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네오 증권사' 노리는 스타트업

김동훈 2024. 11.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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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두 호라이존테크놀로지 CTO 인터뷰
AI 기반 증권분석 솔루션 '퀀트랙' 선보여
김일두 호라이존테크놀로지 CTO./사진=비즈워치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개인 투자자 비중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반면, 금융교육 부족으로 무분별한 투자가 이뤄지고 수익률 또한 낮은데요. 불법 리딩방 피해도 큰 상황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증권분석 솔루션 '퀀트랙'을 선보였습니다."

韓·美 종목 1만개 분석해 AI가 알려준다  

김일두 호라이존테크놀로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비즈워치와 인터뷰에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가공·분석해 실제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다"며 퀀트랙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올바른 투자 전략을 세우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내놨다는 설명이다.

호라이존테크놀로지는 2020년 4월 설립 이후, 같은해 금융보안원 데이터 공급기업 등록, 코스콤 금융데이터 수급 계약 등을 거쳐 이듬해 퀀트랙의 베타 웹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3월 정식 버전을 내놓고 구독 상품 서비스에 나선 바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재무지표 분석 기반 투자 가치 평가 서비스 제공 방법 및 장치', '주식 자동 거래 방법 및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고, 서울핀테크랩과 금융감독원이 진행한 핀테크 IR대회에서 금융감독원장상도 받았다.

김 CTO는 "금감원 공시정보 시스템인 다트는 투자 전문가 또는 회계사 등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형태"라며 "이러한 복잡함을 심플하게 비주얼 리포트로 보여주고, 전세계 모든 상장기업을 분석할 수 있는 AI 기술을 보유한 점을 인정받아 수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퀀트랙은 기본적으로 코스피, 코스닥, 나스닥, 뉴욕거래소 등에서 상장 2년이 넘은 1만개 종목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분석 대상의 비중은 한국 상장사 30%, 미국 상장사 70% 정도다. 각 회사의 재무 상황, 시장 컨센서스, 실적 발표 등과 같은 펀더멘털 데이터는 글로벌 금융 데이터 제공 업체인 '팩트셋'(FactSet)의 '데이터레이크'(DataLake)를 통해 매일 업데이트된다.

김 CTO는 "정확한 평가와 분석을 위해 최신 데이터를 활용한다"며 "원천 데이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너무 많은 데이터는 개인투자자에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보의 경중(輕重)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퀀트랙은 주식 투자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간추려 제공하는 걸 콘셉트로 잡았다. 그는 "상장된 모든 주식의 재무 정보를 상대 가치 평가를 통해 분석하고, 이를 정량화해 제공한다"며 "또한 시장의 현재 상황, 섹터별 가중치, 주가 트렌드 등을 종합해 상승 여력이라는 하나의 인덱스로 보여주고 각각의 데이터도 모두 스코어링해서 사용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고 했다.

주식투자를 할 때 가장 단순하면서 확실한 전략은 '좋은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인데, 이를 돕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오류 가능성은 없을까. 김 CTO는 "퀀트랙의 AI는 매물대의 저항점과 같은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역사적 데이터, 패턴, 종목이 속한 시장 특성 등 다양한 지표를 활용해 시장 참여자들이 유사한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 시점을 예측한다"며 "주식 액면 분할과 같은 중요한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즉시 조정치를 반영, 오류를 최소화하고 AI 모델 역시 지속 학습을 통해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한 불신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될 수 있다.

김 CTO는 "국내 증시는 지정학적 불안정성, 주주친화적이지 못한 기업문화 등으로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속에서도 재무적으로 탄탄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업들을 발굴해 그 가치를 개인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푸시 알림과 리포트를 통해 맞춤형 정보를 받으면 마치 개인 비서를 이용하는듯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시간을 절약하면서 중요한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되고, 무엇보다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뇌동매매를 줄여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투자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고 했다.

김일두 호라이존테크놀로지 CTO가 비즈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비즈워치

국내 시장 잡고 글로벌 확장 포부

이같은 기술력에 높은 점수를 주는 투자자들도 속속 등장했다. 초기 투자에 참여한 알케미스타파트너스뿐 아니라 미국 플러그앤플레이와 영국 핀테크 액셀러레이터 굿띵스, 테니티, 국내 IT 기업 인포뱅크 등이 주요 투자사들이다. 김 CTO는 "확보한 투자금은 유료 구독자수 확대와 투자자문업 라이선스 취득, AI 코파일럿 기능 추가 개발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증권사와 협력해 거래 연동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현재는 한국투자증권과 거래 연동을 준비하고 있고, KB증권과는 개발을 마쳤다"며 "이를 통해 퀀트랙 사용자들은 양질의 콘텐츠, 모바일 자동매매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이어 "단기적으로는 유료 구독자 5000명을 확보해 월 2억5000만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고, 장기적으로는 4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해 연간 45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이긴 하지만 연 매출 45억원이란 목표는 다소 보수적인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김 CTO는 "현재 저희의 비즈니스 모델은 월·연간 구독 형태로 이루어져 있고, 이를 통해 초기 시장 반응과 수익성을 검증하려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거래 수수료 방식이나 종목별 프리미엄 데이터 서비스와 같은 추가적인 수익 모델을 통해 매출 다각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호라이존테크놀로지는 올해 들어 월간 손익분기점(BEP)를 넘어섰다. 중장기적 목표인 해외 진출을 통해 스케일업(규모확대)을 추진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우선 투자자 중 한곳인 인포뱅크의 투자사업부 '아이엑셀'(iAccel)이 진행하는 '2024 K-Global InnoVista'에 참가해, APAC(아시아·태평양) 권역 진출을 지원받는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인포뱅크는 자사 네트워크 지원과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기술보호를 위한 특허 출원, 투자 유치 등도 조력하고 있다. 인포뱅크의 아이엑셀은 국내 유망 기술창업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팁스(TIPS)·딥테크 팁스 운영사로서 연구·개발(R&D) 및 정부지원사업 자금 매칭도 지원해준다.

호라이존테크놀로지는 국내 시장에선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없다는 판단 하에 글로벌 사업이 본격화할 때 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CTO는 "미국의 '위불'(Webull)이나 '이토로'(eToro) 등을 경쟁자로 보고 있는데, 퀀트랙은 데이터 분석의 깊이와 사용자의 이해를 돕는 설명력에서 차별화를 가지고 있다"며 "퀀트랙은 단순히 거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실제 투자 결정을 돕기 위해 철저히 분석된 데이터 등 더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자신했다.

이와 관련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사인 플러그앤플레이의 도움으로 미국 로빈후드, 위불 등을 포함한 14개 증권사와 거래연동도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미국인들도 퀀트랙에서 리포트를 확인하고 자동매매 등의 기능을 활용해 주식을 사고 팔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김 CTO는 "투자자들이 필요한 모든 기능을 한 플랫폼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네오 증권사'가 되는 것이 중장기적 목표"라며 "퀀트랙 모델이 전세계 어디서나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에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비전"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99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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