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재활용 선진국을 가다] 심 하나에 3배로 긴 티슈 말아 팔아 대박 난 이 회사

글·사진(도쿄)=임지훈 기자 2024. 11. 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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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친환경 힘주는 日 제지사
일본 제지 크레시아 가보니
야스나가(왼쪽) 크레시아 사장과 회사 관계자가 자사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울경제]

두루마리 화장지를 모두 풀었을 때 일반적인 제품의 길이는 25m 정도 된다. 하지만 일본 제지사의 크레시아 스콧티 제품는 티슈의 길이는 무려 75m에 달한다. 일반 제품 3개의 휴지를 3개의 심이 아닌 하나의 심에 말아 팔다 보니 심 사용량을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운송도 쉬워 CO2 발생량도 40% 정도 줄였다는 설명이다.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크레시아는 이 제품을 8년 전에 내놓았는데 결과는 ‘대박’이었다. 전세계 나라 사람 가운데 가장 ‘바꾸기’를 싫어하는 일본인을 바꾸고야 만 것이다. 만약 3배로 길이를 늘린 화장지의 품질이 일반 제품 품질에 비해 떨어졌다면 소비자들은 고개를 돌렸을 테다. 최근 일본 도쿄 크레시아 본사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이런 기술력을 기반으로 중국산 저가제품이 자국에 몰려들더라도 충분히 승부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음은 관계자들과의 일문일답.

Q. 3배로 긴 제품 얘기를 좀 해달라.

A. 일본의 화장실 휴지 포장 기준은 싱글과 더블, 두 가지이다. 한국과 달리 일본에는 3겹 휴지는 없다. 싱글 롤은 길이가 약 50m에서 60m이고, 더블 롤은 25m에서 30m이다. 이 제품들은 보통 12개가 한 세트로 비닐 봉투에 담겨 판매된다. 이게 일본의 화장실 휴지 판매의 기본이다.

크레시아는 3배라는 글자가 있는 제품은 화장지를 다 풀면 이전 제품보다 길이가 3배로 길다. 말려있는 상태에서 보면 기존 화장지와 직경이 같다. 기존 제품은 12개 들이로 판매되는 데 이 제품은 4개 들이만 돼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양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의 장점은 적지 않다. 첫째, 물건을 구입해서 집으로 갈 때 고객이 힘이 덜 든다. 둘째, 물류 과정에서 효율적이다. 셋째, 창고 공간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한 트럭에 3배의 양을 실을 수 있어 운송비가 크게 절감된다.

그리고 옛날보다 상품이 공간 차지를 덜 하기 때문에 판매하는 슈퍼 관계자들도 기뻐했다. 일본의 경우 고객들이 제품을 산 후 직접 집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그렇다 보니 소비자들도 좋아했다.

부연 설명하자면 일본은 화장실과 목욕탕이 따로 있다. 일반 가정은 보통 화장실 변기 위 선반에 화장지를 올려둔다. 그런데 화장지 12개를 놓으면 비좁다. 혁신적인 제품은 4개만 두면 돼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도 휴지를 12번 교체할 걸 4번만 교체하면 되니깐 이용자들의 스트레스도 줄어 들게 됐다.

3배로 길어진 75m짜리 휴지는 유통, 소비자, 브랜드들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를 낮았다. 환경적인 부분도 유의한 결과를 가져왔다. 운송 과정에서 CO2 발생량이 40% 줄어들었다. 이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4%에 불과했다. 지금은 44%로 증가했다.

Q.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포장을 할 때 비닐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일본에 와서 보니 명함 케이스도 종이로 돼 있고 티슈도 종이로 포장이 돼 있다. 이런 종이 포장이 일반화돼 있는지 궁금하다. A. 아직도 일본은 비닐을 사용한다. 생각하시는 것처럼 일본이 그렇게 다 종이를 쓰고 있다고 말한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본이 비닐 대신 종이를 쓰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은 맞다.

Q. 화장실에서 쓰는 위생휴지만 놓고 본다면 100% 새 펄프로 만든 휴지와 우유팩이나 종이컵 등을 재활용해서 만든 휴지의 비중이 몇 대 몇 정도 되는지.

A. 일본 전체로 보면 45 대 55 정도다. 55%가 재활용으로 만든 제품이고 45%가 펄프를 사용한 제품이다. 크레시아 같은 경우 펄프로 시작한 회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새 펄프를 사용한다. 우리 회사 스콧티 제품 중에서 새 펄프와 우유팩 펄프를 섞어서 만든 제품이 있다. 크리넥스의 경우는 새 펄프를 사용해서 만든다. 일본에서 비교적 재활용 휴지를 많이 사는 이유는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싼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이 구입한다.

Q. 재생 펄프를 선전하는 방법은. A. 신문이나 다른 재료를 사용하면 소비자들이 품질이 떨어진다고 생각을 한다. 우유팩 같은 고급 재생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고객을 이해시킨다. 휴지가 좋은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는 형광등에 대고 있었을 때 빛이 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재활용을 종이를 사용한다고 해도 형광빛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홍보한다.

Q. 한국에서는 중국이랑 인도네시아에서 새 펄프로 만든 휴지를 우리나라 업체가 재생해서 만든 휴지보다 싼 가격으로 팔고 있다. 혹시 일본은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곳에서 진짜 싼 가격으로 휴지가 들어와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A. 일본도 과거에 한국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중국의 큰 기업이 들어와 곤란했던 적이 있었다. 일본 연예인이 광고해서 소비자들이 일본제품으로 혼동하기도 했다. 큰 타격이 입었던 게 사실이다. 당시 우리가 했던 일은 두 가지였다. 첫째로, 브랜드를 강조했다. 우리는 일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둘째, 판매 수량을 달리했다. 경쟁 제품은 150장 5개 묶음으로 판매했는데 우리는 160장이나 200장을 넣어 판매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소비자에게 ‘200장이니 더 좋은 선택’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자 했던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조금 비싸도 200장 제품을 구매했다.

글·사진(도쿄)=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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