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꾼 금융위, 연초 전세대출에 DSR “적용”…1년도 안 돼 “검토”로 입장 선회
김병환 금융위원장(사진)이 올 초 업무계획으로 밝혔던 전세자금 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세대출은 DSR이 적용되지 않지만 가계부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언제라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부채에 의존하는 사회를 고치겠다’고 공언했던 김 위원장의 가계부채 감축 의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세대출 DSR을 연내 시행해보겠다고 하지 않았냐’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전세대출 DSR은 연내 ‘검토’한다고 연초에 말했다. 그 부분은 여전히 상황을 봐야 된다”고 답했다.
이는 “언제 하겠다고 답변하기 어렵다”고 한 지난달 기자간담회 발언보다 더 후퇴한 것이다. 올해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사실상 연내에는 전세대출을 DSR에 편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금융위가 올 초 발표했던 올해 업무계획과 다르다. 업무계획에는 “DSR 적용 예외 사유를 면밀히 점검하고 적용 범위 확대 등 추진”한다며 그 예로 “전세대출에 대한 DSR 적용(주택보유자의 전세대출 이자상환분 적용 등) 등”을 들었다.
김 위원장이 ‘연내 적용’에서 ‘검토’라고 말을 바꾼 건 사실상 DSR 범위 확대 계획을 철회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재준 인하대 교수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두고 부동산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한국은행의 입장을 고려해, 금융위와 국토교통부가 서로 조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토부가 디딤돌대출 규제 강화를 하고 금융위원장은 (DSR 확대 등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라고 했다.
이날 국회에서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가 절대액으로 감소하는 상황은 엄청난 위기가 있을 때”라며 “그걸 조장하거나 그런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경제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미 한국의 가계대출 규모는 그 절대 수치가 위험 수준에 이른 지 오래다. 국제금융협회(IIF) 세계 부채 보고서를 보면, 올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9%로 조사 대상국 중 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전세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의 보증금을 뺀 것으로, 이를 포함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오른다.
현재 당국이 창구지도를 통해 하고 있는 총량규제식 가계부채 관리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총량규제에도 5대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의 입주를 앞두고 잔금대출 취급을 시작하며 대출 영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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