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윤석열 하야하라"…野 대권주자 중 처음 요구, 배경과 이유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이미 상실했다고 평가하며 특검을 수용하거나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대권 주자 중 윤 대통령의 퇴진을 직접적으로 촉구한 것은 김 지사가 처음이다.
김 지사는 13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시국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경제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고 민주주의 지수는 (박근혜) 탄핵 이전보다 더 나빠지고, 무능과 주변 가족 문제로 대통령 리더십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민의 신뢰는 이미 붕괴됐고 대통령의 어떤 말도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해 국정 동력을 이미 상실했다. 4대 개혁은커녕 어떤 정책도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 지사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남은 2년 반 동안 우리 경제와 사회가 얼마나 후퇴할지 두렵다"며 "비극적 역사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으로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섰다. 절규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위기는 대통령이 그 원인이다"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이제 대통령에게는 두 가지 길만 남아 있다. 특검을 수용해서 국정을 대전환하는 길 아니면 스스로 물러나는 길이다. 다른 길은 없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국정 대전환의 첫걸음은 특검법 수용이다. 법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고, "특검을 거부한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대한민국의 후퇴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지금의 상태로 계속 간다면 대통령도 국민도 불행하다. 대통령은 지금 바로 결단하라"고 밝혔다.
김 지사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더 기대할 게 없다. 대통령 기자회견,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다. 대통령은 문제를 인정하지도 않았고,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대통령은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부끄러움은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의 몫이어야 한다. 부끄러운 대한민국을 만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대선 시계'…김동연, '대통령 하야' 먼저 치고 나간 이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는 2027년 5월 9일, 저의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8일 발표된 한국 갤럽 여론 조사 기준으로 17%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 수준이면 레임덕을 떠나 국정 동력을 상실하기 직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때문에 대선 시계는 지금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중요한 '정치 이벤트'가 몇 가지 예정돼 있다. 오는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한성진 부장판사)는 현재 야권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를 한다. 이 대표가 받고 있는 4개 재판 중 가장 먼저 선고가 나오는 셈이다. 선거법 사건에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최종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은 물론 차기 대권 도전길이 막힌다. 이 외에도 오는 25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도 예정돼 있다.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 상실은 물론 차기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두 재판 모두 1심 선고이지만, 형량에 따라 이 대표의 대선 출마를 두고 야권 내부에서 백가쟁명이 분출할 수 있다. 야권이 구상하고 있는 정치 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대선 판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첫째, 이 대표가 대선 가도에 지장을 줄 수 없는 수준의 형량이 선고받게 될 경우엔 윤 대통령이 곤란해진다. 특히 무죄를 선고받게 될 경우 '이재명=범죄자' 프레임을 강화해 왔던 윤 대통령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그 경우 야권의 공세가 강해지고 대통령의 국정 동력은 급속도로 빠질 전망이다. 결국 탄핵, 임기 단축 개헌 등 윤 대통령 중도 하차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둘째, 이 대표에게 '대선 출마'가 불가능할 수준의 형량이 선고되면, 야권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대안론'이 급부상하면서 이 대표를 제외한 다른 주자들이 주목을 받게 될 수 있다.
이 지사가 이날 야권 대선주자로서 대통령의 '하야'를 선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같은 차기 대선 지형 변화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에게 중형이 선고될 경우 '대안 주자'로서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고, 이 대표가 무죄가 나와 윤 대통령에게 공세가 집중되도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다'는 명분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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