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 오너 2세 어진 대표이사 복귀…상속세 절감에 도움
상속세 감면 시한 맞춘 듯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안국약품 오너 2세 어진 부회장이 2년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안국약품은 12일 어진 부회장을 각자 대표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어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복귀는 임상시험에 직원을 불법으로 동원해 유죄 판결을 받고 옥살이를 하다 출소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눈영양제 ‘토비콤’으로 알려진 안국약품은 1955년 설립된 중견 제약사로, 2022년 3월 어 부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어 부회장 복귀로 안국약품은 전문경영인 원덕권 대표이사 사장 체제에서 어 부회장과 원 대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대표이사직 복귀로 상속세 절감 효과
어진 부회장은 2022년 별세한 안국약품 창업자 고(故) 어준선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업계는 어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복귀가 상속세 감면을 위한 행보라고 본다. 어 부회장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공제받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인의 가업 승계 시 가업에 직접 사용되는 사업용 자산 등의 가액만큼 과세표준에서 차감해 상속세를 감면받는 제도다. 이 제도상 상속인이 상속세 신고 기한으로부터 2년 이내에 대표이사직에 올라야 해당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어 부회장은 2022년 부친으로부터 약 260억원 상당의 안국약품 지분 20.35%를 상속받았다. 이에 따른 상속세는 약 1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 2월 전에 대표이사직에 올라야 상속세를 공제받을 수 있다.
현재 어 부회장은 안국약품 지분 43.2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어 부회장은 2016년 부친 지분율을 뛰어넘어 안국약품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앞서 어 부회장은 2020년 두 아들(1996년생, 1999년생)에게 서울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아파트 1채를 지분 절반씩 나눠 증여했다. 당시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앞두고 절세하려는 전략이란 해석이 나왔다. 부부의 보유세 부담을 줄이고, 공시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자녀의 증여세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노렸다는 얘기다. 부부는 2015년 7월 이 아파트를 40억원(공시가격 28억원)에 매수했는데, 현 시세는 100억원에 육박한다.
◇리더십 교체로 허술? 정부 징계 잇따라
어 부회장은 1998년에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리베이트(약품 채택 대가) 제공과 임상시험에 직원을 동원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자 2022년 3월 경영에서 물러났다. 그해 부친이 작고하면서 지난해 1월 사내이사 부회장으로 복귀했다.
그는 2016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승인 없이 안국약품 중앙연구소 직원 16명에게 개발 중인 혈압강하제 후보물질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2017년에는 직원 12명에게 항혈전 응고제를 투여해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실패한 비임상시험 결과를 임의로 변경해 식약처에 제출한 혐의도 추가됐다. 이와 함께 의사 80여명에게 80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2019년 7월 기소되기도 했다.
올해 2월, 재판부는 불법 임상시험 동원 혐의에 대해 “회사의 지위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직원들을 이용해 임상시험을 했다”며 징역 8월형을 선고했다. 이에 어 부회장은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복역하다 지난달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이트 관련 재판은 진행 중이다.
어 부회장은 수감 중에도 사내이사직을 유지했다. 법적 취업제한 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기업의 임직원 등이 5억원 이상의 사기·횡령·배임 등 범죄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재직할 수 없다.
업계는 어 부회장이 지난해 사내이사로 복귀한 뒤에 회사 통제가 소홀했다고 지적한다. 안국약품은 지난해에도 정부로부터 여러 차례 제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지난해 식약처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세관으로부터 제조업무정지와 과징금, 과태료 등 5차례 징계 처분을 받았다.
식약처는 지난 8월 안국약품의 당뇨약 ‘뉴글리필드정’에 대해 시판 후 유연 물질(불순물) 초과로 회수 조치를 내렸다. 안국약품은 앞서 지난 2월엔 다른 당뇨약 ‘에이다파시타듀오정’에 대해 불순물 검출 문제로 회수 폐기 명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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