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미국에 추월 당한 성장률···체감 경기는 ‘한겨울’

박상영 기자 2024. 11.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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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1.7.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7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제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무역을 제외한 주요 경제 지표는 부진한 모습이다.

특히 임기 초반 5%대 초반을 웃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1%대까지 떨어졌지만 내수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년 연속 미국에 추월당한 성장률

국내총생산(GDP) 성장율은 한 국가의 전반적인 생산활동 수준과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경제지표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임기 첫해 성적표라 볼 수 있는 2023년 GDP 성장률은 1.4% 였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렸던 때를 제외하고 1%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같은 해 미국은 2.5% 성장하며 한·미간 성장률 격차가 1%포인트가 넘었다.

올해에도 한국 성장률은 미국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10월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 성장률을 2.5%로 예측했다.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2.8%)보다 0.3%포인트 낮은 규모다.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지면서 연간 성장률이 2%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우세해지고 있어 실제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2000년 이후 미국 성장률이 한국을 2년 연속 앞섰던 것은 2018∼2019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양국의 성장률 격차가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졌다. 선진국 문턱에 이제 진입한 한국이 미국처럼 이미 높은 수준의 성장 단계에 있는 국가에 성장률을 추월당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도 하락 추세에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말한다.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저출생 대책과 구조개혁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잠재성장률마저 미국에 2년 연속 뒤처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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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체감 경기 ‘트럼프 리스크’까지

성장률 하락의 배경에는 부진한 내수가 있다. 재화 중심의 소비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감소 중이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긴 기간 감소다.

소비의 또 다른 축인 서비스 분야를 봐도, 서비스업 생산지수가 3분기에 전년 대비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1년 1분기(0.7%) 이후 14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특히 내수와 밀접한 숙박·음식업은 지난해 2분기(-2.0%)부터 올해 3분기(-1.9%)까지 6개 분기째 줄었다.

사람들이 지갑을 닫는 데는 여윳돈이 없는 영향이 크다. 가계 여윳돈인 가구 흑자액(실질)은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째 줄어드는 등 소비 여력은 감소하고 있다. 최근 물가는 하락 추세에 있지만 채소류를 중심으로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는 제한적인 소비 대책만 내놨을 뿐이다.

그동안 경제를 떠받쳤던 수출도 최근 불확실성이 커졌다. 최근 기저효과 영향이 사라지면서 수출 증가율이 둔화된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은 관세 갈등이 격화될 경우, 수 백억 달러의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수출마저 어려워지고 있지만 2년 연속 발생한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재정 지출을 통한 내수 부양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30조원 가량의 세수가 부족해지자 지방교부세·교부금을 줄이고, 예정됐던 사업도 일부 축소하기로 했다. 경기가 부진할 때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재정의 손발이 묶인 셈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는 감세를 통한 경기 활성화를 자신했지만 세수 부족 결과만 초래했다”며 “경기 대응을 위해 정부가 재정의 역할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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