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시계 밀반입 의혹' 양현석, 내일 첫 재판…고의냐 협찬이냐

황지향 2024. 1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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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성 여부, 협찬 정당성 쟁점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15일 오전 11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관세) 혐의를 받는 양 총괄의 첫 공판기일을 연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해외에서 명품 시계를 선물 받고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첫 재판이 15일 열린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15일 오전 11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관세) 혐의를 받는 양 총괄의 첫 공판기일을 연다.

양 총괄은 지난 2014년 9월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총 8억2806만원 상당의 명품 시계 2개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국내로 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부산지검 공공·국제범죄수사부(윤국권 부장검사)는 지난 9월13일 양 총괄을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에서는 양 총괄의 세관 신고 의무 위반과 고의성 여부, 협찬 명목의 정당성 등이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가법상 관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려면 해당 시계를 고의적으로 신고하지 않아야 한다. 검찰은 양 촐괄이 고가의 시계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반입한 행위가 의도적이라고 보는 반면 양 총괄은 협찬품으로 신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찬 시계라는 주장이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절차와 증빙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에 따르면 양 총괄은 지난 2013년 YG 소속 작곡가를 통해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 A사 아시아 대표 B 씨를 알게 됐다. 양 총괄은 B 씨에게 A사의 해골 무늬가 새겨진 시계를 구해달라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014년 9월12~16일 YG 소속 가수들의 콘서트 일정과 명품업체 투자 협약식 등으로 싱가포르에 방문 예정이던 양 총괄은 출국 전인 8월27일~29일 B 씨에게 영어로 "예전에 요청한 시계를 준비해달라"(i really wanna get the watch I have been asking about.)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B 씨는 "시계가 준비됐다"(It’s ready for you my dear)고 답했다. 이후 9월13일 싱가포르에서 시계를 받았다.

양 총괄이 건네받은 A 사의 해골 무늬 시계 가격은 7억1151만원에 달한다. 원가만 2억810만원이다. 이후 1억1655만원짜리 검정색 시계도 추가로 받았다. 이들 두 모델은 10년 전 생산이 중단돼 현재 시중에는 판매되지 않고 있다.

YG 측은 시계 업체에서 홍보를 부탁받고 제품을 협찬받아 방송에 노출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YG 관계자는 "(양 총괄과 B 씨가 주고받은) 영문 문자 관련해서는 딱히 아는 바가 없어서 따로 입장을 밝힐 게 없다"며 "기존 입장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2014년 8월27일~29일 고급 시계 브랜드 A사 아시아 대표 B 씨에게 영어로 "예전에 요청한 시계를 준비해달라"(i really wanna get the watch I have been asking about.)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박헌우 기자

YG 측은 지난 9월13일에도 "2017년 해당 업체가 통관절차 없이 다수의 시계를 들여오거나 가지고 나간 사실이 적발되면서 양 총괄이 홍보를 목적으로 협찬받은 시계까지 조사받은 적 있다"며 "10년의 공소시효에 임박한 검찰은 양 총괄의 진술에 부합하는 참고인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협찬 물품을 세관 신고 없이 국내로 반입했다고 단정 짓고 기소했다"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서는 YG 측의 협찬 해명이 명쾌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통상 협찬은 공식적인 절차로 개인이 아닌 회사와 진행하는 것이 맞다"며 "이런 식으로 받은 고가의 시계를 단지 협찬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총괄 프로듀서는 회사에서 마케팅이나 홍보업무를 하지 않는데 오히려 자기 영향력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정황이 될 수 있다"며 "워낙 고가의 물품인 데다 마냥 부인하는 것은 재판부에 반성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춰져 부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유나 법률사무소 가까이 변호사도 "실제 양 총괄이 고가의 시계를 직접 국내로 반입했는지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도 "검찰이 혐의를 입증한 상황에서 양 총괄 측에서 계속 혐의를 부인하게 되면 물품 원가 2억원 이상 가중 처벌되는 특가법 규정상 실형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판례에 비춰 실형은 피할 수도 있다. 명품을 밀수해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모녀는 지난 2019년 1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관세법 241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외국에서 물품을 수입하려면 해당 물품의 품명·규격·수량 및 가격과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특가법은 수입한 물품의 원가가 2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는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 총괄은 법무법인 세종 등 3개 로펌 총 11명의 변호인을 선임해 법정 공방에 나선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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