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발표 이후 내분-불만 커진 배드민턴계 왜?…600여명, 회장 해임 요구했지만..., '무용지물'로 끝나나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징계하면 뭐하나, 뭉개면 그만인데….'
최근 배드민턴계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대상으로 내린 엄중 조치를 두고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문체부는 지난달 31일 '배드민턴협회 사무검사 및 보조사업 수행 점검' 최종 결과 발표를 갖고 사실로 밝혀진 협회의 각종 비리·부실행정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적 사항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김택규 회장에 대해 해임을, A사무처장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문체부의 이런 엄정 조치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데다, 배드민턴계 내부 갈등만 가중시키는 상황으로 이어지자 문체부를 되레 원망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3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협회 일부 부회장, 이사와 전국의 일선 지도자 등 600여명은 지난 11일 '스포츠공정위원회가 김 회장의 직무정지 안건을 심의해 달라'는 요구서를 협회에 제출했다. 각급 학교·실업팀의 엘리트 지도자뿐 아니라 생활체육 지도자까지 연대 서명에 참가했고, 일부 선수도 동참하는 등 '안세영 작심발언' 사태 이후 가장 광범위한 배드민턴계 내부 민원이다.
이번 징계 요구는 문체부가 김 회장의 해임을 요구했는 데도, 협회가 묵살하듯 여전히 안하무인 태도로 일관하자 '이러다가 더 큰 철퇴를 맞겠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자정노력의 일환이었다. 문체부는 조사 최종 발표에서 "협회가 자정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면서 향후 국고보조금 환수, 관리단체 지정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스포츠종목단체 입장에서 '관리단체'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하지만 협회가 회장 해임안 심의를 위한 공정위를 개최할지, 개최하더라도 문체부 요구대로 해임이 가결될 지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와 공정위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공정위는 협회 산하 분과위원회로 자문기구 중 하나로 분류돼 있다. 특히 김 회장은 지난해 10월 당시 공정위(9명)가 최소 구성 요건(7명 이상)을 갖춘 상태였는 데도 5명의 위원을 추가 임명, 현행 14명 체제로 만들었다. '공정위가 회장 친정체제로 구축됐다'는 주변 우려도 이때부터 나왔다.
공정성·중립성에서 의심받은 공정위가 어떻게 회장을 상대로 징계 심의를 하겠느냐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실제 대한체육회가 지난 12일 공정위를 열고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 길을 열어주는 '셀프 연임 심사'를 통과한 사례가 나오자 배드민턴계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공정위의 '기울어진 운동장' 분위기는 요구서 접수 단계에서 이미 노출됐다. 서명자를 대표한 김모 부회장은 당초 공정위원장에게 직접 요구서를 접수하려 했다. 서명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공정위원장은 접수를 거부하고 "공정위가 협회 조직이니 협회에 제출하라"고 답변했다. "협회 회장과 사무처장이 징계 대상인데, 그들에게 개인정보가 열람되면 어떡하느냐"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한다. 결국 김 부회장은 협회 담당자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준수를 신신당부한 뒤 요구서를 접수했다.
공정위의 불공정 우려만 문제가 아니다. 김 회장이 '버티기'에 들어가면 별 도리가 없다. 현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 불과 2개월 남짓 남았다. 김 회장은 문체부의 최종 발표 뒤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소", "누가 나를 해임하느냐"를 운운하면서 강력 반발했다. 여기에 문체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법적으로 보장된 이의신청 기간이 발표일로부터 1개월이다.
김 회장이 이의신청, 법적 대응 등의 절차에 들어갈 경우 시시비비를 가리느라 적잖은 시간이 흐를 것이고, 그러다가 회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게 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다수 예측이다. 결국 문체부의 해임 요구는 변죽만 울리는 '요식행위'로 그칠 위험이 커지게 된다.
김 회장은 최근 문체부 조사 관련 대책회의를 하면서 이른바 '친위세력' 시도 협회장, 임원들만 만나 논의하는 등 '반대파'와의 전선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조사로 협회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긁어 부스럼'이 되는 형국이다. 협회의 한 대의원은 "문체부가 애매하게 조치를 하는 바람에 협회 내분만 심화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방치되다가 회장이 임기 다 채우고 떠나면 뒷감당은 누가 책임져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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