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비대위' 의협, 전공의와 힘 합치나…대정부 활동 주목
"비대위, 전공의·의대생 견해 중시돼야" 입장
박단이 지지하기도…의료계 단일대오 기대
정부 협상 진척은 미지수…'의대정원' 걸림돌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당분간 의정갈등에 대응할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박형욱 단국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대한의학회 부회장 겸 대의원회 부의장)가 선출됐다.
협회 안팎으로 갈등이 컸던 수장이 교체되면서 법정의사단체 의협과 의정갈등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합심해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14일 의협에 따르면 전날 밤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 244명을 대상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투표를 실시한 결과 박형욱 교수가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투표에 참여한 대의원 233명 중 123명의 표(득표율 52.79%)를 받았다.
박 교수는 당선 직후 "당선이 기쁘기보다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면서 "위원장으로서 독단을 가장 경계할 것이며 앞으로 구성될 비대위는 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박 교수는 예방의학 전문의 겸 변호사로, 의협 대의원회 부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 교수는 내년 1월 초 차기 의협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번 비대위 선거는 임현택 의협 전 회장이 전공의 단체와의 소통 부족 문제, 막말 논란 등으로 지난 10일 탄핵되면서 치러졌다. 탄핵 직후 비대위 설치 안건이 가결됐고 그로부터 사흘 만에 투표가 이뤄졌다.
임 전 회장은 임기 동안 전공의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이 여러 차례 노출됐었다.
그가 회장직에 있던 지난 6월 의협은 범의료계 협의체 올특위(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꾸렸지만 전공의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며 별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해체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임 전 회장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대표하지 못한다며 최근까지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논란의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롭게 비대위가 꾸려지면서 의협과 전공의들이 의견이 하나로 모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박 교수는 의료계에서 "현 사태 파악을 잘하고 있는 인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당선 뒤 "비대위 운영에서 소외돼 왔던 전공의와 의대생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는 등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도 박 교수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선거 뒤엔 SNS에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제 시작입니다"라는 글을 올릴 정도로 박 교수를 반기고 있어, 양측의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들이 합을 맞춘다고 해서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까지 진전을 보일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만 더 강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박 교수는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전날 "정부의 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어 의료 농단 사태는 급격히 해결되긴 어렵다"면서 "정부가 시한폭탄을 먼저 멈춰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전공의가 돌아올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분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면서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으면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국민들은 의료파탄의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들의 변함 없는 요구사항 중 하나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다. 박 비대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이 빠진 채 운영되고 있는 여야의정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비판하며,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정지를 하든 7개 요구안 일체를 수용하든 뭐라도 해야 다가올 혼란을 조금이라도 수습할 법하다"고 했다.
결국 의료계 내부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든 정부가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고는 현 사태가 해결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의대 교수는 "정부가 의대 증원 등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며 "문제를 촉발시킨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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