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겨주세요” [사람IN]

주하은 기자 2024. 11. 14.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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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45)은 지난 2년간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킨 사람이다.

이태원 참사 2주기인 10월29일 만난 이미현 실장은 "2년간 쉴 틈이 없었다"라고 지난 시간을 되짚었다.

특조위 본격 가동을 앞두고 이미현 실장은 유가족들에게 각자가 품은 의문을 특조위에 진정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 중이다.

유가족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다른 시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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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10월29일 이미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이 이태원 참사 2주기 시민추모대회 포스터를 들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이미현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45)은 지난 2년간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킨 사람이다. 극우단체 회원들의 훼방을 견뎌야 했던 녹사평역 분향소부터 철거 위협을 받았던 서울시청 앞 분향소,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된 삭발 현장, 단식을 감행한 국회 앞 농성장, 11개 도시를 순회한 ‘진실버스’까지 유가족들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했다. 이태원 참사 2주기인 10월29일 만난 이미현 실장은 “2년간 쉴 틈이 없었다”라고 지난 시간을 되짚었다.

국회 국정조사부터 특별법 제정까지, 무엇 하나 쉬이 얻어진 것이 없었다.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유가족들은 매번 길거리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길 위에 선 유가족들은 자주 자신들을 향한 이유 없는 혐오를 마주해야 했다. 그때마다 이미현 실장은 유족들보다 앞에 나서서 혐오 세력과 맞서 싸웠다. 갈등 상황에서 분을 참지 못한 유가족이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내가 더 크게 싸운다.’ 제 기조는 그거예요. 하고 싶은 얘기를 제가 해주니까 유가족들은 ‘나는 그럼 이제 지켜보자’ 이렇게 되시거든요.”

지난 2년간 지근거리에서 유가족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었던 데는 종교계와 시민들의 도움이 컸다. 시민들이 모아준 성금으로 지난 기간 분향소에 불을 밝힐 수 있었고, 지방에 사는 유가족도 숙박비·교통비 걱정을 덜게 됐다. 기독교계에서는 유가족이 편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녹사평과 서울광장 분향소 인근에 식당을 지정하고 비용을 지원했다. 서울시와 협의 끝에 ‘별들의 집’으로 추모공간을 옮기기 전 머무른 서울광장 사용료 및 과징금 역시 참사 2주기 무렵까지 모금한 시민 후원금으로 낼 수 있었다.

지난 9월23일 첫 전체회의를 열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로선 관련 시행령이 통과되지 않아 조사관 채용 등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1년 반가량 진행될 조사 및 보고서 작성 기간을 고려해보면 2026년 하반기나 돼야 특조위의 임무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특조위 본격 가동을 앞두고 이미현 실장은 유가족들에게 각자가 품은 의문을 특조위에 진정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 중이다.

유가족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다른 시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없을까. 이미현 실장은 사람들이 예전처럼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태원 참사가 피해자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까지도 바라지 않아요. 그냥 ‘핼러윈도 하나의 축제다’라고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게 희생자들을 향한 편견을 깨는 것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주하은 기자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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