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고 前 사법부 압박…중도 민심 '악영향' 우려

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2024. 11. 14.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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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공직선거법 선고 전 민주당 무죄 선고 압박
野 "사법살인에 동조하면 사법부의 흑역사로 남을 것"
재판부에 무죄 촉구 103만 탄원서 제출하기도
사법부 흔들기로 비칠 경우 중도층 민심 악영향 우려
한동훈 "무력시위는 대입 끝나고 하라" 비판하기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1심 선고를 앞두고 전방위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사법리스크가 이 대표의 대권가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무죄 판결을 위해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당이 이 대표 보위를 위해 독립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사법부를 흔드는 모습이 중도층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5일 선고 앞두고 민주당 사법부 압박↑…103만 탄원서 제출도

1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오는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공판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선고법 위반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확정 판결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이 대표의 대권 가도에 사법리스크 꼬리표가 계속 따라붙을 수 있다.

이에 민주당은 전방위에 걸쳐 재판부 압박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촉구했다. 위원회 소속 양부남 의원은 "사법부가 이 정권의 사법 살인에 동조한다면 이 재판은 사법부의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100만명이 무죄 촉구 서명을 했다는 사실을 사법부가 엄중히 받아야 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건태 의원도 "증거로 보나 법리로 보나 무죄 선고가 나올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도 재판부에 전달됐다. 친명계 최대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103만명이 참여한 무죄 촉구 탄원서를 이 대표 재판부에 제출했다. 혁신회의는 오는 18일까지 추가 서명을 받은 뒤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재판부에도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이 모인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도 1700여 명이 참여한 무죄 판결 촉구 성명을 지난 11일 발표했다. 이들은 11일에는 국회에서 '이 대표 무죄 탄원 기자회견 및 결의대회'를 열고 "대한민국 헌정사에 제1야당 대표가 이렇게 치졸한 탄압을 받은 적은 없다. 이 대표는 무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밖에 민주당은 지난 5일 당내 사법정의특별위원회를 출범해 이 대표 재판 대응에 나섰다. 당 의원들은 이 대표 무죄를 주장하는 '릴레이 서명'도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민주당이 사법부 예산을 증액한 것을 두고 이 대표 재판부를 길들이기 위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민주당 주도로 내년 대법원 예산을 240억원 넘게 증액했다. 법무부·검찰 예산은 500억 가까이 깎았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이 대표 방탄을 위해 선심성 예산을 던졌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해당 예산의 대부분이 국선변호사 지원을 위한 예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의 '李 보위', 중도층 거부감 야기할 수 있어…재판 결과 대응도 우려

그러나 사법부 압박이 자칫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 국회가 사법부를 흔들려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공정성과 객관성을 해치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는 만큼 이같은 시도는 삼권분립 원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앞서 이 대표 자신도 사법부 독립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는 2021년 경기도지사 시절 자신의 SNS에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 추진에 대해 "법관이 법령을 위반하고 정치나 이익에 따라 자의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한다면 사법부가 인권침해와 질서 파괴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당의 '이 대표 보위'가 중도층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이 이 대표의 개인 재판에 동원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중도층에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여권이 공천개입·불법 선거 의혹 등으로 자중지란을 겪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공정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이같은 점을 의식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민주당이) 기어이 판사 겁박 무력시위를 하려거든 우리 수험생들 대입 논술시험이 끝나고 하라"며 "대입 시험 날 차 막히고 시끄럽게 하는 것, 최악의 민폐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이 대표에 불리한 판결을 내렸을 때 대응도 문제다. 그동안 사법부를 강하게 압박한 관성으로 자칫 당내에서 재판 결과를 부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당이 사법체계를 부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검찰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지만, 사법부에 대해서는 공세를 자제해왔다. 율사 출신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검찰을 비판하는 것과 사법부를 비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사법부 비판은 자칫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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