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묻는데 알아야 답을 하지"…'당원게시판 논란' 정리 당부, 왜?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논란을 정리하자는 추경호 원내대표의 당부는 당내 결속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에서는 진상을 밝히기 위해 '당무감사'를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지도부는 당원의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당무감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당이 논란을 재생산한 유튜버 등에 대해 고발 조치를 예고함에 따라 수사를 통해 진상이 드러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만나 당원게시판 논란을 정리할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 A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불필요한 논란이 없어진다는 뜻에서 당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은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 대표와 한 대표 가족·친인척의 이름으로 작성한 글을 검색하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 다수가 발견된 데서 불거졌다. 당원 게시판은 '본인 인증'을 완료해야 글쓰기가 가능하며, 글쓴이가 성을 제외하고 익명으로 표시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시스템상 최근까지 글쓴이의 성과 이름을 함께 검색하면 게시글이 노출됐다.
이에 글쓴이를 '한동훈'으로 해서 검색했을 때 '한○○'이 작성한 윤 대통령 비방 글이 다수 발견됐다. 한 대표의 가족, 친척 이름으로 검색했을 때도 같은 시간대에 올라온 유사한 글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자 이들이 의도적으로 윤 대통령 내외를 공격했다는 주장이 당 일각에서 제기됐다.
현재까지 추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대표나 가족이 직접 이같은 글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작다고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이 확인한 결과 문제의 글을 작성한 '한○○' 중 한 대표와 같은 1973년생은 없었다. 국민의힘은 현재로서 △한 대표 가족과 동명이인의 글 작성 △한 대표 가족의 명의가 도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추 원내대표는 당 단합력 저하를 우려해 논란 정리 방안 마련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논란 초기 한 대표가 아직 게시글 작성 권한이 없다거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만 조회해봐도 아닌 게 확인될 것이라는 수준의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한 대표가 가족을 동원해 윤 대통령을 비방했다는 주장이 온라인 사이트나 반한(반한동훈) 당원 단체 채팅방을 중심으로 계속 재생산되자 경각심이 커졌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SNS(소셜미디어)에 "모용이라면 모용자를 색출해 처벌하고 사실이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집권여당 아니냐"고 하는 등 당 중진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A씨는 "(한 대표 등이 게시글을 올렸는지 등) 구체적인 것에 대해선 원내대표가 관여할 것은 아니지만 이를 활용해 논란이 만들어지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 등을 앞두고 당 내부의 결속을 해치는 요소는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라고 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몇몇 의원들이 찾아와 '지역구민들이 해당 논란의 진상이 무엇이냐고 묻는데 우리도 사실관계를 알아야 답을 할 것 아니냐'고 했다"며 "관련 대응을 위해 정리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해결책을 찾고 있다. 최근 몇 개월 간 수위 높은 비방글을 쓴 작성자를 추려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금지어' 등을 지정해 도 넘는 언사를 막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심한 표현 없이도 비판 등 의사 표현은 충분히 가능하지 않느냐"고 했다.
'친윤계'(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는 당무감사가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한 대표가 떳떳하면 당무감사를 통해 빨리 오해를 불식시키자는 취지다. 그러나 지도부는 선을 그었다. 당무감사를 하면 당원 신상정보를 들여다봐야 해 개인정보 침해라는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당무감사 그 자체로 '안 좋은 선례'를 남기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부적절하나 당원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게시판을 당이 감사하는 게 부적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무감사의 한계점을 짚는 목소리도 있다. 모 여당 관계자는 "당무감사의 대상은 당원"이라며 "(실제 글쓴이나 도용자가) 당원이 아닌 경우 조사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에 진상이 수사기관에서 밝혀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이날 언론에 입장문을 배포해 "이미 당원 익명게시판에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방 글을 올린 '한동훈'은 한 대표와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그럼에도 계속 (한 대표에 대한) 비방용 방송을 한 유튜버에 대해서는 다음날까지 시정하지 않을 경우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한 친한계(친한동훈계) 인사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 누가 문제의 글을 썼는지 등이 드러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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