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흥건설, 100억원대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 공정위 제재 절차 착수

중흥그룹 사옥 전경. /중흥건설

재계 20위권인 중흥건설그룹의 100억원대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그룹 총수 2세가 소유한 회사도 부당 지원 혜택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초 중흥건설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중흥건설그룹은 자산 총액 약 25조원 규모로 재계 서열 21위다. 그룹 핵심 회사인 중흥건설 외에 중흥토건, 중흥건설산업 등 다수 건설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엔 ‘5대 건설사’ 중 하나인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대표적인 아파트 브랜드로는 ‘중흥 에스클래스’ ‘푸르지오(대우건설)’ 등이 있다.

중흥건설은 최근 수년간 입찰로 따낸 공공택지 개발 사업 일감을 계열사에 나눠주고, 계열사가 담당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 무상으로 지급보증을 해주는 등 부당 지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지급보증 대가로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면제해줬다는 것이다. 당국은 이런 방식으로 계열사들이 본 부당 혜택 금액이 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부과 가능한 과징금 액수는 최대 수백억 원대다.

특히 이렇게 부당 지원을 받은 계열사 가운데 현 그룹 총수인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아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소유한 회사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경영권 승계가 상당히 진행됐는데, 이를 마무리하는 작업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총수 2세가 보유한 계열사가 사업상 혜택을 보며 규모를 키우면, 총수 2세의 그룹 내 지배력이 강화된다. 2세가 배당이나 급여 등을 통해 받는 개인적인 이득도 커진다.

공정위는 지난 2022년부터 벌떼입찰(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수 계열사를 입찰에 동원하는 방식)로 공공택지 개발 사업을 따낸 중흥·제일·대방·우미건설 등 건설사 4곳에 대해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를 조사해 왔다. 지난달엔 그 가운데 첫 번째로 제일건설에 대해 과징금 96억8900만원을 부과했다.