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받이라도 기꺼이 되겠소”…탑골공원 대신 예비군훈련장 간 이 어르신들
창립 1년만에 회원 2천명 돌파
캐나다·일본서도 자발적 참여
시가지 전투·스크린 사격 훈련
나라 위해 일할 수 있으면 영예
수양 벚나무가 가지를 길게 늘어뜨려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는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지난 12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최영진 시니어아미 공동대표(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저출생 고령화 시대에 국방력 강화를 위한 시니어아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시니어들이 은퇴한 후에도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면 명예로운 일”이라며 “시니어아미로 인해 청년층의 노고와 희생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육군 20사단 신병 교육대대 조교 출신인 최 공동대표는 우리 군의 정신전력 교범 집필에 책임 연구자로 참여한 전문가다. 최근 저출생으로 병력 부족 문제가 대두되자, 시니어아미 10만 양병설을 제시한 바 있다. 평균 연령 만 63세인 시니어아미의 현재 회원 수는 창립 1년 만에 2000명을 훌쩍 넘었다. 자발적으로 군복을 산 회원도 500명이 넘는다.
그는 시니어아미의 활동 조건으로 ‘삼무삼유( 三無三有)’를 강조했다. 최 공동대표는 “시니어아미는 군 계급장, 사회적 지위,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며 “반대로 건강과 시간적 여유, 자기 밥값을 낼 정도의 경제적 여유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는 하나’라는 취지에서 군 장성부터 미필, 여성이 모두 동일한 지위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돈을 받지도 않는다. 오직 국가를 위한 자발적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시니어아미는 국방부로부터 협조를 구해 예비군 훈련장을 빌려 정기적으로 훈련에 나서고 있다. 부산, 군산 등 전국을 비롯해 일본 오사카,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한국으로 찾아와 훈련에 참여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훈련은 주로 스크린 사격과 시가지 전투에 나선다. ‘별 셋’ 중장 출신이 분대 내에서 5번 소총수로 활동하기도 하고, 군대 경험이 없는 여성 시니어가 M16 소총 한 정을 들고 시가지 전투 서바이벌 당시 현역 5명을 무너뜨리는 등 전투력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최 공동대표는 “시가지 전투를 하면, 현역 대항군이 투입되는데 시니어아미가 전혀 밀리지 않는다”며 “현역들이 어르신들이라고 설렁설렁하다가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웃어 보였다. 실제 시니어아미 회원들의 눈빛엔 날카로움이 살아 있다. 청년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강철 체력도 다졌다.
전쟁 발발 시 시니어아미의 역할에 대해 그는 “기본은 경계 근무”라고 언급했다. 최 공동대표는 “전방 경계 근무는 단순하지만, 책임감이 따르는 과업”이라며 “밤잠도 없는 시니어들이 첨단 감시 장비를 활용해 전방의 경계를 담당하고, 청년 현역들이 기동타격대나 5분 대기조를 통해 지원한다면 인력 운용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공동대표는 기본적으로 현대 사회 들어 시니어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5060은 인류사 처음으로 건강하고 돈이 있는 세대”라며 “자산을 충분히 축적한 만큼 이제는 삶의 의미를 따져 볼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서 “나이 많다고 탑골공원 가는 게 아니라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며 “국가에 헌신할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게 명예”라고 강조했다.
최근 청년층과 시니어 간 세대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도 시니어아미가 중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국방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젊은 세대의 부담을 줄일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 속 시니어들이 ‘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최 공동대표는 “우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안보관을 믿는다”며 “청년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동기부여가 된다면,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다”고 기성세대의 바람직한 가교역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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