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하지 말라는 법만 늘어"…'이사 의무' 상법 가속에 재계 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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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이사는 회사와 총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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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소극적 경영결정 불가피…사법 리스크 노출 우려"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개정안이 회사의 경영 판단을 막아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고, 행동주의 펀드 등 경영권 공격 세력에게 악용되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 대표가 최근 여당 요구를 받아들여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결정하자 시민사회단체 등 지지층이 반발했는데, 이를 감안해 상법 개정은 강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이사는 회사와 총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이사는 경영진뿐 아니라 소액주주 등 주주 전반의 이해관계를 만족시켜야 할 의무를 지게 하는 셈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확산하는 가운데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고안됐다. 기업이 사업재편 등을 하게 될 경우 소액주주가 손실을 봐도 피해를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는 문제의식이 불거지면서다. 개정론자들은 법을 고치면 이사들이 소액주주 이익을 적극적으로 챙길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재계 생각은 다르다. 주주의 이익까지 따져야 할 경우 결정권을 가진 이사들은 모든 경영 판단을 내릴 때 주주 각각의 이익과 손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영상 결정에 대한 범주가 모호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결국 기업은 경영상 결정에 대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경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등 기존에는 정당하게 실행돼 온 자본거래들에 대해서도 일부 주주의 문제제기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며 "경영진은 이를 우려해 의사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사법 리스크 우려도 나온다. 이사들의 경영 판단이 틀렸을 경우 주주가 배임죄 책임을 묻는 사례가 빈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대표는 지난 11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배임죄 등 규정 완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접적인 위임관계가 없는 주주와 이사 간 대리인 관계를 인정할 경우 회사법상 혼란이 생긴다는 점,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을 별개의 개념으로 규정한 해외 입법례도 찾기 어려워 글로벌 스탠더드에 위배된다는 점도 재계의 반박 근거다.
재계는 이번 상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내용의 토론회나 세미나 등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오는 28일 '밸류업과 지배구조 규제의 최근 논의와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데 상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도 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나라가 발전하려면 창업을 권해야 하는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마찬가지로 이번 개정은 기업 하지 말라는 또 하나의 경고나 다름없다"고 했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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