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만화 영화와 우주항공 기술
6년 전 대전에 기반을 둔 엔젤클럽 월례 모임에서 개최하는 스타트업들의 투자 설명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딥테크(Deep Tech) 기반의 사업 모델이 특징이었다. 딥테크는 단순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나 서비스 창출이 아닌 근본적인 기술적 혁신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을 뜻한다. 기존의 기술이나 서비스를 단순히 개선하거나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과학적 연구나 기술적 도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방향의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 딥테크 스타트업 중 항공 우주 분야 기업 차례가 돼 소개된 CEO를 보고 3가지 점에서 놀랐다. 첫 번째는 CEO가 20대 초반의 카이스트 학생이었다는 점, 두 번째는 이 학생이 감히 누구도 도전을 생각하기 어려운 우주 발사체를 개발해 인공위성을 쏘아주는 서비스를 하고자 하는 기업을 설립했다는 점, 세 번째는 자신의 기업의 비젼을 설명하는 자세가 너무나 진지하고, 때로는 재미있고 설득력 있는 매우 예의 바른 인재였다는 점이다.
그는 왜 이 혁신적인 기업을 창업하게 됐는지 잠깐 소개했다. 대략의 요지는 어려서 본 만화 영화에서 어린 주인공이 자신이 개발한 우주 로켓을 쏘는 것을 보고 자신도 그 꿈을 가지기 시작했고, 외국 소재 대학 1학년 재학 중 운동장에서 자신이 개발한 로켓을 성층권까지 쏘아 올리면서, 어릴 적 꿈을 이뤄야겠다는 결심 끝에 외국 대학을 그만두고 KAIST 우주항공학과에 다시 입학했다는 것이다. 학업 중 주변의 선배들이 기업을 설립해 꿈을 실현해 보라는 말을 듣고 진지하게 고민 후 우주 발사체 기업을 설립하게 됐다는 젊은 CEO의 사업 계획은 황당하지 않았으며, 체계적인 미래 계획을 하고 있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이후 그 회사는 엔젤클럽과 엑셀러레이터들로부터 투자를 받았으며, 지금까지 여러 투자 회사로부터 수백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그 혁신 기업은 발사체인 '블루웨일'을 우주에 쏘아 올리기 위하여 우리나라 유수 기업, 지자체는 물론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코스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아직 석사과정 학생인 CEO이지만 80여 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이끌어가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혁신 기업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대전은 우주항공클러스터의 한 축으로 연구개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 지역은 소형발사체, 대형발사체, 인공위성, 우주 항공 관측, 드론 분야 등 거의 모든 우주 항공분야 연구와 사업화의 집약지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연구개발은 사업화가 전제될 수밖에 없고, 연구 결과물을 사업화하는 혁신기업이 우리 지역에서 창업될 가능성이 높다. 대전에 있는 인공위성 제작 전문 코스닥 기업 역시 대한민국 최초의 국적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 인공위성 제작에 참여한 카이스트 연구진들이 힘을 합쳐 창업한 회사이며, 이외에 대전 충청권의 우주항공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업들이 연구원 창업을 통해 성장했다. 이들 우주항공 분야의 혁신 기업들의 시작과 성장에는 주변의 선배들은 물론 창업 엑셀러레이터들의 투자와 다양한 지원이 큰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이 분야 역시 우리 지역이 우주항공 분야에서 창업하기 좋은 토양을 갖춘 이른바 '기술 토양론'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딥테크 기업 창업 기획자라 할 수 있는 대전의 엑셀러레이터들이 개최하는 공개 피칭 이벤트가 1년에 여러 차례 대전에서 개최된다. 이 행사는 딱딱한 기술 설명회가 아닌 딥테크 기반 혁신 창업가들의 도전 정신을 확인 할 수 있어 기술을 모르는 사람이 참석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우리 지역의 부모들이 아이들과 손잡고 이 행사들을 가보면 아이의 눈빛이 달라질 것이고, 그들 중 몇몇 아이는 우리 지역을 세계로 알리는 우주 항공 분야 혁신 기업가가 될 것이다.
우주 개발이 갖고 있는 가장 큰 가치는 '돈'이 아닌 '꿈'이다. 우주 개발은 아이들에게 과학기술에 대한 희망과 도전을 안겨준다. 어린 시절 아인슈타인이 읽은 책 한 권은 그에게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는 꿈을 꾸게 했으며, 집 뒷마당에서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만화영화를 본 어린아이는 우주 발사체 기업의 CEO가 됐다. 우리 지역민들의 많은 관심은 우주항공 분야에 능력 있는 지역 인재들을 공급하는 자양분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박창희 특허법인 플러스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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