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표 충격의 '6실점' 강판→"팬·동료에게 죄송한 마음" 진솔한 고백... 아직 명예회복 기회 있다 [대만 현장]
예상치 못한 일격을 허용하며 빠르게 마운드를 내려간 고영표(33·KT 위즈). 힘든 하루를 보낸 그가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고영표는 13일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시 타이베이돔에서 대만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1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1회는 완벽한 투구였다. 선두타자 천천웨이와 2번 린리를 차례로 2루수 땅볼로 처리했고, 캡틴 천제시엔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4번 린안커를 커브를 통해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대만 타자들은 좀처럼 고영표의 공에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2회는 악몽이었다. 첫 타자 주위센을 1루수 땅볼로 잘 처리했지만, 6번 판제카이의 2루 땅볼이 간발의 차이로 세이프가 되면서 내야안타를 허용했다. 이후 7번 린자정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리카이웨이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후 9번 장쿤위마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나가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이 볼 판정을 받는 등 불운한 모습이었다.
고영표는 린안커에게도 좌익수 쪽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지만, 홍창기가 펜스 앞까지 따라가 겨우 잡아내 2회를 마쳤다. 이후 그는 3회 말 시작과 함께 최지민(KIA 타이거즈)에게 마운드를 물려주고 투구를 마쳤다.
대표팀은 끝내 이 6점의 열세를 지우지 못했다. 4회 초 김도영(KIA)의 1타점 2루타와 박동원(LG 트윈스)의 중전 적시타로 2점을 따라갔고, 7회 초에는 대타 나승엽(롯데 자이언츠)의 우월 솔로홈런까지 터지면서 사정권 안으로 쫓아갔다. 하지만 3안타 빈공에 그친 타선은 고영표의 패전을 지워주지 못하고 3-6으로 패배했다.
류중일(61) 대표팀 감독은 "고영표 선수가 상대 좌타자 라인을 못 막은 게 패인이다. 2사 만루에 체인지업이 안 떨어져서 큰 거를 맞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만루홈런을 터트린 천천웨이는 "상대(고영표)가 오프스피드 피치를 던지는 거 알고 있어서 잡아서 먼저 점수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팬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드러낸 고영표는 "아쉬운 경기 보여드려서 팬분들 그리고 팀 동료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며 "오늘 경기 잊지 않고 계기로 삼아서 좋은 선수로, 좋은 투수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고영표는 류중일 감독이 대만전 출격을 철저히 숨겨왔던 카드였다. 앞서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훈련을 마친 뒤에도 "대만전 선발로 누구를 내보낼지 최일언 투수 코치와 상의해 결정한 상태"라며 "다만 비밀이다. (내가 이야기를 하면) 대만 언론에도 다 나오더라"면서 말을 아꼈다. 그리고 하루 전인 12일 기자회견 종료 후에야 고영표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대만의 스윙 유형이 밑으로 던지는 투수에게 잘 못 칠 것 같다"며 선발 낙점 이유를 전했다.
아직 고영표에게는 상처난 자존심을 치유할 기회가 있다. 류 감독은 앞서 고영표를 선발로 내정하며 "선발이 4명밖에 없어서 고영표가 호주전에도 들어가야 해서 2번 던저야 하니 그것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호주전은 조별예선 마지막 날인 18일이다.
타이베이(대만)=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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