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잡겠다며 서민만 때려"…원성 쏟아진 이유 [돈앤톡]

오세성 2024. 11. 1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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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
사실상 수도권 외곽 서민 아파트 대상
"60억 서울 집값 놔두고 4억짜리 서민 집 규제" 한탄
한 시중은행 외벽에 게시된 디딤돌대출 안내 게시물의 모습. 사진=뉴스1


정부의 디딤돌 대출 한도 축소 발표에 부동산 시장에서 원성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음달 2일부터 수도권 디딤돌 대출에 그동안 면제됐던 방공제가 적용되면서 대출 가능 금액이 대폭 주는데, 사실상 중저가 서민 아파트가 몰려 있는 수도권 외곽 지역이 규제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디딤돌 대출은 연 소득 6000만원 이하(신혼가구 85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서민이 5억원(신혼 6억원) 이하의 집을 구입할 때 최대 2억5000만원(신혼 4억원)까지 저리(연 2.65~3.95%)로 빌려주는 정책 금융 상품입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최대 70%, 생애 최초는 최대 80%입니다.

그간 디딤돌 대출을 받으면서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이른바 방공제로 불리는 소액 임차 보증금을 포함해 대출해 줬지만, 수도권의 경우 다음달 2일부터 지역별 소액임차 보증금을 차감하게 됩니다. 규모는 각 지역별로 서울 5500만원, 경기 4800만원, 광역시 2800만원으로, 그만큼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셈입니다.

모든 지역 대출이 줄어드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8억8400만원입니다. 도봉구(5억2900만원), 노원구(5억8200만원), 금천구(5억5400만원)와 같이 중위 매매가격이 6억원 이하인 지역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이미 디딤돌 대출이 나오지 않는 곳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경기와 인천 중위 매매가격은 각각 4억5000만원, 3억2400만원입니다. 디딤돌 대출 규제의 영향이 경기와 인천에 집중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경기에서도 과천(16억7800만원), 분당(13억3350만원), 하남(9억1700만원) 등 서울과 인접한 선호 지역은 디딤돌 대출이 나오지 않기에 규제를 빗겨나 있습니다.

결국 수도권에서도 중저가 서민 아파트가 많은 외곽 지역만 이번 대출 규제의 대상이 됐습니다. 서울의 집값 상승을 구경만 하던 외곽 지역이 갑자기 규제를 맞는 상황이 펼쳐진 것입니다. 군포시의 한 개업중개사는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고 하니 가뜩이나 없던 매수자가 자취를 감췄다"며 "주택시장 안정이 목표라면서 오른 것도 없는 서민 동네를 때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습니다.

경기 중위 매매가격인 4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LTV 70%를 적용한 대출 가능액은 3억1500만원입니다. 1억3500만원을 모으면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방공제를 적용해 4800만원을 제외하면 대출 가능액은 2억6700만원으로 쪼그라듭니다. 1억원대 초반에 그치던 내 집 마련의 허들도 2억원 수준으로 높아지게 됩니다.

김포시 개업중개사도 "김포는 신혼부부가 첫 집으로 많이 찾는 동네"라면서 "대출에서 갑자기 4800만원이 줄어들면 신혼부부는 무슨 돈이 있어 집을 사겠느냐"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월말부터는 호가도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집값을 잡으려면 4억원대 아파트 대출을 막기보단 서울의 60억원짜리 아파트를 규제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시내 설치된 4대 은행 ATM 기기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토부는 연 소득 4000만원 이하 가구가 3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때는 방공제 없이 대출받도록 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제한적인 탓에 수혜를 입기는 어렵습니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중위 매매가격이 3억원 이하인 지역은 양주, 동두천, 포천, 여주, 이천, 평택, 안성 등 7곳에 그쳤습니다.

이번 규제 방안이 발표되면서 대출 규제에 반대하는 청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디딤돌대출 규제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1만2600여 명의 동의를 받은 이 청원인은 "디딤돌 대출 하나만 희망으로 생각하며 내 집을 기다리던 서민들에게 국토교통부와 금융권이 합심해 내 집이 아닌 은행집 만들기에 나선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이번 규제가 집값 양극화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한도가 줄면 대출을 최대한 일으켜야 집을 살 수 있는 수요층은 주택 구매가 불가하지만, 적은 대출로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주택 구매가 가능하다"며 "이는 결국 집값 양극화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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