 등에서 9년여간 물류업무를 담당한 전문가다. 그는 이커머스에서 물류 전략을 짜면서 유통사가 물류사를 찾고 연결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을 깨닫고 창업을 결심했다.
로커스코리아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물류사는 소기업이 99.6%, 중기업이 0.3%, 대기업이 0.1%로 소형사가 절대적으로 많지만 매출 비율을 보면 소기업이 20.8%, 중기업이 31.4%, 대기업이 47.8%인 구조로 양극화가 심하다. 이 대표는 "국내외 배송, 통관 등 다양한 조건을 충족시켜줄 물류사를 바로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보니 비싼 줄 알면서도 대기업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속을 까보면 실질적인 물류업무를 대기업이 다 하지는 않는다. 이 대표는 "국내 들어온 명품업체 H사가 대기업에 물류를 맡겼는데 알고 보니 하도급이었다고 하소연을 들은 적 있다"며 "접수는 대기업이 받되 소형 물류사에 하청을 주는 다단계 구조를 이루고 있고, 소형 물류사는 일이 없는 것보다는 나아서 받게 되지만 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수익률이 떨어져 운영비 조달의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관련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류사와 유통사를 연결할 수 있는 매칭 플랫폼 '커넥트링(가칭)'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그는 "소형 유통사와 물류사가 효율적으로 직거래할 수 있게 만들면 기본적으로 물류비용이 낮아지고 소형 물류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로커스코리아는 최근 부산대학교기술지주로부터 팁스(TIPS·민간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사업) 지원을 받았다. 그는 "부산대기술지주로부터 개발 자금뿐만 아니라 기술이전, 해외사업 추진, 펀딩 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아 서비스 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넥트링은 ERP(발주·매입시스템), TMS(배송추적시스템), WMS(창고관리시스템), OMS(주문관리시스템), CRM(고객관리시스템), 매칭시스템이 하나로 통합된 형태이며, 사스(S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제공된다. 유통사나 물류사 입장에선 별도로 구축해야 하는 수고와 운영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 등록된 물류사가 몇 평의 보관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지, 어떤 상품군을 잘 다룰 수 있는지, 배송 신뢰도는 어떤지, 재무상태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커넥트링에서 '김포에서 500평 이상 신선창고를 가지고 새벽 배송도 가능한 물류사'라고 검색했을 때 그럴 능력이 안 되는 업체가 참여하면 신뢰를 완전 잃게 된다"며 "등록된 소형 물류사들의 현실적인 피지빌리티(feasibility·실현할 수 있는 상태)를 검증해야 하므로 이런 시스템들을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넥트링은 내달 시제품이 나오고 내년 1월 미리 써보겠다고 신청한 고객사들 위주로 베타테스트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소형 유통사이던 쿠팡이 대기업이 돼 유통의 선도자가 된 것처럼, 국내 소형 물류사 중에서도 대기업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그런 회사가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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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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