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계 순탄치 않을 것…대북 협상, 우선순위 밀릴 수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안팎에서 격변이 예상되고 있다. 한반도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 방위비 분담금 등을 놓고 ‘미국 우선주의’ 기조로 한국을 압박했을 뿐 아니라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동맹국들을 더 강하게 몰아세우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또 집권 때 세차례 만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잘 지냈다”며 북한과는 다시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여러번 시사했다.
한겨레는 12일(현지시각)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3명과 전화 및 이메일 인터뷰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전망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서 경제적 이익을 더 얻어내려고 시도할 것임은 분명하지만 주한미군 철수나 북핵 협상 재개 전망에 대해서는 트럼프 특유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 “더 거래적으로 한국 대할 것” “방위비 합의 파기 가능성도”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한-미 관계는 “더욱 순탄치 않고 예측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칩과 과학법’ 관련 정책을 바꿔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어렵게 만들 수 있고,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프랭크 엄 전 미국 국방장관실 대북문제 선임고문도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보다 더 한국을 거래적으로 다룰 것”이라며 “한국이 자기방어에 상당히 더 많은 돈을 쓰라고 요구하고 미군 철수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트럼프가 한·미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서두른 것을 불쾌하게 여기고 이를 파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 전개는 트럼프가 핵무기 확산은 피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 점과도 맞물려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론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또 트럼프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적극 옹호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에도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한국이 “돈을 내지 않는다”며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또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지난달 한·미가 합의한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의 9배에 해당하는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받아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트럼프는 집권 1기 때 동맹의 유용성에 대해 크게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며, 그의 재집권은 확장억제 공약 등과 관련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들에 “훨씬 큰 불확실성”을 안긴다고 지적했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 내용을 트럼프가 수용할지도 불확실해 보인다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감축론과 관련해 여 석좌는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고려하면 트럼프 쪽도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을 존속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 문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중국 견제 등을 위해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는 안보 매파와, 해외 주둔 미군을 귀국시키고 방위비를 줄여야 한다는 쪽의 논쟁과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 “북한과 대화 의사 있지만 조건·시기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트럼프가대북 협상 재개에 긍정적인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봤다.
엄 전 선임고문은 트럼프가 김 위원장과 “개인적 외교 재개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은 5년간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했고 안보 지형도 변화한 상태라 협상이 이른 시일 안에 재개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중국, 러시아, 중동에서의 도전”은 북한을 다시 상대하려는 트럼프의 능력을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미국의 새 대통령은 누구든 경제 등 국내 문제에 집중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대만, 중동이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김 위원장으로서도 북-미 정상 외교 실패 경험, 문재인 전 대통령 같은 중재자의 부재, 러시아의 도움으로 제재를 회피하면서 군사 협력 대가로 에너지와 식량 등을 제공받는 점 등이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을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 전략무기 전개나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되면 이에 상응해 적극적 자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중재자로 나선 2018~19년과 달리 윤석열 정부에서 남북 관계가 매우 적대적이라 한국이 소외되거나 미국의 요구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여 석좌는 “트럼프는 동맹들에 통보하지 않고 협상에 나설 수 있다”며 “이는 윤석열 정부와의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엄 전 선임고문은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한국 패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접근 방식은 확고한 간여 노력과 충돌한다”며 “계속 이러면 트럼프한테는 한국에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지렛대를 더 줄 수 있다”고 했다. 대북 압박 지속과 강화를 위해 연합훈련과 전략무기 전개에 의존할수록 트럼프가 더 큰 요구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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