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철회 후 주총 ‘승부수’ 던진 최윤범···주주소통·환원책 꺼내 [시그널]

황정원 기자 2024. 11. 14.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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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혼란과 주주 우려 겸허히 수용"
사외이사가 의장,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 낭독 뒤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이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 당국의 제동에 결국 2조 5000억 원 규모의 일반 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수세에 몰린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사회 의장직 사임 카드를 꺼냈다. 최 회장과 영풍(000670)·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은 이르면 연말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회장은 1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관을 개정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할 방침”이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다만 사내이사직 유지에 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고려아연은 임시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결의했다. 차입금 상환과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기습 유상증자가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기간에 준비했다는 논란 속에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는 자충수가 된 것이다. 최 회장은 “시장 혼란과 주주분들의 우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 회장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해외 투자자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분기 배당 도입 등 주주 환원 정책도 강화하기로 했다.


주주소통·환원책 꺼낸 고려아연···'표대결' 우호지분 확보 총력

■고려아연 유증 철회

양측 지분 5%P差···주총서 판가름

국민연금 등 기관표심 확보 관건

최윤범 "승리해 회사 지켜내겠다"

소액주주 겨냥 분기 배당도 도입

MBK선 "회장직 유지 꼼수" 비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철회함에 따라 영풍·MBK파트너스와의 지분 매입 경쟁은 이제 임시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다툼으로 이어가게 됐다. MBK 측이 의결권을 과반 가까이 확보해 승기를 잡은 모양새지만 임시 주총 개최 시기부터 실제 표 대결까지 변수도 남아 있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지분율은 영풍·MBK가 39.83%이며 최 회장과 베인캐피털이 17.01%이다. 한국투자증권(0.8%) 등 일부가 보유 지분을 매각해 한화 등 최 회장의 우호군(17.50%)을 더해도 34.51%로 추정된다. 약 5%포인트 차이가 나는 셈이다. 특히 영풍·MBK는 의결권 기준으로 45.4%를 확보해 승기를 잡은 상태다.

만약 유상증자가 진행됐다면 최 회장은 우리사주조합(3%) 등 우호 세력이 늘어나는 동시에 MBK 측 지분 희석이 됐겠지만 시장을 외면했던 ‘깜짝 카드’는 물거품이 됐다.

가장 큰 관심은 임시 주총 개최 시기이다. 영풍·MBK가 서울중앙지법에 요청한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사건의 심문 기일은 27일이다. 법원 결정에 따라 이르면 12월 말 열릴 가능성이 있다. 이때는 MBK 측이 임시 주총 날짜를 정하게 된다.

만약 법원의 허가 전에 고려아연이 임시 주총을 열겠다고 받아들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경우 고려아연 측에서 개최 날짜를 정할 수 있는데 정기 주총 직전인 1월 말까지 시간을 끌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최 회장은 “법원 결정에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약 1개월에서 최대 3개월 가까이 남은 기간 동안 양측은 지지 세력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한편 국민연금과 기관 및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확보하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의 지분은 공시상 7.83%이나 주가가 100만 원을 넘었을 때 차익 실현을 위해 3% 가까이 매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 측은 기존에 보유한 1.41% 자사주를 우호 지분으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아직 정한 바가 없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MBK 역시 장내 매수를 계속 이어가 지분을 더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MBK는 공개매수가 종료된 후인 지난달 18일 2만 주(82만 4394원)를 시작으로 총 15거래일에 걸쳐 1.36%를 매입했다.

양측은 이날 임시 주총에서의 총력전을 예고했다. 최 회장은 “저희를 믿고 지지해준 주주분들,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믿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해오신 주주분들과 함께 다가올 주총에서 승리해 회사를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 측에는 유상증자 건을 계기로 주주들이 돌아선 게 치명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고려아연은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우선 정관 개정을 통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고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외국인 주주와 해외 투자가 소통 강화를 위해서는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주주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분기 배당도 추진하기로 했다. 회사는 배당 기준일 이전 배당액을 결정해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소액주주 보호와 참여를 강화하는 노력도 병행한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 소액주주의 의사가 적극 반영되도록 ‘소수주주 다수결(MOM·Majority of Minority Voting)’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MOM은 특별 관계인과 이해관계가 없는 소액주주 중 다수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의사 결정 방식으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MBK 측은 “MOM 제도는 최 회장이 본인의 경영권을 사수하려는 목적으로 정관 개정을 통해 소수주주라는 가면하에 권리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최대주주인 영풍·MBK에 반해 소수주주인 최 회장 측에 유리한 ‘꼼수’라는 비판이다.

MBK 관계자는 “임시 주총에서 신규 이사들을 선임함으로써 유명무실한 이사회 기능을 정상화하겠다”며 "집행 임원 제도를 도입해 고려아연에 새롭고 투명한 거버넌스 체제를 신속하게 확립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MBK는 임시 주총 안건으로 14명의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 집행 임원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한편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 결정에도 회계감리 및 불공정거래 조사 등은 별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의 이날 주가는 유상증자 철회에 따른 영향으로 14.10% 급락한 98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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